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는 활동가들이, 출발선에는 후원자들이 있습니다”

[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봉선아

이름: 봉선아
포지션: 로지스티션
파견 국가: 수단, 미얀마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저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Supply Logistician, 즉 조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봉선아라고 합니다. 구호 현장에 있는 로지스티션은 현장에서 의료활동이 문제없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 현장에 있는 병원을 비롯해 모든 시설과 장비, 물품, 의약품이 모두 차질 없이 관리되고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책임을 집니다. 2018년에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처음 시작했고요. 국경없는의사회에 합류하기 전에는 11년간 한국의 일반 회사 조달부서에서 근무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2017년에 국경없는의사회 지원을 고민하고 있을 때 마침 채용설명회가 있었는데요, 오랜 직장경력을 가지신 활동가께서 발표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우리는 보통 ‘구호활동’이라고 하면 봉사, 보람 이런 단어들이 먼저 떠오르는데, 그분은 활동해보니 참 재미있다고 하시며, 재미있어서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날 오셨던 활동가 선생님들에게서 단순하고 꾸밈없으면서도 열정적인,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아서 저도 용기를 내어 지원하게 됐습니다.

– 남들과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부담이나 두려움은 없었나요?

제 주위에 이런 활동을 하는 분이 없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생소하고 새로운 길로 느껴졌고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현실적이고 경제적인 면에서의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고민하는 데에만 일년 넘게 시간이 걸렸습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간다는 것은 세상의 시각에서 보았을 때 불안함(risk)이 따르는 선택일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나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가 무엇이고, 무엇이 나에게 의미와 행복을 주는지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다들 좋다고 안전하다고 말하는 삶과 나에게 진정 행복을 주는 삶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러한 제 작은 행보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용기와 격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어떤 분야든 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봉선아 활동가 ⓒ국경없는의사회

– 국경없는의사회에서 계속 활동하게 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국경없는의사회에서 도움을 주고자 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 중 하나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관심을 두지 않으면 어떠한 지원과 도움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작은 부분이지만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또한, 민간후원에만 거의 의지하고 있는 국경없는의사회가 이렇게 존속하고 있다는 것 자체도 어떻게 보면 희망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구호활동이 본인의 삶이나 가치관에 끼친 영향 또는 변화가 있었나요?

구호활동이 제 가치관에 끼친 영향이 있다면, 그동안 일하면서 상식이라고 생각해왔던 것들이, 다른 문화권과 다른 환경,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구나, 하지만 내가 먼저 편견을 버리고 진심으로 대하면 결국 통하는구나, 라는 것을 계속 배우게 됩니다. 더 겸손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의 제일 큰 강점은?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하는 NGO들이 참 많은데요. 그중에서도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구호 활동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는 점 그리고 운영 원칙 중에서 독립성과 중립성이 특히 가장 중요한 가치라는 점에서 다른 NGO들과 구별된다고 봅니다.

– 구호 현장에서 로지스티션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로지스티션의 업무는 범위가 아주 넓고, 모든 활동이 사실상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호 현장에서 병원을 짓고 시설을 유지 보수·관리하는 일, 의료활동에 필요한 물품이나 의약품을 조달하고 관리하는 일, 현지에서 필요한 물이나 식량, 물품들을 공급하는 일, IT 장비와 통신 장비를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 인력과 물품의 이송 수단이 자동차와 운송수단을 관리하는 일, 안전을 관리하는 일, 백신을 보관하는 냉장창고(Cold Chain, 콜드체인)를 관리하는 일까지 이렇게 분야가 굉장히 넓은데요. 우리 국경없는의사회 의료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대부분의 지원업무가 로지스티션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물류창고 ⓒ국경없는의사회

– 콜드체인이란 어떤 것인가요?

백신은 온도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2도에서 8도 사이의 온도가 항상 유지돼야 하고요. 온도가 유지되지 않으면 변성이 일어나서 사용할 수 없게 돼 전량 폐기를 해야 합니다. 그래서 운송과정에서 이 콜드체인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고요. 국경없는의사회 물류센터 본사인 MSF Logistique 보르도(프랑스)에 있는 물류 창고에서는 백신을 보관하기 위한 대형 냉장창고가 잘 구비돼 있습니다. 출하할 때부터 콜드박스(백신 냉장고)에 담긴 백신들은 냉장 설비를 갖춘 트럭과 항공기를 통해서 운송되고, 참고로 이 콜드체인 관리의 중요성과 어려움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에서는 백신의 경우 해상운송을 이용하지 않고, 항공운송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현지 국가에 도착하는 백신은 통관이 완료되면 내륙 운송 역시 냉장 설비를 갖춘 그런 내륙 운송 수단을 통해서 현장에 도착해서 백신 캠페인이나 병원에서 쓰이게 됩니다.

– 국경없는의사회에게 후원금은 얼마나 중요한가요?

국경없는의사회의 헌장과 활동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민간후원의 높은 후원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정부의 지원금에는 부대조건이 따를 수도 있지만, 국경없는의사회의 대부분은 민간 후원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러한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고, 저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인 독립성과 중립성의 원칙을 준수하면서 활동할 수 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후원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

저는 현장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들만이 활동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현장의 최전선에서 발로 뛰는 저희 활동가들이 있다면 그 출발선에는 후원자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활동가들과 후원자들이 큰 두 축을 이루어서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봅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의료활동과 구호활동을 통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은 후원자님들의 지원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