국세청 세무조사 과정에서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했다고 허위 진술한 신풍제약이 이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물게 됐다.

법원은 지난 2013년 의사 87명이 신풍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대해 최근 조정 결정을 내렸다.

신풍제약 홈페이지 갈무리

신풍제약이 의사들에게 접대성 경비를 지출한 것처럼 국세청에 허위자료를 제출한 만큼 원고가 겪은 정신적 피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게 법원의 조정 취지다.

국세청은 2013년 초 신풍제약 세무조사 과정에서 사용처가 불분명한 비자금 150억원을 발견했다. 신풍제약은 이 자금을 2000명이 넘는 의사들에게 접대성 경비로 지출했다고 진술했다.

신풍제약의 진술을 근거로 국세청은 접대 명단에 오른 의사들에게 접대성 경비에 대한 기타소득 소명을 요구했다. 국세청은 신풍제약의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의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통보했다.

신풍제약은 허위진술뿐만 아니라 접대 대상자 명단에 오른 의사들을 찾아가 기타소득으로 인정하면 아무 문제가 없고, 세금도 대신 납부하겠다는 회유책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원협회에 따르면 신풍제약의 허위진술로 일부 의사들은 세무서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았는지 소명을 강요받았고, 일부는 세무서 조사 과정에서 수천만원의 세금을 추징당할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신풍제약 리베이트 수수 대상자로 거론된 의사들은 1차 35명, 2차 30명, 3차 22명으로 나눠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맞섰다.

이 소송은 3년여를 끌어왔고, 신풍제약 측이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지급했다는 주장이 거짓으로 드러남에 따라 이번에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을 손해배상하는 선에서 조정이 성사됐다.

한편 노환규 전 의협회장은 이번 사건과 관련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의사들에게 ‘덤태기’를 씌운 제약회사는 ‘신풍제약’”이라며 “지금도 정상적인 영업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노 전 회장은 “정부는 이와 유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정부는 리베이트 사건이 터질 때마다 ‘의사가 적극적으로 무죄를 소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정부를 질책했다.

이어 노 전 회장은 “소명이란, 제약회사의 ‘확인서’가 아니다”며 “그 기간에 해외에 있었다는 해외출국서이다. 국내에 (의사가)있었다면 무조건 (리베이트를)받은 것으로 간주한다”고 검찰의 리베이트 수사과정의 불합리도 지적했다.

즉, 검찰이 리베이트를 받지 않았다고 무죄를 주장하는 의사에게 요구하는 확인서는 해외출국서로 만약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 있었다면 리베이트를 받은 것으로 간주한다는 주장이다.

노 전 회장은 “이번 사건의 피해자들이 얼마나 억울했을지 상상은 하실 수 있냐”라며 “‘당신은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틀림없다’는 검사의 강압수사와 ‘당신은 리베이트를 받은 것이 틀림없다’는 판사의 유죄판결에 좌절한 의사가 자살하는 일도 벌어졌으나(2011년) 그 사건은 주목 받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본지는 이번 사건과 관련, 사실 확인차 신풍제약 관계자와 통화를 했지만 “확인 후 연락주겠다”는 말만 남긴 채 어떠한 연락도 없는 상태다.

키워드

#신풍제약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뉴스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