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파견·용역노동자 전원 정규직 전환

11월 1일자로 비정규직 800여명 직접고용 합의

공공기관 파견·용역 노동자 정규직 전환 정부 가이드라인이 나온 지 2년여 만에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가 서울대병원 파견·용역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과 관련해 ‘서울대병원이 11월 1일자로 직접 고용한다, 전환 후 각종 수당 및 복리후생 등을 포함한 단체협약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하청업체와 맺은 정년 협약을 인정한다’ 등의 내용으로 합의를 이뤄냈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정규직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동파업, 올해 서울대병원 민들레분회의 4차에 걸친 8일간의 파업 투쟁과 120일간의 천막 투쟁을 통해 합의를 끌어낸 것이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소속 서울대병원 원·하청 노동자들이 2018년 11월 9일 서울대병원에서 ‘원·하청 노동자 공동파업투쟁 돌입 기자회견’과 ‘서울대병원 원·하청 공동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투쟁의 역사는 곧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의 역사였다. 외주화의 광풍이 몰아친 2007년도 이후 서울지역지부는 서울대병원을 안전하고 차별이 없는 병원을 만들기 위한 투쟁을 통해 비정규직 615명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이뤄낸 바 있다. 2017년에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전환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면서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해 또다시 투쟁의 깃발을 들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제17대 서울대병원장이었던 서창석 전 원장은 다른 국립대병원의 정규직화마저도 막으면서 철저하게 자회사를 고집했다”며 “서울대병원의 사회적 위상, 노동조합 조합원의 수가 많아지는 것에 대한 철저한 방어, 직접고용 할 경우 연간 1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는 이상한 논리를 들이대면서 서 원장은 서울대병원 800여명의 하청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함과 동시에 14개 국립대병원 5000여명의 노동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외면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서울대병원 원하청 3000여명 조합원들은 차별 없는 병원, 환자와 노동자에게 안전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 2018년 공공기관 중 유일하게 원·하청 공동파업을 진행했다”며 “8일간의 파업 끝에 직접고용 정규직화를 쟁취하진 못했지만, 병원의 일방적인 자회사 전환을 막는 소중한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고 그간의 성과를 말했다.

2018년 11월 20일 서울대병원 본관에서 열린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 무기한 파업 출정식

그러나 “서 전 원장에 이어 제18대 서울대병원장으로 취임한 김연수 원장은 취임 초기, 노동조합과의 면담에서 서울대병원의 차별을 없애 국민으로부터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약속했다”며 “그럼에도 5월 31일 취임한 김 원장은 취임 100일이 지나도 정규직화에 대해 진전된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으며 이에 노동조합은 8월 내 결정하라는 요구를 담아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는 “노동조합은 청와대 앞과 세종시 교육부 앞에서의 농성 투쟁, 서울대병원 내 천막농성 투쟁, 4차에 걸친 8일간의 파업 투쟁을 통해 보다 가열찬 압박 투쟁을 진행했다”며 “노동조합의 투쟁은 8월 한 달간 노·사 집중 교섭을 이끌어내었으며 국민에게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큰 전제 아래 8월 30일 서울대병원 본원 강남센터 보라매병원 800여명 전원 직접고용 정규직화라는 합의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2년여간의 투쟁의 결실로 마침내 파견· 용역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합의를 이루어 내었으나 여전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문제는 남아있다”면서도 “이번 합의의 내용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으면서도 시기를 정하지 못한 서울시립보라매병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문제, 국립대병원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함에도 민간위탁 사업장으로 편재된 식당 노동자들의 전환 문제 등 아직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병원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넘어야 할 산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지부 서울대병원분회가 지난 2월 28일 서울대병원 본관 로비에서 보라매병원 채용비리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채용비리 피해자 해고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럼에도 “모든 국립대병원이 자회사 방식을 고집하며 직접고용을 거부하는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노·사가 자회사 방식이 아닌 직접고용을 통한 정규직 전환을 합의한 것은 매우 소중한 의미가 있다”며 “특히 청소 시설 주차 경비 등 공공기관에서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직무를 저임금노동자로 낙인찍히는 정부의 표준임금제를 무력화시키고 차별 없는 정규직화를 이뤄낸 것은 다른 공공기관에 큰 울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서울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의 파업 투쟁으로 불편함이 있었음에도 함께 해주신 환자, 가족 여러분과 노동자, 시민여러분께 감사를 드린다”며 “완벽하지 않고 한계도 있지만, 서울대병원의 고질병이었던 비정규직 문제를 뿌리 뽑는 계기가 될 수 있는 합의였다. 노동조합은 이번 합의를 통해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는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