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달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20년 예산안 당·정 협의를 개최하고, ‘문재인케어’라고 일컫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이행을 위해 국고지원금을 1조원 이상 증액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사진 1.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의협은 “그간 최선의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서는‘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의 정상화’가 선결돼야 하며, 법적으로 규정된 국고지원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이미 여러 차례 주장했다”며 “이번 국고지원금 증액안은 건강보험이라는 국가적 안전망에 대해 법적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해야 한다는 의협의 목소리에 정부가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원이 문재인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분노를 누그러뜨리려는 방편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의료정책은 일선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현장을 아는 의사들과 긴밀한 협의가 없이 진행될 경우 실패할 게 자명하다”며 “의협은 문재인케어 발표 당시부터 대규모 집회 및 대정부 채널 등을 통해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큰 위기를 초래할 것을 지속해서 경고했다”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경고에 정부는 지난해 9월 28일 의협과 의·정 합의를 통해 향후 보장성 강화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해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의·정간 충분한 논의를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을 선언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나 “‘의·정 합의’가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며 “정부는 필수의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심지어 안전성·유효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추나요법 등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에 더해, 기존 문재인케어 발표에 포함된 로드맵에 따라 일방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강행했고, 의·정 합의에 명시된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는 철저히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의협은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추진된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인 문재인케어로 인해 2018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로 전환돼 적신호가 켜졌고, 가격 장벽이 무너져 대형병원으로 환자 쏠림이 심화돼, 동네 병·의원의 붕괴 등 의료 공급 생태계가 철저히 파괴되고, 중증·응급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오히려 제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보험재정 적자에 따라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데 반해 정작 위급한 환자의 진료가 제한돼 의료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고 비판했다.

사진 2.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30일 오후 청와대 앞에서 ‘문재인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정부는 국민과 의료계에 솔직하게 정책의 실패를 고백하고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제도를 구축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올바른 의료제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현행 ‘저부담-저보장-저수가’ 패러다임을 ‘적정부담-적정보장-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하는 것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아울러 “이제는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제도 구축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와 같이 규제를 통해 의료계를 옥죄이고 희생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의료계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며 “청와대 앞, 밤이 깊어가는 지금 우리는 전국 13만 의사들을 대표해 국민건강과 한국의료의 내일을 위해 정부에 문재인케어의 전면적인 정책 변경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를 즉각 구성할 것”을 천명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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