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플루에 감염된 직원이 마스크만 착용한채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이 있다면 그 병원을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질 것이다. 가정이 아닌 경북대병원에서 벌어진 실제상황이다.

대구지역 최대 공공병원인 경북대병원에서 신종플루에 감염된 직원들이 발생했다. 고열과 근육통을 동반하는 질병의 특성상 일을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경북대병원은 직원에게 병가를 부여하지 않거나 늦장대응을 했다는 것이다.

경북대병원 홈페이지 갈무리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 신은정 사무국장은 “경북대병원은 경비절감을 목적으로 일부직원이 신종플루 확진판정을 받았음에도 병가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감염된 직원들은 신종플루에 감염된 채 계속 진료행위를 하거나 연차휴가를 사용해야 했다”고 경북대병원의 감염질환 대응을 폭로했다.

신 사무국장은 “같은 부서 직원이 또다시 신종플루 확정진단을 받자 연차로 요양 중이던 직원에게 나와서 일하라고 했다”며 “환자감염을 우려하는 당사자에게 간호부는 ‘마스크를 끼고 일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경북대병원은 병가를 인정하겠다며 입장을 바꾸었지만 타 병원 진단서를 인정하지 않고 경북대병원 알레르기 감염내과에서 발행한 진단서만 인정하는 등 비상식적인 지시를 계속하고 있다.

심지어 고열로 경북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던 직원들은 응급실에서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도 병가를 받지 못하고 또다시 감염내과 외래를 접수하여 진단서를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신 사무국장은 “입원 중에 고열이 발생하고 근육통을 호소하는 등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발생하는 데도 경북대병원은 신종플루 검사조차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염예방은 빠른 격리가 기본이다. 대구지역 유일한 국립대병원이라는 경북대병원에서 신종플루를 예방하고 확산을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병가로 인한 경비절감과 병원진단서 발급이라는 이윤 창출을 위해 본연의 역할인 공공의료를 내팽개치고 오히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 의료연대 대구지역지부가 경북대병원을 비판하는 이유다.

신 사무국장은 “불과 몇 달 전 메르스 사태의 확산원인이 병원 내에서 감염환자 격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하지만 경북대병원은 이를 묵과하고 환자와 직원의 안전보다는 오로지 경비절감에만 혈안이 되어 병원 본연의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않다”고 비판하며 경북대병원의 철저한 감염질환 대응을 요구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헬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