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움과 소송’이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자살로 몰아

서울아산병원의 한 간호사가 “태움 때문에 일하기 힘들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태움’은 선배 간호사가 신입 간호사를 괴롭히며 가르치는 방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이다. 일선 간호사들은 태움이 교육을 빙자한 가혹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육체적·정신적 학대란 점에서 군대 가혹 행위와 같다.

서울아산병원

A씨는 지난해 9월 서울아산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에 신규 간호사로 입사했다. 신입 간호사는 입사 후 3개월간 ‘프리셉터’라 불리는 선배 간호사가 전담 관리한다.

하지만 A간호사는 프리셉터가 제대로 가르쳐 주지도 않고 타박만 해 대부분 업무를 동료 간호사에게 배웠다고 한다. 수습 기간이 끝나도 일이 손에 익지 않자 프리셉터가 3개월을 추가로 관리하기로 했다.

서울아산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은 간호사들 사이에 태움으로 유명한 것으로 알려줬다.

A간호사는 입사 초기에만 해도 “너무 많이 배웠다”며 좋아했으나 차츰 우울하고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 3시간만 자며 끼니를 거르기 일쑤라 5kg 넘게 빠졌다.

급기야 남자친구에게 “출근하기 무섭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지?”라고 하소연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A간호사는 병원 측과 상의 끝에 조만간 그만두기로 했으나 지난 14일 중환자를 돌보던 중 시술한 관을 잘못 건드려 찢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다음 날 아침 A간호사는 남자친구에게 “나 큰일 났어. 무서워. 어떡해?”란 카톡을 보냈다. 남자친구는 즉시 A간호사가 있는 서울아산병원 기숙사로 향했다.

A간호사는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그녀는 “어머니께 뭐라고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고 너무나도 죄송하다”고 말했다. 남자친구는 혼자 두면 안 될 것 같아 함께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이튿날 오전 기숙사에 데려다줬다.

해당 환자는 재시술을 받았으나 A간호사는 선배 간호사들로부터 “소송에 걸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에 A간호사는 수간호사에게 오프를 요청한 다음, 소송 사례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지난 16일 설날 그녀는 가족들에게 출근한다고 알렸으나 병원 대신 근처 아파트로 향했다. 그리고 10층에서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법적 책임을 질 수도 있다는 말을 들은지 이틀째이자 입사한 지 반년도 채 안 된 시기였다.

휴대폰에 쓰다 만 유서에는 수면 부족, 끼니거름으로 인한 고충과 자신을 태운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일하기 힘들다’, ‘안 괴롭혔으면 좋겠다’란 글이 적혀 있었다.

태움은 폭언, 왕따, 얼차려는 물론 뺨을 때리고 정강이를 차거나 차트로 머리를 찍는 경우도 있다. 신규 간호사는 만만해서 괴롭히고 경력직은 외부자라며 왕따시킨다.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는 전남대병원 간호사 2명이 태움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유서에 자살 동기가 태움이라고 명시된 이상 관련 간호사들에 대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해 보인다. 오랫동안 지속된 태움 문화를 방치한 서울아산병원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서울아산병원 내과계 중환자실 의료진(출처 서울아산병원)

한편 서울아산병원 내과계 중환자실은 운영의 효율성을 위해 내과계중환자실1 15병상( 격리병상 9개, 개방병상 6개)과 내과계중환자실2 13병상(격리병상 7개, 개방병상 6개) 등 2개 부서로 구성됐다.

폐렴, 급성호흡곤란 증후군, 패혈증 등 급성질환을 가진 환자뿐만 아니라 만성폐쇄성 폐질환, 만성 신부전 등 만성질환을 포함함 내과적 문제를 가진 환자가 혈역학적 집중감시, 약물투여, 인공호흡기 적용, 신대체요법이 필요할 때 입실해 치료를 받는 곳이다.

내과계중환자실은 국내 최초 중환자 세부 전담의 배치, 조기대응팀 MAT(Medical Alert Team)을 구성을 통해 응급환자 발생 시 빠른 치료가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호흡 치료실 간호사가 상주하며 환자의 호흡기능 유지를 관리하고 있다. 또한, 폐외 순환장치와 폐이식 등의 전문적인 치료를 통해 폐질환 환자의 치료에 보다 수준 높은 의료를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