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어린이들 아플 때 갈 곳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밖에 없어”

[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홍기배

이름: 홍기배
포지션: 소아청소년과 의사
파견 국가: 레바논
활동 지역: 베카 계곡
파견 기간: 2018년 8월~2019년 2월(6개월)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저는 학생 때부터 의료 지원이 필요한 나라에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많은 의사 중 하나일 뿐이지만 의료 자원이 부족한 곳에서는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 보람 있게 살고 싶어서 국경없는의사회에 지원했습니다. 2016년에 남수단을 처음으로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활동입니다.

– 구호 활동을 떠나기 전 어떻게 지냈나요? 어떤 준비를 했는지요.

의료지원이 필요한 나라 대부분이 감염과 열대 질환이 많을 것 같아서 소아감염을 공부했고 이후 석사 과정에서 열대 의학(tropical medicine)을 공부했습니다.

– 이전에 다녀왔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이 이번에 도움이 됐나요? 어떤 경험이 가장 유용했나요?

예상대로 감염 환자들이 많았지만, 한국에서는 잊히거나 보지 못하는 질환들도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석사 공부가 도움이 됐습니다. 레바논 프로젝트에서는 피부리슈만편모충증이라고 하는 모래파리에 의한 감염 환자들도 만났습니다. 모두 시리아 난민들이었는데, 시리아에서 감염되고 증상이 레바논에서 발현되는 양상을 보였습니다. 아플 때 갈 곳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뿐인 난민 어린이들에게 도움이 되어 다행이었습니다.

의료 지식 외에도 사람들과의 관계도 미션을 나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발전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국에서의 급한 성격이 처음에는 고치기 힘들었지만 경험이 생기면서 기다리는 법을 배우고 인내를 가지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 이번에 활동하고 돌아온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저는 레바논 베카 계곡 지역 소아청소년과 의사로 일했습니다. 베카 계곡 4 곳(아르살, 헤르멜, 바알벡, 마즈달 안자르)에 6개의 클리닉이 있습니다.

레바논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 캠프 ⓒ국경없는의사회

레바논에서는 소아과 진료와 만성질환 환자 중 15세 미만 그리고 신생아 진료에 참여해 일했습니다. 소아 질환은 한국에 크게 다른 부분은 없었습니다. 대부분이 호흡기 질환과 장염 환자들이었고 그 외 다양한 질환을 가지고 방문했습니다.

만성 질환을 가지고 있는 소아 만성질환 중 가장 많은 것이 당뇨였고 다음은 간질, 천식, 갑상샘 질환이었습니다. 모자 보건 센터(MCC: Maternal and Child Care Center)에서는 신생아를 보는 의사와 조산사를 교육했습니다.

– 현장의 일과는? 휴일에는 어떻게 시간을 보냈나요?

아침 8시까지 병원 사무실로 출근하고 오전 미팅을 합니다. 8시 30분에는 환자가 있는 병동 (클리닉)으로 이동해 4시까지 레바논 현지 의사와 같이 진료를 돕니다. 월요일은 하르멜, 화요일은 아르살, 수요일은 마즈달 안자르, 목요일은 사무실, 금요일은 바알벡을 오가는 스케줄입니다.

아르살에 위치한 클리닉에서 현지 의사와 MRI 사진을 보는 모습 ⓒ국경없는의사회

퇴근 전 오후 5시 30분까지는 사무실에서 평가, 통계, 문서화 등의 업무를 했습니다. 환자 진료를 할 때 빠지지 않고 평가해야 할 것들은 정리해서 문서로 만드는 작업이었는데, 나중에 해당 환자가 왔을 때 작성된 문서로 환자에 대한 정보를 놓치지 않고 치료할 수 있게 인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화요일 목요일에는 줌바를 배우러 가기도 했습니다. 주말에는 동료들과 외식을 하거나 주변을 산책했습니다. 다른 도시로 여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 주거 환경은 어떤가요?

팀이 한 아파트에서 같이 생활했고 아파트 당 2~3명이 같이 사용했습니다. 방은 개인당 하나였고 좁지 않은 방이었습니다. 겨울에는 조금 추었지만 따듯한 물도 나오고 생활하기 전혀 어렵지 않았습니다.

숙소 앞에서 동료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 구호활동 중 인상에 남았던 경험이 있었나요?

소아 1형 당뇨 아이들과 함께 했던 기간들이 가장 기억에 그룹 영양 교육을 진행하기 위해서 현지 클리닉 직원들과 함께 아이들 나이에 맞는 자료들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습니다. 그룹 영양 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투병 기간을 이겨 나갈 수 있는지 의료적으로 알려주기도 하고, 심리 교육과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같은 질환을 가진 또래끼리 어려운 상황에서 함께 격려하며 이겨 나가는 모습을 보여 보람을 느꼈습니다.

1형 당뇨 그룹 영양교육 후 아이들과 함께 ⓒ국경없는의사회
발벡 클리닉에서 이루어진 1형 당뇨 그룹 영양 교육 ⓒ국경없는의사회

– 앞으로 계획은?

일단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병원에서 원하는 기간까지 일을 마친 후 내년에 다시 나가고 깊은 생각입니다. 만일 나가게 된다면 소아 감염과 관련된 프로젝트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 미래의 구호 활동가들에게 한마디

내 분야만 고집하지 말고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해외에 구호 활동을 나가면 혼자 의사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자기 분야 환자만 볼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미션에서 혼자 의사인 경우 소아청소년과라고 소아 환자만 볼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내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등 다른 과의 기본적인 지식과 경험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