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이 끝내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가 누워있던 서울대병원에서는 사인을 병사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가족은 아버지의 죽음이 병사가 아닌 외인사라고 반박했습니다.

정부는 그의 죽음이 병사라는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를 인정하면서도 부검을 강행하려고 합니다. 병사(病死)는 병으로 죽음을 말합니다. 그가 병으로 죽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어떻게 죽었는지 알아야겠다며 정부는 기어이 부검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하지만 유가족은 아버지가 시위 도중 물대포에 맞아 심각한 부상으로 죽었기 때문에 외인사이며, 부검은 필요 없다는 입장입니다.

고 백남기 농민
고 백남기 농민


백남기 농민의 사인과 부검을 두고 정부와 유가족의 힘겨루기뿐만 아니라 의료계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이 지난 15일 자신의 블로그에 백남기씨 사건에 대한 의사들의 엇갈린 의견이라는 글을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소신을 밝혔습니다.

노 전 의협회장은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 끝에 쓰기로 했다며 반박도 환영한다는 각오를 다진 모습도 보였습니다.

전문

의료에는 좌와 우가 없습니다.
의료에는 좌와 우가 없어야 합니다.



정치적 성향 때문에 선호하는 의료제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의 정치 성향 때문에 치료에 차별을 받아서도 안 됩니다.

의사가 자신이 갖는 정치적 성향 때문에 의학적 사실에 대해 서로 다른 의학적 견해를 갖는다는 것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그런 ‘말이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진보인사인 백남기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에 정치적 공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해합니다. 그런 일이 하나둘이 아니니까요.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진영의 논리를 따라갑니다.

그러나 의학적인 문제에 있어 의사들만큼은 진영의 논리가 아닌 ‘의학적 사실’을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의학적 사실은 여러 의사에 의해 대체로 지지를 받습니다.

그런데 보수성향의 의사들과 진보성향의 의사들이 백남기씨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제 마음이 의사의 한 사람으로, 그리고 전직 대한의사협회장으로서 편치 않습니다.

아래 그 생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대체적인 생각을 분류한 것이라 아래 분류에는 개인차에 의한 많은 예외가 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출처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네이버블로그 의료희망연구원
출처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 네이버블로그 의료희망연구원


병사라면서 부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외인사라면서 부검을 반대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데 여기에 의사들까지 합세하고 있습니다.

의료가 정치에 흔들리면서 신뢰를 또 잃고 있습니다.
의료가 정치에 흔들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의료가 정치에 흔들리지 않도록 의사들부터 노력했으면 합니다.



반론, 환영합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뉴스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