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케어’의 딜레마, 당신의 선택은?

상상을 해보는 거다. 당신은 앞으로 환자가 될 사람 10명의 의료비용을 책임지는 관리자다. 당신에게는 5000만원의 예산을 줬다. 한 사람이 평균 500만원씩 쓸 수 있는 돈이다.

예산 5000만원

첫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이 환자는 의료비 300만원으로 치료가 끝났다. 당신은 뿌듯하다. 평균 500만원이 소요되는데 300만원만 사용했으므로 200만원이라는 여윳돈이 생겼다.

얼마 후 두 번째 환자가 발생했다. 의사가 말하기를 앞 환자와 달리 이번 환자는 병이 좀 중한 병이라고 한다. 그래도 앞 환자가 남겨둔 200만원의 여윳돈이 있으니 큰 걱정이 되지는 않는다.

치료가 시작됐다. 치료비는 금새 500만원을 넘었다. 조금 있으니 700만원도 넘었다. 앞 환자에게서 아껴두었던 200만원도 다 써버린 것이다.

당신은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이제부터는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당신은 환자가 빨리 낫기를 바랄 뿐이다. 조금 예산을 초과해도 다른 환자들에게서 절감될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두 번째 환자의 치료비가 1000만원이 넘었다.

당신은 의사를 부른다.

선생님, 이 환자에게 치료비가 이렇게 많이 들어가면 안 됩니다.

의사는 대답한다.

아니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이 환자 중환자라서 그래요. 일단 환자는 살려야지요. 이제 조금만 더 치료하면 살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의사에게

신경 좀 써주세요. 무한정 치료비를 들일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한다.

의사는

알고 있습니다.

라고 대답한다.

당신은 일단 물러설 수밖에 없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당신은 초조한 마음으로 치료과정을 바라보고 있다. 치료비는 1200만원을 넘고, 곧 1500만원을 넘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당신은 다시 의사를 부른다.

아니 의사양반! 지금 어쩌자는 거에요? 이 환자 목숨만 소중해요? 다른 대기 환자들 치료비는 대체 어떻게 할 겁니까.

의사가 대답한다.

그건 알겠는데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치료하면 이 환자 살 수 있습니다. 지금 중단하면 다 물거품이 됩니다. 환자 죽고 말아요. 이제 거의 다 왔습니다. 정말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당신은 또다시 물러서고 만다. 지금 중단하면 환자가 죽는다는데 환자를 죽였다는 책임을 지기는 싫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치료비는 이제 2000만원을 넘어섰다. 이제 정말 안 되겠다.

아직 환자가 8명이나 남았는데 2번째 환자의 치료비가 2000만원을 넘어가다니, 이대로 간다면 3000만원, 4000만원을 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럼 대체 나머지 환자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의사를 또다시 불렀다.

이봐요 의사양반! 이제 정말 안됩니다. 치료를 중단하세요. 다른 대기 환자들의 목숨도 소중합니다. 제가 관리자의 직권으로 이제 더 이상 치료비 못 줍니다.

의사가 다시 대답한다.

사정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거의 다 왔습니다. 조금만, 진짜 조금만 더 치료하면 이 환자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치료를 중단하라고요?

질문

당신에게 세 가지 질문을, 그리고 마지막 질문을 드린다.

첫째 질문, 관리자인 당신은 어떤 최종 판단을 내릴 것인가?

1. 치료 중단
2. 치료 계속

둘째 질문

1) 위 질문에서 1번, 즉 치료중단을 선택하신 분께 드리는 질문

두 번째 환자가 실은 당신의 가족이다. 어머니나 아버지 또는 당신의 아들이나 딸이다. 그래도 치료를 중단시킬 것인가?

두 번째 환자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2) 위 질문에서 2번, 즉 치료 계속을 선택하신 분께 드리는 질문

실은 당신의 가족 중 한 사람이, 즉 당신의 어머니나 아버지 또는 당신의 아들이나 딸이 10명의 환자 중 9번째 환자다. 9번째에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2번 환자의 치료를 계속하라고 할 것인가?

9번째 환자가 당신의 가족이라면?

3) 셋째 질문,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는 치료과정 중에 환자에게 가족과 유사한 애착과 환자의 생명에 대한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당신이 의사라면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4) 마지막 질문
이 실험은 필자가 의과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요청을 받을 때마다 해왔던 실험이다. 의료서비스의 경제적 측면의 관리 어려움과 딜레마, 공급자와 관리자 사이의 분쟁의 원인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만든 실험이다.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첫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늘 반반이었다. 그리고 둘째 질문을 던지면 그들의 첫 번째 선택은 대부분 바뀌었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을 드린다.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인가?

이것이 마지막 질문이다.

필자는 해답을 갖고 있다.

