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 12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20대 국회 막바지에 의료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무상의료운동본부는 “개인의 건강의료정보를 기업에 넘기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악안은 14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심사소위 통과 가능성이 높다. 환자 의료정보를 민간보험회사에 손쉽게 넘기는 보험업법 개악안도 19일 정무위원회에서 다뤄질 예정이다”며 “전국의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악안도 이달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다시 추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환자 개인건강정보를 보험사 등 민간기업 돈벌이를 위해 팔아넘기고 병원을 영리병원으로 만드는 데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이 이견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시정연설에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라며 ‘데이터’와 ‘바이오헬스’ 규제완화를 지시했고, 홍남기 부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모두 나서 개인정보 규제개악을 요구한다”고 지적하며 ‘혁신’이나 ‘4차 산업혁명’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의 개인정보 규제완화 시도와 판박이라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영리자회사를 만드는 정책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 의료민영화다”며 “그 내용이 담긴 보건의료기술진흥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동발의했지만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 핵심으로 내세울 정도로 보수양당들을 중심으로 의료 민영화에 여야가 없다”고 비판했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가 지난 12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20대 국회 막바지에 의료민영화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중단하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해 국회에서 박근혜 적폐라던 국민안전 파괴 ‘규제프리존법(현 규제샌드박스)’을 통과시켜 이를 활용해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의료기기·의약품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는 게 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라고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주장했다.

정부가 지난 5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에서 “공공기관(건강보험공단‧심사평가원 등)이 보유한 의료 빅데이터를 가명처리 후 개방‧활용”한다고 밝혔다. ‘가명처리’ 한다고 하지만 방법이 대통령령으로 위임돼 그 구체적 수준을 담보하지 못하며 어떤 방식의 가명처리를 한다 해도 의료정보와 건강정보는 다른 정보와 결합 시 그 개인이 누군지 알기 쉬운 정보라는데 문제가 있다.

일례로 2014~2017년 공공기관인 심사평가원이 3년간 KB생명보험 등 8개 민간보험사 등에 누적 6420만명분의 국민 진료데이터를 데이터셋에 건당 30만원에 팔아넘긴 것이 폭로돼 분노를 샀다. 당시 민간보험사가 개인 의료정보를 원하는 이유는 분명했다. 심평원은 민간보험사가 “위험률 개발과 보험상품 연구 및 개발”을 위해 이 정보들을 내줬다고 밝혔다. 보험사는 수익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의 신규 보험 가입이나 계약 연장을 거부하고, 개인의 건강·의료 기왕력 등을 내세워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목적으로 진료정보들을 사들인 것이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정부는 최근에 민간보험사가 직접 나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의료민영화인 건강관리서비스를 허용했는데, 보험사는 이런 정보를 이용해 국민의 호주머니를 노리는 상품을 만드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며 “보험사뿐 아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아산병원은 진료 목적으로 제공된 환자 정보를 이용해 의료정보회사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며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를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개인정보보호법이 정부 뜻대로 개악되면 규제는커녕 이를 합법화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보며 이것이 바로 개인정보 규제완화의 실체, 의료영리화를 위한 개인정보인권 보호법제 파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와 관계없는 온갖 영리기업들도 임신, 분만, 유산, 성폭력 피해, 정신질환 치료정보, 가족력이나 유전병 등 민감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기업들은 이 정보들을 결합·가공해 팔아 수익을 내거나, 고용상 불이익을 줄 수 있고 예측하기 어려운 여러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며 “누군가에게는 ‘혁신적’인 돈벌이 창출이 되겠지만 국민은 우리의 모든 민감정보를 쥔 돈벌이 기업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성토했다.

