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 공동주최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사진 왼쪽)과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에서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관련 서울시 진상대책위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본 서울의료원 제자리 찾기’ 토론회를 개최했다


서울의료원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에 대한 서울시 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6일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이달 4일 해산, 권고 이행 점검단의 활동을 하고 있다.

진상대책위원회가 6개월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은 소위 병원 내 ‘태움’으로 불리는 직장 내 괴롭힘인가 △고 서지윤 간호사의 사망사건의 직·간접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공공병원인 서울의료원의 경영 및 조직운영의 전반의 문제가 고 서지윤 간호사에게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 △고 서지윤 간호사가 아니더라도 서울의료원 그리고 서울시 산하 공공병원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며 해결 방향(안)은 무엇인가 등을 조사한 결과 조직·환경적 괴롭힘과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 등을 확인했다.

진상대책위는 “서울의료원은 최근 10년간 조직규모를 확대하며 외적으로 성장했지만, 그 과정에서 평간호사들의 처우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서울의료원은 비합리적인 조직체계와 불투명한 인사제도, 사전에 정보나 준비 없이 이루어지는 병동체계 변화, 부족한 인력 등으로 평간호사들의 업무 스트레스가 높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근무표와 부서이동 등에 대한 결정권한을 가진 간호부장, 병동팀장, 파트장이 평간호사인 서지윤에게 차별적이고 의사에 반하는 행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의료원의 조직운영과 병원 경영의 불투명성과 불합리성에 있었다”며 “간호조직은 파트장(수간호사)에게 실질적 권한이 부여된 위계가 강한 조직으로, 간호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병원 입사부터 경력간호사가 신규간호사에게 교육을 통해 업무를 익히게 하는 이른바 도제식 교육은 간호사 개인에 대한 상급자의 인적영향력이 높다”며 “간호업무의 분주한 업무(높은 노동강도)와 교대근무 등은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이어져 직장 내 괴롭힘이 발생하는 경우에도 내부에서는 은폐하기 쉽고, 외부에서는 인식하기 어려운 데 비해 간호사들은 직장 내 괴롭힘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회가 없다”고 설명했다.

진상대책위는 “고인은 102병동에서 입사 동기보다 불공정한 팀 배치와 근무표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했고 102병동 파트장은 확정·공지된 근무표를 갑자기 변경해 고인에게 미리 계획된 여행일정을 취소하게 만드는 등 고인의 노동조건을 악화시켰다”며 “간호부장과 병동팀장은 간호행정부서 이동에 관해 고인과 여러 차례 면담을 했고, 이 과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부서이동을 강제하는 등 정신적 괴롭힘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인은 간호행정부서에서 업무변화에 따른 적응이 어려웠으며, 한 사무공간 안에 상급자들이 많은 부서로 하급자에게 가해지는 괴롭힘이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러 정황을 파악했다”며 “실제로 고인을 세워두고 ‘네가 그리 잘났어’라며 대놓고 모욕을 주는가 하면, 간호행정부 업무의 필수적인 사무기기(책상, 컴퓨터 등)를 지급하지 않았고 간호행정부 업무가 아닌 당일병동으로 파견시키는 등 업무의 불안정성과 불안 및 직무스트레스 등을 높였다”고 비판했다.

또 “근무표나 휴가 등에 대한 병동관리 전반에 대한 결정권한은 파트장에게 있으며, 부서이동에 관한 결정권한은 파트장과 병동팀장, 간호부장에게 있는데 문제는 다른 간호사에게는 시키지 않는 일을 고인에게만 했다는 점에서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간호행정부서에는 괴롭힘을 견뎌낼 만한 동료 간호사들이 없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에 진상대책위는 이런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서울의료원 서지윤 사망사건은 조직적, 환경적, 그리고 관리자에 의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서울의료원 간호사, 정병욱 변호사(민주화사회를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김진경(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지부장),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 한림대 간호학과 강경화 교수, 진상대책위원회 전 위원인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사진 왼쪽부터)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정병욱 변호사(민주화사회를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는 “조직적, 환경적, 관리자에 의한 괴롭힘은 서울의료원의 민사책임을 인정할 수 있고, 나아가 서울의료원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서울시의 민사책임도 인정할 수 있다”며 서울의료원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토론에 참석한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김진경(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지부장)은 국내 병원의 경우 의사인 원장이 경영과 운영을 맡아 경영의 전문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으며 의사 중심의 병원 문화로 인해 다른 직군 종사자들의 인권, 노동권이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고 평가했다.

서울의료원의 경우 서울시 공무원이 행정부원장을 맡고 있으나 직제상 원장 아래로 돼 있어 그 역할을 못 하거나 또는 반기하는 실정이다. 현재 서울의료원은 서울시 옴부즈만위원회로부터 난임센터 건립에 있어 예산 낭비 의혹과 오패스닷컴 부정거래 의혹에 대해 시민 감사를 받고 있으며 특별 근로감독도 받은 상황이다.

서울시 옴부즈만위원회에 따르면 “김민기 원장이 절차를 무시하고 개인적인 결정으로 진행한 사업이 많다”며 “이러한 사항에 대해 서울의료원은 물론 관리 감독 기관인 서울시에 대해서도 정확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이며 진상대책위원회 전 위원인 명숙 활동가는 “3명이나 노동자가 사망하는 병원이 제대로 된 병원이 아니라는 것은 조사하지 않아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다. 게다가 조사를 하고 권고를 했는데도 변하지 않는다면 죽음을 방조하는 셈”이라며 “서울시와 서울의료원이 어떻게 이행하는지 병원 구성원들만이 아니라 시민들이 감시할 때다”고 말했다.

건강과대안 책임 연구위원이자 서울의료원 비상임이사인 이상윤 이사는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의 3연임에 의한 팽배해진 관료주의에 대해 서울시와 시의회가 방치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했고 강경화 교수는 “이미 서울의료원은 그동안 서울시, 보건복지부 등 여러 기관의 감사와 평가를 받았고 그 안에 유의미한 평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료원은 결국 조직에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사진 오른쪽)과 시민대책위 집행위원장 김진경(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지부장)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은 “오늘 토론자들은 진상대책위의 진상조사 결과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되는지를 끝까지 모니터링할 것”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공공병원 제자리 찾기를 통해 서울의료원을 진정한 시민들의 병원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시민대책위는 서울의료원 김민기 원장과 담당자를 업무방해로 지난 7월 17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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