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지키기 위해 복용하는 의약품이 때로는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부작용을 안겨줍니다. 의료계와 제약업계에서는 의약품으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의사의 처방을 필요로 하는 전문의약품의 경우 환자의 부작용 호소와 이를 인지한 의사의 보고로 의약품 부작용 폐해가 수집되고 걸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약국 등에서 손쉽게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은 이러한 최소한의 여과장치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내 일반의약품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장 쉽게, 가장 많이 찾고 있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하나인 소화제 ‘까스활명수’에 대해 들여다보았습니다. 12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의약품 1호 활명수’는 어떤 약이고, 어떠한 문제점이 있으며, 개선점은 없는지 살펴 보고자합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1. 소화 안 된다고 ‘활명수’ 마시다 속 버린다
2. 전문가도 설마 하는 “임산부 ‘활명수’ 복용 안 돼요”
3. [단독] 임산부의 현호색 복용 위험성 증명한 논문 입수
4. 활명수 부작용, ‘적극 알려야’ vs. ‘소비자가 알아서 할일’

<헬스타파>는 임산부의 현호색 복용 위험성을 증명한 논문을 입수했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부인과교실 배은경·이경섭·송병기 연구팀은 1995년 경희한의대논문집에 <목단피·현호색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발표했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부인과교실 배은경·이경섭·송병기 연구팀의 <목단피·현호색이 임신에 미치는 영향> 논문

경희대 연구팀은 임신 중 금지 약물에서 목단피와 현호색을 선정해 독성을 확인하는 실험에 착수했다.

임신한 흰쥐 7마리 1군을 대조군(생리식염수 경구투여)으로 하고 실험군은 각각 7마리를 샘플 A군(목단피 경구투여)과 샘플 B군(현호색 경구투여)으로 나눴다.

연구팀은 프로게스테론(Progesterone) 측정을 위해 샘플 A군과 B군에 HCG 25uits/kg을 흰쥐의 귀 혈관에 1회 주사했다. HCG 투여 5일때부터 10일간 A군에는 목단피 448.0mg/kg, B군에는 현호색 186.0mg/kg, 대조군에는 생리식염수 10ml/kg을 1일 1회 경구투여했다.

생리식역수만 경구투여한 대조군은 프로게스테론이 95.4±10.9ng/ml, 172.8±20.5ng/ml, 155.2±6.68ng/ml로 5, 10일에서는 증가했으나 15일에는 감소했다.

현호색을 경구투여한 샘플 B군은 프로게스테론이 78.0±3.2ng/ml, 20.2±1.32ng/ml, 33.6±6.30ng/ml로 5일에서는 대조군에 비해 감소했으나 유의성이 없었고, 10, 15일에는 유의성있게 감소했다(p<0.001).

생리식염수만 경구투여한 대조군의 15일 후 프로게스테론이 155.2±6.68ng/ml였던 반면 현호색을 경구투여한 샘플 B군의 15일 후 프로게스테론이 33.6±6.30ng/ml로 큰 차이가 난다. 현호색을 복용한 샘플 B군의 프로게스테론이 대조군에 비해 무려 121.6ng/ml이 낮게 나왔다. 현호색 복용이 프로게스테론 농도를 큰 폭으로 떨어뜨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는 무엇을 뜻할까. 자궁 수축을 일으켜 유산 또는 조산을 유발한다는 것을 말한다.

출처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프로게스테론은 배란되기 전부터 생성되며 난자가 여포(난자 주위의 주머니 모양의 조직)를 빠져나간 후 속이 빈 여포를 채운다. 여포에서 배출된 난자가 정자와 결합하여 수정되면 이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여 태반을 형성하고, 태반은 임신기간 계속해서 프로게스테론을 생성한다. 난자가 수정되지 않으면 프로게스테론은 난소에서 월경이 시작되기 수일 전까지 분비된다.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떨어지면 자궁벽의 비후가 중단되며 곧이어 자궁벽이 허물어져 월경을 하게 된다. 프로게스테론은 자궁속막이 수정란을 수용·착상·성장할 수 있게 자궁벽을 준비시키며 착상된 수정란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자궁의 근육수축을 억제한다.

프로게스테론은 여성의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난소에서 난자가 배란이 되게 하며 난자가 수정되면 이들 호르몬은 임신이 끝날 때까지 더 이상 배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억제한다.

2개 이상의 난자가 배출(다배란)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이중적인 작용으로 인해 보통 동시에 둘 이상의 난자가 방출되고 수정되는 것이 방지된다. 많은 경구용 피임약은 프로게스테론과 유사한 합성 화학약품으로서 난자의 성장과 배출을 방해해 수정이 일어나지 않게 한다.

출처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출처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프로게스테론의 농도가 임신과 출산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지에 대한 설명이다.

프로게스테론의 농도를 저하시키는 현호색이 포함된 의약품이라면 반드시 임산부 복용에 관한 주의사항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제품에도 표시가 없다.

이에 대해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관계자는 “임산부의 조산 위험성은 의약품에 함유된 현호색 용량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며 “까스활명수큐 몇 병을 마신다고 조산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호색이 임산부 복용 금지 성분이라는 것은 변함없다”고 말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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