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실 CCTV 설치’ 논란은 불신에서 시작된 일이기 때문에 이를 걷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달 30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수술실 CCTV 설치’ 토론회에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를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경기도는 전국 최초로 지난해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에 수술실 CCTV를 도입(사진)했다. 수술실 내 성희롱, 무자격자 대리수술이 자꾸 도마 위에 오르자 고의적 위법행위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

경기의료원 안성병원 수술실에 설치된 CCTV(출처 경기도)

수술실 CCTV 도입을 발표하자 의료계 반발이 쏟아져 나왔다. 의사들은 진료권 위축, 소극적 의료행위 유발 등을 이유로 득보다 실이 더 클 것 이란 논리였다.

실제 안성병원 환자들도 처음에는 반산반의했다. 안성병원에서 10월 한 달간 이뤄진 총 수술 건수 144건 중 76명의 환자만이 CCTV 촬영에 동의했다. 찬성률 53%에 그친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수술실 CCTV 설치에 대한 공감대는 점차 커졌다. 지난 4월 조사(누계치)에서는 전체 수술 건수 1192건 중 791명의 환자가 CCTV 촬영에 동의했다. 찬성률 66%로 7개월 만에 13%p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분당차병원에서 발생한 ‘신생아 사망사고 은폐’ 결정적이었다. 부주의로 신생아를 떨어뜨린 것을 넘어 기록 조작 의혹까지 나오면서 의료인에 대한 불신은 정점에 다다랐다.

지난 4월 한 달 동안에는 전체 수술 건수 190건 중 161건이 CCTV 촬영에 동의했다. 동의율은 무려 84%까지 급증했다.

그러자 경기도는 5월부터 수술실 CCTV 설치를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등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으로 전면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아예 도정 운영에 있어 핵심 보건정책으로 삼았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돌연 사라져버린 해프닝을 겪었다. 더불어민주당 인규백 의원이 지난달 14일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불과 하루만에 5명 국회의원의 돌연 철회로 폐기되는 일이 발생했다.

2017년 5월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추미애 대표(사진 오른쪽)와 안규백 사무총장(왼쪽)(출처 더불어민주당)

철회한 의원들은 ‘국회의원 본인과 상관없이 보좌관이 알아서 서명했다’, ‘전문지식이 없어 좀 더 검토하고자 철회했다’ 등을 철회 이유로 밝혔다. 하지만 국회 사무처는 “10명의 의원 공동발의로 발의된 법안이 불과 하루 만에 철회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했다.

하룻밤 사이 폐기됐던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법률안은 다시 안규백 의원을 통해 재발의 됐지만 아직도 법안 통과까지는 요원해 보인다.

의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세기 때문이다. 외과 수술을 주로 시행하는 대한외과학회를 포함한 9개 외과계학회들은 지난달 30일 “CCTV가 목적 달성보다는 안전한 수술 환경을 해칠 가능성이 높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환자의 인권 침해는 물론 수술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반대 이유다. 급기야는 의사와 환자 간 상호 신뢰가 깨질 것이고, 외과계 기피 현상을 더욱 초래할 것이라 했다.

그들의 말도 일리는 있다. CCTV의 설치는 사실 예방 확대에 있어 근본 대책은 아니다. 실제로 2015년 정부는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계속 불거지는 보육교사들의 아동학대로부터 예방하겠다는 차원에서다. 그러나 어린이집에 CCTV가 설치됐음에도 아동학대는 더욱 늘었다.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이 발표한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사례는 2013년 213건에서 2015년 427건, 2016년 587건, 2017년 840건으로 증가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아동 학대 사건은 요즘도 잊을만하면 뉴스 사회면을 장식한다. 자격 기준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되므로 인해 발생하는 일부 보육교사에 대한 기본 자질 문제가 더 크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도 본질은 의사 개개인의 자질 문제다. 의사 개개인에 대한 기본 의료윤리가 떨어짐으로 인해 나타나는 전체 집단에 대한 불신이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로까지 번진 셈이다.

이재명 지사의 말처럼 의사들은 왜 국민 CCTV 설치 의무화를 계기로 개개인 스스로를 돌아보고 지금부터라도 의료 윤리를 강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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