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 의료사고로 보는 국내 의료제도의 문제점

평소 조용하던 필자의 블로그에 갑자기 하루만에 11만명이 넘는 방문객이 찾아왔다. 한예슬씨 의료사고와 관련한 포스팅이 회자가 됐기 때문이란다.

다행히 글을 읽은 시민들은 ‘의사도 선의를 갖고 환자를 배려하다가 발생한 사건’이라는 글의 요지를 이해한 것 같다. 방문객의 댓글들이 대체로 포스팅의 내용에 공감한다는 글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과 시민들은 여전히 “피해자가 배우라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병원 측이 책임을 인정한 것 아니냐”라고 주장한다.

한예슬이 자신의 SNS에 올린 수술 부위 사진(한예슬 인스타그램)

방송 인터뷰에서 기자로부터 이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 필자는 “이슈화를 하는 데는 유명인이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피해자가 유명인이거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일 때 병원 측이 사고의 책임을 더 쉽게 인정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런데 인터뷰 후 사실 기자의 주장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명백한 의료사고로 환자가 사망한 사건에 대해 대학병원이 “나 몰라라”하며 “억울하면 소송해”라고 한 사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대학병원 2곳에 ‘전문가의 의견서’ 제출을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의 요청을 받은 대학병원은 거부했다.

법원은 또 다른 대학병원 2곳에 의견서를 요청했다. 그곳에서도 거부했다.

법원은 또 다시 다른 대학병원 2곳에 요청했다. 마지막 대학병원 2곳도 거절했다.

어느 지방대학병원에서 벌어진 의료사고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서를 제출해달라는 법원의 요청을 총 6개의 대학병원이 거절한 것이다.

이 사건은 기사화가 됐다. 기사를 읽은 당시 전국의사총연합 대표였던 필자는 사고가 일어난 대학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진실을 고백하라’는 내용으로 1인 시위(사진)를 수차례 벌였다.

대학병원 앞에서 ‘의료사고, 진실을 고백하라’ 1인 시위

수년 후 이 사건은 방송에도 보도됐고, 결국 대학병원은 진실을 고백하고 책임을 인정했다.

이 사건만을 보면, 얼마나 의사들이 ‘전문성’을 방패삼아 자신과 타인의 책임을 감추고 숨기기 위해 노력하는지 알 수 있다.

부끄러운 일이다.

그런데 당시 의료진들이 책임을 숨기기에 급급했던 이유가 과연 피해자가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아니다.

한예슬씨 못지 않게 유명한 가수 신해철씨도 의료사고를 당해 사망했다.

그리고 담당의사는 책임을 부인했다.

고 신해철

탤런트 박주아씨도 의료사고를 사망했다.

이번에도 담당의사과 병원 측은 책임을 부인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인공호흡기를 치료를 받을 때 기관내튜브에서 장침이 발견됐지만, 끝내 경위는 밝혀지지 않았고 책임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의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피해자의 신분과 관련이 없다. 의사의 책임 인정 여부는 의사 개인의 인성과, 제도적 뒷받침에 있다.

참고로 뉴질랜드는 의사들이 의료사고(의료과오)에 대한 책임을 발뺌하는 일을 찾기 어렵다고 한다.

모든 의료사고에 대한 보상을 정부가 해주기 때문이다. 의사의 실수가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면, 의사가 실수를 감출 이유가 없다.

건강보험에서 재정지원을 받는 의료사고배상공단을 만들어야 의사도 안심하고 ‘적극적 치료’를 할 수 있고 환자들도 보호받을 수 있다.

그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발생할 수많은 의료사고의 피해자들이 신음하고, 의사들도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고 소극적 치료에 머물 것이다.

그 피해 역시 환자들의 몫으로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