정답은 “필요한 예산만큼 예산을 늘리는 것”이다. 특히 예산이 부족한 경우라면 더더욱 예산을 늘려야 한다. 5000만원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상관에게 달려가 돈을 더 달라고 해야 한다.

의료의 경제적 통계
의사가 “환자의 치료를 중단할 수 없다”라고 요구한 것은 한 사람에게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끝까지 치료해서 살려내야 한다는 것으로 ‘최선의 의료’의 개념이다. 반면 관리자인 당신이 의사에게 “다른 환자도 치료를 받아야 하니 적정한 선에서 진료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경제적 의료’의 개념이다.

영국처럼 모든 재원을 국가 재원으로 해결하는 공공의료에서는 경제적 의료가 더 강조된다. 미국처럼 의료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개인의 책임이 강조되는 나라는 최선의 의료가 더 강조된다.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어느 것이 우월한 제도라고 못 박기는 어렵다. 그러나 ‘충분하지 않은 재원’ 아래에서 ‘경제적 의료’가 강요된다면 얘기가 다르다. 이것은 나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의료비가 얼마나 쓰일까.

대한민국 국민은 OECD 국가의 국민보다 의료기관을 2배 더 이용을 많이 한다. 1년에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일수도 2배, 1년 중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도 2배다. 그렇다면 지출 의료비는 2배를 써야 하는데 OECD 국가 평균의 3분의 2를 쓴다.

이국종 교수(출처 아주대학교의료원)

그러니까 중증외상센터가 이국종 교수가 지적한 대로다.

중환자실과 응급실은 원가보전율(원가 대비 받는 수가)이 43~80%에 머물고 있다. 환자에게 10만원을 들여 진료하고서 4만3000원이나 8만원을 받을 수 있으니 진료할수록 손해를 보는 것이다.

신생아중환자실은 병상 1개당 평균 5,800만원의 적자를 본다.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이 20개를 둔 병원은 연간 11억원의 적자를 보고, 신생아중환자실 병상을 10개를 둔 병원은 연간 6억원의 적자를 본다.

전국의 신생아중환자실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고 있고 신생아중환자의학회 임원은 연간 신생아중환자실의 부족으로 인해 안 죽어도 될 신생아가 사망하는 숫자가 약 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위 실험으로 다시 돌아가자.

위 실험이 현실이라면 의사는 그동안 어떻게 환자를 치료해 왔을까.

의사는 주어진 예산 외에 환자에게 직접 돈을 받아서 치료해왔다. 그동안 의료기관들이 망하지 않은 것은 부족한 치료비를 환자의 호주머니에서 받아내 운영했기 때문이다. 그것이 비급여다. 당신은 그 비급여 진료비가 부담스러워서 실손보험에 가입했던 것이다.

문재인 케어의 본질
이제 문재인 케어를 들여다보자.

문재인 케어의 본질은 “예산 증액 없이 비급여를 없애겠다”라고 선언한 것이다. 의료비 총액은 적지만 의료비 중에서 개인지출 비중이 많은 대한민국에서 건강보험보장을 높이는 것은 바람직하고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이 선언은 예산증액은 차단하고 그 범위 내에서 경제적 의료를 강요하는 정책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왜 예산 증액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을까. 예산증액은 곧 건강보험료 인상을 의미한다. 건강보험료는 세금은 아니지만, 세금처럼 강제로 걷어가기 때문에 국민은 세금으로 느낀다. 그래서 준조세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때문에 건강보험료 인상은 정치인이 가장 싫어하는 대중의 강한 반발을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욕은 먹지 않고 생색만 내는 방법은 “예산 증액 없이 비급여를 없애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출처 YTN

대통령이 선언했으니 그대로 추진될 것이다. 그대로 추진된다면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1. 주어진 예산 내에서 치료를 마쳐야 하므로 정부는 매우 까다로운 치료기준을 마련한다. 그리고 환자들은 치료기회를 놓치게 된다. 예를 들어 항응고제 복용이 6개월간만 건강보험이 되고 이후에는 환자의 본인부담 즉 비급여로 약을 먹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무조건 중단해야 할 것이다. 만일 환자가 “내 돈을 더 낼 테니 치료를 연장해달라”고 해봐야 소용이 없다. 의사가 그 돈을 받으면 불법이 되기 때문이다.

2. 비급여지출을 담당했던 실손보험의 지출이 크게 줄어들어 민간보험사들은 함박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반면 실손보험료를 꼬박꼬박 냈던 당신은 상대적으로 손실을 본다. 그렇다고 보험을 중단하는 것도 손해다.

3. 늘어나는 보장의 혜택은 대부분이 노인의 몫이 될 것이고 의료비 부담은 투명하게 건강보험료를 내는 젊은 직장인들의 몫이 될 것이다. 젊은이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보장성 강화는 대통령의 선언으로 어느 날 갑자기 시행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 국민적 합의로 전문가들의 충분한 검토와 참여하에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정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