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과 갑질’ 실리 챙겼지만 명분 잃은 안민석

필자는 안민석 의원 막말 논란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안 의원 개인에게 관심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인들이야 지역구 관리를 위해 그보다 더한 말도 하는 존재가 아니던가. 지역 유권자의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렇기에 지역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해주는 과정에서 그저 안 의원이 실언한 것이라 생각했다. 말실수야 공직에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씩은 경험해봤을 테니까. 안 의원의 막말 논란도 처음에는 그런 차원인 줄 알았다. 더군다나 막말을 쏟아낸 자리가 자리인 만큼(정신질환 의료기관 설립 반대 주민 공청회) 이 정도쯤은 익스큐즈해야 한다고 봤다.

2014년 5월 22일 경기도 오산역환승센터 앞에서 열린 ‘안전한 오산 만들기 기자회견’ 행사에 참석해 “엄마들이 안심 할 수 있고 불안해하지 않는 오산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안민석 의원(사진 가운데)과 곽상욱 후보(현 오산시장·오른쪽)

그러나 안 의원은 의사와 국민을 너무 허투루 봤다. 의사가 우리 사회에서 권위적이고, 엘리트의식으로 똘똘 뭉쳐진 집단이라고 해도 가장 존경받아 마땅할 집단이라는 건 변함없는 사실이다.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환자를 살려내기 위해 누구는 응급실에서 누구는 새벽 늦게까지 외국저널에서 최신지견을 찾아보며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다.

과로로 숨진 국립중앙의료원의 고 윤한덕 응급의료센터장이 그랬고, 불의의 사고를 당한 고 임세원 강북삼성병원 교수가 그랬다. 그렇기에 아직도 많은 국민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입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들보다 의사집단을 신뢰하고 의지한다.

또한 막말보다 더 큰 문제는 행정절차를 무시한 안 의원과 오산시장의 초법적인 갑질이다. 대한의사협회에 따르면 해당 의료기관은 지난 4월 23일, 소아청소년과·내과·정신건강의학과·신경과 등 4개 과목 140병상(정신과 폐쇄 병상 126개, 개방 병상 14개) 규모의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개설을 허가받았다고 했다.

의료법과 2017년 개정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에 따른 적법한 허가였다는 것이다.

의협에 따르면 당시 오산시 관계자도 “정신과 병상이 있더라도 10% 이상의 개방 병상이 있기 때문에 일반 병원으로 개원할 수 있고, 환자 수였던 40명 기준, 의료인 1인이 확보됐다는 판단에 의료시설 개설을 허가했다”고 한다.

만약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설립 근거와 허가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오산시가 복지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것처럼 정신건강복지법에는 60병상당 1명의 전문의를 둬야 한다는 규정도 있어 병원 허가와 관련한 법리적 해석의 여지는 남아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 법리적 해석에 따른 의료기관과 지역주민 간 갈등이 과연 병원을 허가 취소를 해야 할 정도로 올바른 절차였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정신병원이 주민기피시설이라 해도 적법한 설립근거를 두고 개설한 의료기관이다.

오산시장의 허가 취소보다 복지부의 시정명령이 먼저여야 한다. 전문의를 확충하는지를 보고 만약 확충하지 못한다면 그때 가서 허가 취소를 검토하는 게 절차상 타당하다. 그러나 곽상욱 오산시장은 직권으로 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2014년 5월 22일 경기도 오산역환승센터 앞에서 열린 ‘안전한 오산 만들기 기자회견’ 행사에 참석해 “엄마들이 안심 할 수 있고 불안해하지 않는 오산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곽상욱 후보(현 오산시장)

거기에 더해 안 의원은 병원장이 소송하면 특별감사를 실시해 정부가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의원은 “일개 의사로서 감당할 수 없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그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병원장은 삼대에 걸쳐가지고 자기 재산 다 털어놔야 된다. 소송하라고 해라. 그 대가를 치르게 해드리겠다”고도 협박했다.

헌법 23조 제1항에 따라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돼야 한다. 안 의원과 곽 오산시장의 행동은 국민의 재산권을 무시한 처사다. 직권에 따른 ‘허가 취소’ 결정과 안 의원의 협박성 막말은 지역 유권자들의 표를 얻기 위해 국민 한 사람의 재산을 침탈한 것과 마찬가지다.

결국 이번 논란으로 안 의원이 ‘실리’는 챙겼을지 몰라도 정치인의 생명과도 같은 ‘명분’을 잃게 됐다. 이제 안 의원은 지역구 유권자는 지켜냈을지 몰라도 국민에겐 등을 돌린 국회의원으로 낙인찍힌 셈이다.

한편으로는 정치인들마저 정신질환자 진료시설을 혐오시설로 치부하는 것처럼 보여 안타깝다.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 소식이 뉴스를 뒤덮을 때마다 정치권에서는 정신질환자 관리제도 시스템 미비 등을 지적한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조현병의 평생유병률은 대한민국 남녀 모두 0.5%다. 1000명 중 5명꼴이니 내 가까운 누군가는 발병할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하지만 내 지역구에서만큼은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게 아직 우리 정치인들의 현실이다. 당장의 수백 표보다 건강한 지역사회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안 의원과 곽 오산시장의 거시적 관점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