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받는 리베이트

리베이트 사건이 터져 나오면 의례 의사들이 언론의 질타를 받는다. 매번 의사들이 나오지만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약사는 찾기가 힘들다.

약사도 의사들처럼 리베이트를 받을까.

받는다.

약사들이 받는 리베이트는 두 종류다.

사진=shutterstock

하나는 의사들처럼 제약회사 또는 도매상에서 주는 경우다

모든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는 게 아닌 것처럼 제약회사로부터 모든 약사가 리베이트를 받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일부는 받는다. 약의 선택은 처방권을 가진 의사가 결정하는데, 왜 제약회사에서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할까.

조제권 때문이다.

의사가 약을 처방한다. 그리고 리베이트를 받는다. 그런데 의사에게 처방권이 있는 것처럼 약사에겐 조제권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19년 전인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될 때 약사는 의사의 처방대로 조제할 것에 동의했다. 그러나 19년이 지난 지금 곧이곧대로 조제하는 약사는 별로 없다.

의사의 처방과 별개로 약사는 약을 바꿔 지을 수 있다. 이것을 ‘대체조제’라고 한다. 대체조제를 위해서는 몇몇 조건들이 붙어야 하지만 이를 무시한다고 문제 삼는 사람은 없다. 처벌권한을 가진 정부가 오히려 대체조제를 조장하기 때문이다.

의사가 처방에 대한 일차 선택권을 갖고 있지만, 약사는 이차 선택권을 가진 셈이다. 이에 일부 제약회사에서는 의사에게 하듯 약사에게도 리베이트를 뿌리며 영업을 한다. 일부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듯이 일부 약사도 약값의 7~15%의 리베이트를 받고 있다고 제약회사와 도매상들은 말한다.

그리고 만일 약을 처방하는 의사가 리베이트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약사가 알게 되는 경우, 의사의 몫까지 가져오라는 약사들도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그리고 약국 중에는 이같은 약국도 있다.

환자가 줄을 선 약국

동네약국에서 약을 타기 위해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든다. 이 약국의 약은 신경통과 관절염에 효과가 좋다고 소문이 났다고 한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처방전 없이 약사가 약을 마음대로 지어준다. 의약분업 예외지역이기 때문에 가능한데, 타지역 사람들까지 몰려든다고 한다. 이렇게 약의 선택권과 조제권을 동시에 갖고 있는 약국들을 과연 제약회사들과 도매상들이 외면할 수 있을까.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

두 번째는 정부가 주는 리베이트다. 이건 가히 충격적이다

리베이트를 단속하는 정부가 리베이트를 준다? 이게 가능할까.

정말 준다.

2013년 9월, 정부는 법안 하나를 입법예고했다. 그 내용은 충격적이다.

기존에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약사가 같은 성분의 싼약으로 바꾸어 조제를 하면 절감된 약값 차액의 30%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약사에게 지급해왔는데 그것을 최대 70%까지 인상한다는 내용이었다.

예를 들어 의사가 처방한 환자의 두 달치 약값이 10만원인데 이것을 약사가 6만원짜리 약으로 바꿔서 조제하면 차액 4만원의 70%인 2만8000원을 정부가 약사에게 지급한다는 것이다. 싼약 조제의 대가로 정부가 약사에게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셈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할까. 약사가 싼약으로 조제를 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지출이 줄어든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재정을 줄여준 약사에게 답례로 절감된 약값의 최대 30%를 제공해온 것이다.

인센티브를 70%까지 확대한다는 법안은 없던 일이 됐지만, 기존에 근거 없이 제공되던 저가약 대체조제 인센티브, 즉 싼약으로 대체조제를 하는 약사에게 정부가 30%의 리베이트를 준다는 것은 아예 법제화가 됐고, 리베이트를 지급하는 대상 약은 꾸준히 늘어서 2016년 들어 9000개에 육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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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고 혹시 싼약으로 대체조제를 한다고 해도 “동일성분이라는데 뭐가 문제”라고 쉽게 생각하는 독자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싼약 대체조제에는 문제가 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기간이 만료되면 성분을 복제해서 만드는 행위가 허용된다. 그래서 특허가 만료되는 해가 되면 같은 성분의 약 60~70여개가 무더기로 쏟아진다. 이것을 복제약이라고 한다.

이때, 복제약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 검사의 이름은 ‘약효동등성 시험’이 아니라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다.

이름도 거창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의 내용은 놀랍게도 ‘흡수율 비교시험’에 불과하다. 복제약을 투여한 후 일부는 몸에서 빠져나가고 일부는 잔류되는데, 이 농도가 오리지널의 80~125% 이내에 들어온다면 복제약으로 인정해준다는 것이다.

양지병원 임상연구센터에서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이 끝난 후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

약효동등성 시험은 너무 큰 비용이 들기 때문에 흡수율을 비교하는 생물학적동등성 시험으로 대체하는 것인데 이나마도 부정이 많다. 어느 약대교수가 조작을 했다가 적발됐다는 뉴스가 언론에 나온 적이 있다. 그렇다면 그 약은 가짜 약인 셈이다. 2004년의 경우 무려 수백개의 복제약에서 부정이 저질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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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되는 약을 약사가 싸다는 이유로 처방을 하면 정부가 차액의 30%를 약사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2012년 정부는 약사들에게 조제수가를 더 많이 인상해줄 테니 싼약 대체조제를 활성화해달라고 공개적으로 요구를 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약사들이 받는 대체조제 장려금의 규모는 실제 그리 크지 않다. 사실 의원-약국의 관계는 공생관계인데 의사의 처방을 바꿔서 조제하면 관계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 실효성이 적은 저가 대체조제 리베이트 제도를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과연 정부가 의약품 리베이트를 단속할 자격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