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 이상 나갔지만, 아직도 구호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최정윤

이름: 최정윤
포지션: 약사(Pharmacy Manager)
파견 국가: 남수단
활동 지역: 주바
파견 기간: 2018년 9월~2019년 1월(5개월)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마음에서 우러나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파견을 나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아직은 계속 같은 마음이어서 한 프로젝트가 끝나면 바로 다음 구호 활동을 떠나는 편입니다.

– 구호 활동을 떠나기 전 어떻게 지내셨나요? 어떤 준비를 하셨는지 알려주세요.

긴급 구호 현장(Emergency Mission)에서 주로 일하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는 되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다음 구호 활동에서 전문 지식에 관한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기를 요구할 때는 한국에서 온라인 강의를 듣고 파견을 떠납니다. 이번 파견 전에는 국경없는의사회 온라인 교육 사이트(MSF OCA Learning and Development Academy)를 통해 재고 관리 툴인 UNIFIELD에 대한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남수단 피보에 설치한 구호 텐트. 이 지역에 설사 환자가 늘어나 병상과 매트리스 수요가 늘어났다. 수요 조사를 하는 것도 약사의 업무 중 하나다 ⓒ국경없는의사회

– 이전에 다녀왔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이번에 도움이 되었나요? 어떤 경험이 가장 유용했나요?

현장마다 늘 새로운 것을 배우지만 큰 틀은 같아서 전에 일했던 경험이 큰 힘이 됩니다. 기술적으로 의약품 주문과 예산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어떤 파견지에서도 바로 업무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구호 현장을 벌써 10번 이상 나갔지만, 아직도 현장에서 새로운 것을 배웁니다. 그래서 구호 활동을 하면 할수록 활용 기술이 늘어나고 일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 이번에 활동하고 돌아온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내전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남수단 사람들에게 인도적인 의료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저는 현장 의약품 매니저(Mission Pharmacy Manager)로서 현지 직원인 항공 약사(flying pharmacist)와 함께 원활한 의약품 공급 및 조달을 진행했습니다. 의약품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관장한다고 보면 됩니다.

수도에서 캠프로 의약품을 수송하는 국경없는의사회 비행기 ⓒ국경없는의사회

제가 있는 동안은 말라리아, 설사 환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활동 중간에 인접국인 콩고에서 에볼라가 창궐하고 있어서 우리는 에볼라 발생에 대비해 에볼라 대응 키트를 재정비하였습니다. 에볼라 의심 환자가 나오기는 했으나 다행히 에볼라 발생은 없었습니다.

– 현장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휴일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셨나요?

주로 의약품 창고에서 일합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의약품 창고에서 일을 시작합니다. 필요에 따라 사무실로 이동해 의료 부서와 해결해야 하는 업무를 하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행정 등 다른 부서와 회의를 합니다.

친한 친구들이 있어서 같이 음식도 해 먹고 술도 마시고 집에서 파티가 있을 때는 즐겁게 춤도 추면서 재미있게 보냈습니다.

의약품 창고에서 현지 직원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 주거 환경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수도에 거주해서 주거환경은 아주 좋았습니다. 모든 활동가가 한집에 살았는데 제 방에 화장실, 욕실, 에어컨이 있어서 편했습니다. 다만 사는 사람 수가 많은데 개별적으로 음식 재료를 조달하는 구조라서 음식을 조리해 먹기에 편하지는 않았습니다.

– 활동 중 인상에 남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저는 이번이 두 번째 남수단 활동이기 때문에, 첫 번째 방문했던 2012년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경없는의사회의 도움이 필요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제 임기 전에 일어났던 주문 사고로 힘든 시기에 투입됐었는데 의약품 공급에 많은 차질이 생겨 이를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했습니다. 일이 너무 많아서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만큼 많은 환자에게 도움이 돼 뿌듯했습니다.

사실은 바로 전 우간다 현장 활동이 무척이나 힘들었습니다. 긴급 구호에 투입됐고 주거환경이 나빠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일도 많아서 제가 떠나기 바로 전 날까지도 자정까지 일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 때는 이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남수단 활동도 마찬가지로 힘들더군요. 더 이상의 최악은 없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정신건강상 좋겠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남수단 현지 약사가 만든 아침 식사 ⓒ국경없는의사회

–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조금 휴식을 갖고 바로 다음 출발했습니다. 지금은 모잠비크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 미래 구호 활동가들에게 한마디

구호 활동에 참여하고 싶어서 시작하신 분이라면 힘이 들든 안 들든 우선 즐기길 바랍니다. 그러나 언제든지 아니다 싶으면 집에 가겠다는 말을 할 수 있는 용기를 꼭 갖기를 바랍니다. 절대 내가 구호 활동을 못 끝냈다고 해서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말 꼭 해주고 싶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문화적 배경 때문에 어떻게든 견디려고 하는데 그러다 정신이 피폐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