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살인 검사’라 부르는 이유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온 40대 K원장이 있었습니다. 수도권에 개원했는데 실력 좋고, 성실해서 환자들로부터 인기가 있었던 의사입니다. 그가 어느 날 검찰에 불려가게 됐습니다. 다른 일로 어느 도매상의 노트북이 검찰에 압수됐는데 그곳에서 발견된 엑셀 파일에 도매상과 이 원장과의 금전 거래 기록이 나왔기 때문입니다.

금전 거래의 내용은 현금 1억원이 일시불로 지급된 내역이 있었고, 매달 수십여만원이 1년여에 걸쳐 총 540만원이 건네진 기록이었습니다. 검사는 1억540만원이 의약품 리베이트로 건네진 것이라고 단정했습니다.

그러나 K원장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도매상으로부터 1억540만원을 받은 것은 맞지만, 1억원은 평소 가까이 지내던 도매상 대표로부터 빌린 것이며 540만원만이 리베이트로 받은 금액이라고 주장을 했습니다.

실제 K원장의 처방 중 도매상이 납품하는 약의 월 처방금액은 매달 수백만원에 불과해서 매월 지급된 리베이트 비용과 맞아떨어졌으며, K원장이 운영하던 의원의 매출규모가 억대의 리베이트를 받기에는 턱없이 작아 K원장의 주장에 신빙성이 있었습니다. 도매상 대표도 처음부터 줄곧 1억원은 빌려준 돈이 맞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이 주장을 믿지 않았습니다. 재소환을 하면서 “이번에 들어오면 지난번과 같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했습니다.

평생 의사로 살아왔던 40대 K원장은 모멸감과 두려움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검찰 재소환을 하루 앞둔 저녁, 그는 퇴근하지 않고 병원에서 근마비제를 포함한 각종 마취제를 섞은 극약 칵테일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팔에 주사한 후 주사실 침대에 누웠습니다.

다음날 출근한 간호사가 의식불명의 K원장을 발견했습니다. 그는 대학병원에 이송돼 중환자실에서 깨어났습니다. 주사액이 다 들어가기 전,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팔에 놓은 주삿바늘이 다행히 빠지는 바람에 살아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정신을 차린 K원장을 검찰은 불과 닷새 후 다시 소환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긴급체포했습니다. K원장은 40여일을 넘게 갇혀있다가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은 후 42일만에 징역형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혐의를 인정해야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 있다는 말에 그는 검찰이 시키는 대로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그 바람에 징역형을 받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구속에서 풀려난 지 수일이 지난 후, 그는 자신의 의사면허가 취소된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징역형)을 받으면 의사면허 취소 사유가 되는데 리베이트 수수행위가 의료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구속에서 풀려난 지 12일째 그는 자신의 손목에 또다시 같은 주사를 놓았습니다. 이번에는 빠지지 않도록 반창고를 칭칭 동여맸습니다. 결국 그는 영영 먼 길을 떠났습니다. 서울대 의대 출신의 총명한 40대 의사가, 지역의료를 책임지며 환자들이 좋아하던 의사가, 아내와 초등·중학교에 다니는 아들딸을 두고서 검찰이 없는 곳으로 떠났습니다.

‘살인 검사’ 처벌하라며 시위 중인 동료 의사들

의사들은 그 검사를 ‘살인 검사’라 칭했습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대학병원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사람은 심신이 미약한 상태입니다. 그런 그를 검사는 닷새 만에 다시 불러 구속시켰습니다. K원장이 그 검사로부터 조사를 받을 때 어떤 모욕을 당했는지 구체적인 기록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를 자살시도 닷새만에 재소환했다는 사실, 그리고 재소환할 때 했다는 말을 미루어 짐작할 때 그를 ‘살인 검사’라 부르기에 무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젊은 검사가 자살하자 검찰은 즉시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그 검사에게 가혹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상관 검사에게 해임청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사에게는 인격적인 모독을 주면 해임 사유가 되고, 의사 또는 일반 시민에게는 인격적인 모독을 주어도 아무 문제가 없는 건가요?

그리고 중환자실에서 깨어난 사람을 5일 만에 다시 검찰에 불러 구속 수사를 했다가 그 사람이 끝내 자살을 했는데, 그것에 대해서는 왜 책임을 지지 않습니까.

K원장이 떠나고서 8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 검사는 지금 우리들과 다름없이 생활하고 있을 것입니다. 동료들과 술 한 잔 기울이기도 하고 가족들과 주말을 즐겁게 보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남편과 아빠를 잃은 K원장의 가족들 곁에는 남편과 아빠가 없고, 하늘에 있는 K원장과 이곳에 남은 가족들은 지금도 당신을 원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마땅한 책임을 지기 전까지, 당신의 또 다른 이름은 ‘살인 검사’가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