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9일 서울성모병원에서 ‘문재인 케어’로 일컬어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출처 KTV

‘문재인 케어’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정부가 더 많이 부담함으로써(보장성 강화)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여주겠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의 의료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주고, 민간보험료 부담도 낮춰주겠다.

2. 개인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던 부분들(비급여)을 없애겠다. 대표적으로 대학병원의 특진비를 없애고 상급병실료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겠다. 간병비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겠다.

3. 문재인 케어의 실현을 위해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그동안 쌓아두었던 흑자재정에서 조달하고 부족한 부분은 국가재정(국세)에서 충당하겠다. 보험료는 평상시보다 더 많이 올리지 않겠다.

문재인 케어의 문제점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에 앞서 먼저 대통령의 발표문에 대한 간략한 팩트체크를 해보자.

문재인 대통령의 발표문 중 주요 부분과 팩트체크

국민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OECD 평균의 두 배입니다.

-팩트다. 그런데 표현이 틀렸다. 이렇게 말하면 마치 국민이 OECD 평균의 2배 의료비를 쓰는 것처럼 들린다. 그렇지 않은가? 그러나 실제는 그 반대다. 대한민국 국민이 1인당 지출하는 총의료비(개인/정부 합산)는 OECD 평균의 절반을 조금 넘는 64%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말한 것은 의료비 중 ‘본인의 부담비율’이다. 만일 대통령이 “국민이 쓰는 의료비 중 정부가 책임지는 부담률은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합니다.”라고 말했더라면 오해의 소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 보니, 가구당 월평균 건강보험료가 9만원인데 비해, 민간 의료보험료 지출이 28만원에 달합니다.

-팩트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부족하다. 그는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낮다 보니 민간보험료로 건강보험료의 3배를 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료를 좀 더 내고 민간보험료를 덜 내는 제도로 바꿔야 합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참고로 민간의료보험사가 보험운영을 위해 지출하는 사업비는 건강보험의 최대 7배에 이른다.

첫째, 치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앞으로는 미용, 성형과 같이 명백하게 보험대상에서 제외할 것 이외에는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습니다.

-팩트가 될 수 없다. 모든 의학적 비급여를 없앤 나라는 없다. 심지어 사회주의 의료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캐나다·뉴질랜드도 비급여가 존재한다. 모든 의료행위를 급여화한다는 것은 모든 의료행위에 대해 국가 곧 모든 국민이 책임을 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비급여는 국민의 선택지로 남아야 한다. 비급여를 없앤다는 것은 국민의 선택 기회를 없애는 것이다. 모든 비급여를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급여화하지 못할 비급여를 ‘예비급여’라는 이름으로 이름만 바꾸어 존속시킬 것이다.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특히, 환자의 부담이 큰 3대 비급여를 단계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 예약도 힘들고, 비싼 비용을 내야 했던 대학병원 특진을 없애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특진비’는 없다. ‘선택진료비’다. 그런데 선택진료비가 없어지면 의료전달체계가 무너져 중소병원이 폭망하게 될 우려가 크다. 3대 비급여를 없애는 것은 큰 재원이 드는 일이다. “단계적으로 해결하겠습니다”가 아니라 “단계적으로 해결해나가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가 되어야 한다.

상급 병실료도 2인실까지 보험을 적용하겠습니다. 1인실의 경우에도 1인실 입원이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건강보험 혜택을 드리겠습니다.

-정부는 메르스 이후 다인실을 없애겠다고 했다.

간병이 필요한 모든 환자의 간병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겠습니다. ‘보호자 없는 병원’을 늘려가겠습니다.

-간병비는 환자의 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간병비를 급여화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문재인 케어는 간호와 간병을 함께 서비스하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통해 급여화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간병이 필요한 모든 환자'의 기준이 모호하다. 둘째, 병원마다 시설과 규모가 크게 다르고 간호사의 업무량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인 간호·간병 통합이 쉽지 않다. 이런 준비 없이 추진된다면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고액 의료비 때문에 가계가 파탄 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당장 내년부터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대폭 낮추겠습니다. 본인부담 상한제 인하의 혜택을 받는 환자가 현재 70만명에서 2022년 190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특히,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고, 비급여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서 실질적인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실현하겠습니다. 당장 올해 하반기 중으로, 15세 이하 어린이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현행 20%에서 5%로 낮추고, 중증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을 10%로 낮추겠습니다. 어르신들 틀니 부담도 덜어드리겠습니다.

-의료비 때문에 재정파탄에 빠지는 가구를 구제하는 일은 매우 시급하고 중대한 일이다. 그런데 하위 30% 저소득층의 연간 본인부담 상한액을 100만원 이하로 낮추려면 누군가는 그 재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어린이 입원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것도 마찬가지고 중증치매환자의 본인부담률을 낮추는 것도, 어르신들의 틀니 부담을 줄이는 것도 모두 마찬가지다.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해 누가 얼마나 더 많은 재원부담을 떠안아야 할까? 시뮬레이션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말만 앞섰다.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사진=국민건강보험공단

 

4대 중증질환에 한정되었던 의료비 지원제도를 모든 중증질환으로 확대하고, 소득 하위 50% 환자는 최대 2000만원까지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전체적으로는 전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평균 18% 감소하고, 저소득층은 46% 감소하는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최대 2000만원까지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게 될 소득 하위 50%는 과연 진정한 소득 하위 50%일까? 소득파악이 투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혜택의 부여는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보험사기가 급증하게 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료 지출 경감으로 가계 가처분 소득이 늘게 됩니다.

-민간의료보험료의 지출 경감이 일어나려면 민간의료보험을 해야 한다. 일단 그 자체가 가입자들에게는 손해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병원비 걱정 없는 든든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앞으로 5년간 30조6000억원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쌓인 건강보험 누적흑자 21조원 중 절반가량을 활용하고, 나머지 부족 부분은 국가가 재정을 통해 감당하겠습니다.

-5년간 30조원이면 매년 6조원 정도의 예산이다. 과연 가능할지 따로 살펴보도록 한다.

동시에 앞으로 10년 동안의 보험료 인상이 지난 10년간의 평균보다 높지 않도록 관리해 나갈 것입니다.

-혜택은 훨씬 더 늘리는데 건강보험료의 추가 인상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향후 5년간은 흑자재정을 쓴다고 쳐도 그 이후에 대한 대책은? 다음 편에서 짚어본다.

국민의 세금과 보험료가 한 푼도 허투루 쓰이지 않도록 비효율적이고 낭비적인 지출은 철저히 관리해 나가겠습니다. 국민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국민 혜택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의료소비자에게는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고, 의료공급자들에게는 채찍을 휘두르게 될 것이다. 그 사례를 공개할 것이다.

의료계의 걱정도 잘 알고 있습니다. 비보험 진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적정한 보험수가를 보장하겠습니다.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은 약속이고 지켜질 수 없는 구조다.

의료계와 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좋은 의료제도를 만들겠습니다.

-그러나 이 중대한 제도변화를 아무런 사전 협의 없이, 시범사업도 없이, 준비과정 없이 그는 취임 3개월 만에 발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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