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임상효과를 의심해야 하는 이유

화장품 광고를 눈여겨본 소비자라면 광고 속 임상시험 결과를 종종 봤을 것이다. 주로 어느 연구소에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했더니 잡티가 줄고 주름이 감소하며 진피 치밀도가 증가했다는 주장들을 펼친다.

피부 보습이 72시간 지속된다, 다크서클이 4주 만에 18% 완화됐다, 셀룰라이트가 12% 감소했다, 미세먼지 부착을 60% 감소시켜준다 등 구체적인 수치와 차트, 컴퓨터 이미지 분석, 비포&애프터 사진 등이 제시된다.

꽤 과학적으로 보이는 화장품 인체적용시험, 과연 믿을만 할까.

사진 1. 인체적용시험 결과는 비포&애프터 이미지, 컴퓨터 이미지 분석, 차트 등 다양한 데이터로 제시된다
사진 2. 인체적용시험 결과는 비포&애프터 이미지, 컴퓨터 이미지 분석, 차트 등 다양한 데이터로 제시된다
사진 3. 인체적용시험 결과는 비포&애프터 이미지, 컴퓨터 이미지 분석, 차트 등 다양한 데이터로 제시된다

형식적으로는 꽤 믿을만 하게 보인다.

화장품법의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에서 실증대상, 실증자료, 시험결과의 요건 등을 모두 규정해놓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인체 적용시험은 “관련 분야 전문의 또는 병원, 국내외 대학, 화장품 관련 전문연구기관에서 5년 이상 화장품 인체 적용시험 분야의 시험경력을 가진 자의 지도 및 감독하에 수행·평가되어야” 하고 “과학적으로 타당하여야” 하며 “헬싱키 선언에 근거한 윤리적 원칙에 따라 수행되어야” 한다.

이 밖에도 지켜야 할 원칙이 세세하게 규정돼 있다. 법대로만 한다면 충분히 신뢰할만한 시험처럼 보인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그렇지 않다. 과학에 근거한 시험이라는 겉모습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빈틈이 많기 때문이다. 시험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원하는 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 부착을 감소시켜준다고 주장하는 실험을 보자. B사의 미세먼지 차단 미스트는 제품을 도포했을 때의 미세먼지 부착량을 도포하지 않았을 때의 부착량과 비교한다. C사의 미세먼지 차단크림은 다른 일반 대조 크림을 발랐을 때의 부착량과 비교한다.

이런 방식은 도포 전에 피부 상태가 어떤가에 따라, 혹은 대조 크림이 어떤 점성을 가졌느냐에 따라 드라마티컬한 변화를 의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즉, 더 끈끈하고 점성이 높은 크림을 바를수록 미세먼지가 더 많이 달라붙기 때문에 제품을 사용했을 때와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처럼 시험결과를 유도할 수 있다.

사진 4. B사의 미세먼지 차단 미스트 사용 전과 사용 후의 컴퓨터 분석 이미지. 사용 전에 피부 상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험결과를 유도해낼 가능성이 있다
사진 5. C사의 미세먼지 차단크림의 인체적용시험 자료. 시험제품을 사용했을 때와 대조제품을 사용했을 때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사용한 대조제품이 어떤 제품인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다.

심지어 광고에 실리는 인체적용시험 결과 중에는 ‘만족도 조사 결과’라는 게 있다. 그래프와 차트를 사용해 과학적 데이터인 것처럼 제시하지만 사실 단순한 설문조사결과일 뿐이다. 그것도 돈을 받고 임상시험에 참여한 참여자로부터 얻어낸 답변이기에 긍정적으로 답변할 확률이 매우 높다.

사진 6. D사 에센스의 인체적용시험자료 중 ‘만족도 조사 결과’. 과학 데이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설문조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화장품 인체적용시험은 해당 기업과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독립된 연구기관에서 진행하지 않는다. 해당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연구를 의뢰받은 연구소들이 진행한다. 일종의 의뢰인과 용역업체의 관계다.

용역업체는 당연히 의뢰인의 마음에 들도록 시험을 설계하고 원하는 결과를 유도해낼 가능성이 높다. 과학계에서는 이처럼 이해관계가 깊을 때는 객관적인 시험을 기대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한다. 또한 이렇게 진행된 시험의 결과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본다.

도대체 이러한 허술한 임상시험을 왜 하는 걸까.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에 관한 규정’ 제1조는 “소비자를 허위·과장 광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진짜 목적은 오히려 화장품 산업을 진흥하기 위해서다. 광고에서 화려한 주장을 펼쳐야 소비가 촉진되고 화장품 산업이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주장이나 마구 허용할 수는 없으니 적당히 과학적으로 보이는 틀을 만들어 효과 부풀리는 광고가 가능하도록 기업에게 길을 열어주고 소비자에겐 마치 규제를 잘 하는 것처럼 생색을 내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제도를 도입한 식품의약품안전처를 무턱대고 비난할 수도 없다. 화장품 표시·광고 실증제는 일종의 글로벌 마케팅 표준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유럽, 일본 등 거의 모든 나라가 이 제도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다른 나라들은 이 제도로 신나게 광고를 하고 산업을 키우는데 한국만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과장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화장품이 세계적 경쟁력을 갖게 하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따라서 소비자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할 수밖에 없다. 화장품 광고에 등장하는 임상시험을 참고하되, 보이는 것처럼 과학적이지 않으며 100% 진실이라고 볼 수 없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획기적인 효과를 주장하는 광고에 현혹되지 않을 수 있다.

화장품은 청결과 피부 보호를 돕고 피부 외관을 약간 혹은 일시적으로 개선해주는 물건일 뿐이다. 이런 물건이 “2주 만에 피부를 18% 하얗게” 만들고, “4주 만에 주름을 22% 감소”시킬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크서클 완화”, “셀룰라이트 감소”, “눈 및 지방 사이즈 축소” 등도 믿기 힘든 주장이다. 이런 증상은 선천적 생김새, 유전, 노화 등으로 인한 것으로 화장품으로 바꾸기 어렵다.

광고는 그저 광고일 뿐이다. 소비자가 화장품의 한계를 알고 과학적 사고를 갖추는 것만이 스스로를 과장 광고로부터 보호하는 길이다.

화장품비평가. 작가 겸 번역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 위원을 지냈다. 2004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 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헬스경향’, ‘한겨레’ 등에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기능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201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이 있다. the_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