또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보험업법은 가입자들의 편의 증진으로 소액보험료 청구율을 높이기 위해 추진되는 게 아니다. 그렇다면 실손보험사들이 왜 찬성하겠는가? 보험사가 의료기관의 환자 정보를 더 자세히, 대량으로, 전산 형태로 전송받는 것이 목적”이라며 “법은 의료기관이 실손보험사에 제출할 정보 전송방식은 전자적 형태로 강제하면서도 구체적 정보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가 정하여 고시하는 서류(고용진 의원 안)’라고 하거나, ‘대통령령으로 정한다(전재수 의원 안)’며 위임하고 있다. 민감정보인 환자 개인 건강정보·질병정보 일체가 손쉽게 넘어갈 길이 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보험사가 환자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은 앞서 밝혔듯 가입거절이나 지급거부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다”며 “보험사가 환자 자료를 축적해 분석하면 가입자에게는 기본적인 위험분산 기능도 거의 없는 기업 수익성만이 극대화된 상품만을 설계해 내놓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국민에게 결코 이익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법안의 핵심은 비영리병원에 주식회사인 기술지주회사와 영리회사인 자회사를 설립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영리자회사가 외부 투자를 받고 이익 배당을 하면 병원은 영리병원과 다름없게 된다. 그래서 2007년에 삼성경제연구소가 영리자회사 설립이 ‘영리의료법인 허용의 전 단계’라고 쓴 것”이라며 “외부 투자자가 기술지주회사 주식의 50%까지 보유하고, 영리자회사 주식 80%까지 보유할 수 있겠다고 한다. 외부 투자자는 삼성, 현대, LG 같은 재벌도 가능하고 사모펀드 같은 단기수익성 투기자본도 가능하다”고 설명하며, 재벌과 자본에 의해 의료가 지배된다고 말했다.

이런 자회사는 ‘연구중심병원’에 허용되는데, 연구중심병원은 현재 빅5 병원 중 4개인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대병원 등이 포함된다. 현재는 10개 병원만이 지정돼 있지만, 이 법이 통과되면 연구중심병원은 인증제로 전환돼 대폭 늘어나게 된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이 법은 환자·공공의 이익과 의학연구자·임상의사 개인의 사적 이해관계가 서로 충돌하는 ‘이해상충’을 구조화한다”며 “법이 통과되면 병원이 영리회사인 기술지주회사·자회사의 수익을 배당받아 연구자에게는 별도로 금전적 보상을 할 수 있게 되고, 병원 직원은 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 대표나 임직원을 겸직할 수도 있게 된다. 병원의 의료진이나 연구자가 사실상 자회사를 설립·운영하면서 이윤을 배당받게 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이는 의사들이 임상시험 결과를 왜곡·상품화해 수익 창출을 하려는 동기를 갖게 하고, 임상시험 과정에서 피험자 생명과 건강이 위협받게 한다”며 “의사가 자회사에서 만든 제품을 사용할수록 경제적 이익을 얻으므로 과잉진료가 횡행해 환자들은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로 피해를 겪고 의료비도 폭등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상의료운동본부는 “문재인 정부는 스스로 박근혜 적폐라고 불렀던 규제프리존법의 다른 이름일 뿐인 규제샌드박스 규제완화 법안들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 생명·안전과 무관하다던 기존 주장과 달리 버젓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의료민영화 정책의 통로가 되고 있다”며 “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인정보 민영화와 병원 영리화, 의료기기·의약품 안전규제 완화는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와 다를 바 없이 그야말로 내용이 똑같다. ‘창조경제’ 대신에 ‘혁신성장’이라는 이름표를 붙였다는 것과,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는 의료민영화라며 반대했지만, 지금은 자유한국당 등과 뜻을 함께하며 통과에 앞장선다는 차이만이 있을 뿐”이라고 규탄했다.

마지막으로 “기업으로서는 국민이 돈이 없어도 반드시 이용할 수밖에 없는 필수적 재화인 의료를 활용하고, 환자들이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돈벌이하려는 부당한 동기를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규제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하지 않을까. 아직 많은 국민이 정부가 이런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며 “반대로 정부가 정치적 프레임과 미사여구를 동원해 기업 민원수리와 규제완화에만 앞장선다는 사실이 제대로 알려진다면, 이 정부의 폭주를 내버려 둘 국민은 없다. 우리는 문재인 정부 후반기 기업만을 위한 종합선물세트 의료민영화 법안을 폭로하고 끝까지 막아낼 것”이라고 천명했다.
김승한 기자

전 대학병원 연구원. 'MBN 세상의눈', '용감한 기자들', 'EBS 다큐프라임' 출연. 내부고발·공익제보 받습니다.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헬스타파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