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설마 하는 “임산부 ‘활명수’ 복용 안 돼요”

현호색, 유산 및 조산 위험···약국·편의점 성분 달라

건강을 지키기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겨줍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환자의 부작용 호소와 이를 인지한 의사의 보고로 의약품 부작용 폐해가 수집되고 걸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국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이러한 최소한의 여과장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일반의약품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하나인 소화제 ‘까스활명수’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의약품 1호 활명수’는 어떤 약이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며, 개선점은 없는지 살펴 보고자합니다 .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소화 안 된다고 ‘활명수’ 마시다 속 버린다
2. 전문가도 설마 하는 “임산부 ‘활명수’ 복용 안 돼요”
3. [단독] 임산부의 현호색 복용 위험성 증명한 논문 입수
4. 활명수 부작용, ‘적극 알려야’ vs. ‘소비자가 알아서 할일’

임산부가 자주 겪는 두통과 소화불량은 약을 복용하자니 찜찜하고 참고 견디기에는 불편한 질환으로 꼽힌다.

임산부는 약 복용을 되도록 피해야 한다는 의료 정보는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약 부작용이 태아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태아의 건강을 걱정해서 약을 먹지 않고 무작정 견디는 것도 좋은 자세는 아니다. 전문가와 상담 후 안전한 약을 복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그런데 문제는 임산부 복용금지 성분이 들어간 소화제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팔린다는 것이다.

소화불량과 복통에 마시는 약의 대명사인 그 소화제는 대한민국 1호 의약품이자 전 국민이 다 아는 동화약품의 ‘까스활명수큐’다.

동화약품 까스활명수

동화약품에 따르면 까스활명수큐는 생약 11가지 성분과 탄산이 포함된 담갈색의 건위소화제다.

까스활명수큐의 생약 11가지는 △육계(30mg) △정향(12mg) △건강(12mg) △육두구(6mg) △창출(3mg) △아선약(100mg) △현호색(180mg) △진피(250mg) △후박(50mg) △L-멘톨(16mg) △고추틴크(0.06mL) 등이다.

이 생약 11가지 중 까스활명수큐의 주성분 중 하나가 현호색이다. 현호색이 없다면 더 이상 활명수가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중요한 성분이다.

양귀비과에 속한 다년생 식물인 현호색은 소화불량이나 위장기능 저하로 인한 통증과 같은 소화기 질환 치료와 부인과 질환에 다양하게 쓰이고 있는 한약재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현호색은 항산화와 항염증작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에 대한 항균작용 등의 효능도 갖고 있다.

이같이 소화기 질환에 뛰어난 효능·효과를 가진 현호색의 가장 큰 문제점은 임산부 복용금지 성분이라는데 있다.

동의보감에서는 임산부가 유산을 할 수 있어 현호색(사진)의 복용을 금하고 있다. 의학이 발전하지 않았던 시대에는 낙태를 하기 위해 일부러 현호색을 복용했다고 한다. 그래서 현호색은 항상 의사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정확하고 안전한 처방을 받아야 하는 중요한 한약재 중 하나로 꼽힌다.

양귀비과에 속한 다년생 식물 현호색

이에 <헬스타파>는 임신과 출산을 전문으로 진료하는 산부인과의사의 학술모임인 대한산부인과학회에 임산부 현호색 복용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 의견을 구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자문에 따르면 현호색의 주 약리 작용은 진통작용이 있는데 이는 테트라하이드로팔마틴, 코리달린에 의해 일어난다. 특히, 테트라하이드로팔마틴은 몰핀과 유사작용으로 진정, 최면 등 중추 억제 작용이 있다.

또한 관상동맥의 혈류량증가와 말초 혈관의 확장을 일으키며, 위궤양 억제 작용이 있고 시상하부에 작용해 부신피질의 분비를 촉진시킨다.

부작용으로는 임산부에서는 자궁수축을 일으켜 유산 및 조산의 위험이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임상 연구 결과는 없으나 이같은 이유로 현호색을 임산부에게 사용하는 것은 금기하고 있다.

대체 가능한 성분으로서 소화성 궤양에 수크랄페이트, 알루미늄하이드록시라제, 라니티딘, 프로톤펌프 억제제등이 비교적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임산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진경 및 진통작용을 하는 제제로 메토클로프라미드, 스코폴라민 및 아세트아미노펜 등이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도 현호색이 자궁수축을 일으켜 유산 및 조산을 시킬 수 있는 부작용을 갖고 있어 임산부에게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다. 임산부가 유산을 할 수 있어 현호색의 복용을 금한다는 동의보감과 대한산부인과학회의 의견이 일치한다.

대한한의학회 회원 대한본초학회도 임산부가 현호색을 복용하면 안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헬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대한본초학회 관계자는 현호색이 동화약품 까스활명수큐의 생약 성분 11가지 중 하나라는 말에 “설마, 정말이요?”를 몇 번이나 되물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에 현호색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현호색은 임산부 복용 금지 한약재”라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가 현호색의 부작용으로 제기한 조산은 정상적인 임신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임신 20~37주에 미리 분만하는 것을 말한다. 전체 임신의 8~10% 정도에서 조산이 이루어지며, 임신 주수가 이를수록(임신 후 조기에 빨리 출생할수록) 조산아의 사망률이 높다.

사진=픽사베이

최근에는 의학 기술의 발달로 미숙아의 사망률이 50% 이상 줄었지만, 조산을 한 경우 가족들은 정신적·경제적 부담을 떠 안게 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집계한 다빈도질병에 따르면 ‘달리 분류되지 않은 단기임신 및 저체중출산에 관련된 장애’로 입원한 환자는 △2010년 1만2273 △2011년 1만2371 △2012년 1만3154 △2013년 1만2840 △2014년 1만2706 △2015년 1만3059이다.

전문가는 태아의 성장과 함께 자궁이 확장되는 시기인 만삭 이전의 임신부라면 자궁을 수축시키는 한약재 복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산부인과전문의뿐만 아니라 보건당국도 현호색이 임산부 복용 금지 성분이라는 것을 재확인해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1년 6월 개최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액상소화제 중 까스활명수큐와 까스명수에프액에는 임산부 투여가 금지된 현호색 함유로 의약외품 전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복지부는 다음달 7월 의약외품 범위지정 고시를 개정, 안전하게 사용되어 온 액상소화제, 정장제, 외용연고제, 파스, 자양강장드링크류 등 48개 일반의약품을 의약외품으로 전환시켰다.

까스활명수큐의 의약외품 버전인 까스활은 △L-멘톨(2.5mg) △건강(250mg) △육계(400mg) △아선약(50mg) △소두구(50mg) △고추(25mg)와 탄산으로 만들어졌다. 의약외품에는 임산부 복용 금지 성분 현호색(사진)이 없다.

동화약품 까스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