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한림 형장우 변호사가 유영제약 리베이트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와 종암경찰서를 동행하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을 쓴 글이다. 리베이트 조사 과정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조사받는 의사의 심경도 담겨 있다.

지금부터는 형 변호사의 유영제약 리베이트 동행기다.

종암경찰서
종암경찰서


지난해 11월과 지난 3월 6일 유영제약의 리베이트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종암경찰서에 다녀왔습니다.

유영제약의 리베리트를 수수한 피의자(개원의)가 친구여서 지난해 11월 첫 조사 때 동행을 했습니다. 지난주에 종암경찰서로부터 영맨(제약회사 영업사원)과 대질을 한다고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그래서 6일 친구와 같이 종암경찰서에 다녀왔습니다.

개원의에게 영업정지(면허정지)는 금전적으로도 적지 않은 타격이지만 친구 말을 들어보니 그것 못지않게 병원이 위치한 해당 지역에서의 평판(친구는 10년 이상한 곳에서 개원의를 해오고 있습니다)도 신경이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경찰 연락을 받고 신경안정제를 먹어야 잠을 잘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합니다.

1차 조사 때는 종암경찰서 지능팀의 5개 책상 앞에 있는 의자마다 의사들이 죽 앉아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1차 조사 때와 달리 영맨들과 의사들이 섞여 있었습니다.

영맨들은 담당 의사별로 진술을 해야 해서인지 오랜 시간 조사를 받는 것 같고, 의사들에 대해서는 영맨이 해당 의사들에 대해 진술한 부분을 맞춰보는 형태로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담당 수사관의 말에 의하면, 최근 한 의사가 종암경찰서의 지능팀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영맨의 멱살을 붙잡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또 대질 과정에서 의사들이 조사 전 영맨들에게 연락해 진술 회유를 하다 발각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종앙경찰서는 일반 수사절차에서의 대질과 같은 형태로의 대질은 하지 않기로 했다고 합니다.

지난해 11월에도 그랬고 이번에도 친구(피의자)는 최근 불거진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해 의사들이 많이 가입해 있는 카페의 글들을 보여주었습니다.

의사들의 커뮤니티에는 자백부터 완전부인까지 수사기관에서의 대처방안 등에 대한 이런저런 글들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조사 때도 옆자리의 의사는 수 천만원이 문제 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친구의 기억(솔직히 오래돼서 친구는 영맨이 언제 얼마를 놓고 갔는지 기억조차 못 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받았다는 것만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을 토대로, 그리고 친구의 스타일(법정까지 얼굴에 철판 깔고 씩씩하게 대응할 성격은 아니어서)을 고려해서 진술방안을 의논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제 친구는 수수액도 크지 않고 영맨이 주장한 금액과의 차이도 크지 않아서 수사관 말로는 “가장 깔끔하게 처리될 것 같다”며, 수많은 의사 중에 진술 내용을 잘 준비한 것 같다는 칭찬(?)을 들었습니다. 제가 피의자와 친구고 신경안정제를 먹을 정도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하니 (수사관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고 하면서 위로까지 해주었습니다.

종암경찰서에 들어갈 때 비해 훨씬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긴 했고 친구(피의자)도 다시 피웠던 담배를 다시 끊어야겠다고 했지만, 경찰 말에 일희일비하는 것도 그렇고, 앞으로의 검찰수사나 그 이후 과정에 잘 대비를 해야겠지요.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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