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스코어, 삼진제약 조작 기업보고서 배포
보고서 담당자 배포 직후 퇴사
언론사 12곳 그대로 받아 써

조작된 기업보고서가 언론에 보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M 제약사 자료 조작 기사로 곤욕을 치른 <헬스코리아뉴스>의 자회사 팜스코어가 조작 기업보고서를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보건의료분야의 정보를 조사·분석·평가하는 전문회사 팜스코어가 지난 8월 10일 <삼진제약 ‘게보린 안정성’ 논란 떨쳤다>라는 보고서를 내놨다.

팜스코어가 언론사에 배포한 삼진제약 기업보고서
팜스코어가 언론사에 배포한 삼진제약 기업보고서

팜스코어는 이 보고서에서 삼진제약이 게보린 안전성 논란으로 떨어졌던 매출 하락을 완전히 복구하고 미래 먹거리를 준비 중이라고 진단했다.

팜스코어가 삼진제약 매출액이 2011년 2018억원에서 2012년 1857억원으로 폭락한 이유가 주력제품인 진통제 게보린이 2011년 안전성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라고 진단한 기업보고서를 내놨다.

팜스코어는 보고서에다가 삼진제약 영업이익도 게보린 논란의 영향을 받아 2012년 27.9% 감소했다고까지 했다.

하지만 팜스코어의 삼진제약 분석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2012년 삼진제약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폭락은 게보린이 아니라 정부가 그해 4월 약가 일괄인하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삼진제약뿐만 아니라 상당수 제약사가 약가 일괄인하 정책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삼진제약 매출액은 2013년 1920억원, 2014년 2013억원, 2015년 2165억원으로 다시 회복했다.

팜스코어는 삼진제약의 2012년 이후 매출액 증가는 게보린의 판매 회복과 플래리스(삼진제약의 대표 전문의약품)의 판매 호조 지속이라고 했다.

삼진제약 게보린 광고 갈무리
삼진제약 게보린 광고 갈무리

게보린과 플래리스 등이 포함된 정제 제품군의 매출이 내수 시장에서 2012년 5.6% 감소했지만, 2013년 14.3%, 2014년 9.8%, 2015년 9.5% 증가한 것을 판단 근거로 삼았다.

하지만 이 근거가 게보린 안전성 논란으로 삼진제약 매출이 하락했다는 팜스코어의 진단이 잘못된 분석이라는 근거도 된다.

삼진제약 정제 제품군 매출(내수)은 2011년 1124억원에서 2012년 1061억원으로 63억원 하락했다. 게다가 이 매출에서 반 이상은 플래리스 매출이다.

팜스코어의 주장대로라면 삼진제약 2012년 매출액은 2011년 2018억원에서 63억원을 뺀 1955억원이어야 한다. 하지만 2012년 매출액은 1857억원이다.

2012년 매출액이 2011년보다 161억원 하락했다는 것은 게보린 안전성 논란 때문만이 아닌 다른 원인을 짐작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정부의 2012년 약가 일괄인하 정책이다.

팜스코어 중간관리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잘 모른다”며 “자세한 것은 대표님이 알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보고서를 작성한 담당자는 삼진제약 보고서를 마지막으로 퇴사했다. 팜스코어 대표 말고는 삼진제약 기업보고서에 대해 말해줄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다.

팜스코어가 언론사에 배포한 삼진제약 기업보고서
팜스코어가 언론사에 배포한 삼진제약 기업보고서

다행히도 팜스코어를 퇴사한 담당자와 통화 연결이 됐다. 혹시 이 보고서 때문에 퇴사를 한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됐다. 그는 팜스코어에 인턴으로 입사해 3개월 근무 후 퇴사했다고 말했다. 보고서 때문에 퇴사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기자에게 삼진제약 기업보고서는 문제가 있었다며 그 당시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는 삼진제약에 제품별 정제 제품 매출을 요구했지만, 대외비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래서 상사에게 보고했지만 정제 제품군으로 묶어 기업보고서를 만들어 놓으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삼진제약 기업보고서를 작성한 지 일주일이 지나도 별다른 지시가 없기에 보도자료로 배포했다고 했다. 그리고 곧 그는 팜스코어를 퇴사했다.

결국, 이 보고서는 담당자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관리자가 뭉개고 대표만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있을지도 모르는 상태로 언론에 배포된 것이다.

이에 대해 삼진제약 관계자는 “2012년 매출액이 하락한 원인은 게보린이 아닌 약가 일괄인하 때문”이라며 “보도가 나온 후 팜스코에 정정을 요청했지만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를 받아 쓴 의료계 전문지 A 기자는 “좀 이상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조작까지 할 줄을 몰랐다”고 말하며 기사를 지웠다.

기업보고서는 정확하게 자료를 분석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만약 자의적으로 자료를 왜곡해 끼워 맞추기식 결론을 내린다면 그 보고서는 흔히 말하는 ‘찌라시’에 불과하다.

게다가 찌라시급 기업보고서를 언론이 사실 확인 없이 보도한다면 기업 이미지 훼손과 개인투자자에게 손해를 끼칠 우려가 크다.

이 사건을 계기로 언론은 데이터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의심 없이 기업보고서를 보도하는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한다. 언론의 신뢰도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언론 자신이 만들기 때문이다.

한편 팜스코어의 삼진제약 기업보고서를 보도한 언론사는 머니S, 굿데일리, 헬스미디어&플랜, 충북일보, 헬스코리아뉴스, 서울파이낸스, 브레이크뉴스, 메디팜헬스뉴스, 웰빙코리아뉴스, 뉴스인, 보건뉴스, 아이팜뉴스 등이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헬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