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부상에 세균이 미치는 영향

중동의 항생제 내성

세균은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으며, 심지어 우리 몸 안에도 존재한다. 대부분은 무해하고 어떤 종류는 유익하기도 하지만, 어떤 종류는 특정 신체 기관에 잘못 들어가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약 100년 전 항생제가 처음 발견되기 전에는 환자가 사소한 병이나 작은 상처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하기도 했는데, 당시 의사들이 세균 감염에 대항할 방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항생제 발견은 의학계에 혁명을 가져왔으나, 세균이 점차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게 되며 그 효능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세균 또한 다른 생물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다. 세균이 항생제에 노출될 때마다 적응하고 생존할 가능성이 미미하게 있다. 최근 수십 년간 항생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면서 세균은 내성을 키울 기회가 많았다.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형태의 세균이 각기 다른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가지게 되며 이는 매우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가 됐다. 중동을 포함한 여러 국경없는의사회 활동 국가와 같이 분쟁이 벌어지는 지역은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전쟁 부상은 세균 감염의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총알이나 포탄의 파편은 피부를 찢어 살을 열기 때문에 세균이 유입되기 쉽습니다. 지뢰를 밟으면 상처에 엄청난 양의 흙먼지가 상처에 들어갑니다. 감염 위험이 매우 큽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요르겐 스타시인(Jorgen Stassijns)

실제 사례로 요르단 암만(Amman)의 국경없는의사회 재건수술병원 환자 왈리드(Waleed)는 지난 2016년 예멘 도시 이브(Ibb)에서 거리를 걷고 있었는데, 항공기가 왈리드가 지나던 건물을 포격했다. 벽이 무너지며 왈리드는 턱과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왈리드는 2016년 예멘에서 폭격으로 다쳤다. 사고 직후 예멘 내 여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수개월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올해 초 국경없는의사회는 왈리드를 요르단 암만에 있는 재건수술병원으로 이송했다. 이곳 의사는 왈리드가 다리에 감염이 됐고, 일반 항생제로는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의료진은 왈리드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고 추가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다. 왈리드는 현재 암만 병원에서 회복 중이며 최근 다시 걷기 시작했다. ©Hussein Amri/MSF

탄환을 맞거나 폭발이 일어나거나, 건물이 무너지면 신체에 상당한 충격을 줄 수 있다. 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가하기도 한다. 복합 골절은 여러 번의 외과 수술이 필요한데, 다칠 당시 감염이 없었더라도 수술 도중 뼈가 감염될 위험이 그만큼 증가한다.

왈리드는 아직도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다. 건물 벽이 무너지며 가해진 충격 때문이 아니라, 상처가 세균에 감염되고 세균이 왈리드의 회복에 필요한 치료제에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왈리드가 예멘의 분쟁 상황에서 겪었듯이, 분쟁으로 보건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지역에서는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

이브에서 치료를 받긴 했지만 제대로 된 치료가 아니었습니다. 이후엔 추가 치료를 위해 사나(Sana’a)로 옮겼습니다. 여러 번 수술을 받았지만, 치료는 여전히 열악했습니다.

항생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세균의 항생제 내성 발달을 자극할 수 있다. 왈리드는 결국 요르단 암만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입원했고, 의사는 왈리드의 뼈에 심각한 감염을 발견했다. 이는 왈리드와 같은 경우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세균에 의한 감염이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는 뼈 감염이 항생제 남용으로 생긴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전 여러 의사가 항생제를 과다 처방했고, 그래서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이 생겼습니다.

그렇다면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는 세균 감염 환자는 어떻게 치료할까. 다행히 항생제에는 여러 종류가 있고, 한 종류에 내성이 생긴다고 하더라도 다른 항생제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실험을 통해 감염을 일으킨 세균의 정확한 종류를 알아내고, 어떤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암만의 재건수술병원은 지역 내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중 실험실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병원이다.

몇년 전 예멘 아덴(Aden)에서 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경없는의사회는 수많은 항생제 내성 세균 감염 환자를 치료했다. 2017년 1월, 국경없는의사회는 병원 내 실험실을 개설해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감염 환자에 대한 후속 관리를 시작했다. 연구원은 외과의에게 샘플을 받아 분석하여 항생제 내성 세균을 식별하고, 의사는 이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는데 필요한 적절한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Ehab Zawati/MSF

이 병원 환자 대부분이 항생제 내성 환자입니다. 환자 모두 분쟁 지역에서 왔고, 적합한 항생제를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재건 수술을 하기 때문에, 샘플 대부분이 감염된 부위의 뼈나 연조직입니다. 우리는 적절한 절차에 따라 적합한 항생제를 찾고, 의사가 적절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돕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암만 병원 실험실 관리자 메이 알 아스마(May Al Asmar)

분쟁 중인 곳에서 미생물 실험실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필요한 장비가 고가이거나 복잡하지는 않지만, 공간을 매우 잘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샘플 분석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특별히 철저한 프로토콜을 따라야 하므로 고도로 숙련된 연구원이 필요하다. 샘플이 다른 세균에 오염되거나 세균이 통제 환경 외부로 유출되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현재 연구실을 추가로 개설하는 한편, 외부 연구소와의 협력도 확대하는 중이다. 내성 세균 감염 치료를 위해 적절한 항생제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세균이 내성을 갖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효과적인 항생제는 더 많은 세균을 제거해 내성이 발달할 가능성을 줄이지만, 효능이 떨어지는 처방은 내성 발달을 오히려 촉진할 수 있다.

분쟁의 영향을 받는 곳에 미생물 실험실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공간을 매우 잘 활용해야 하며,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고 특별히 철저한 프로토콜을 따라야 하는 샘플 분석에는 고도로 숙련된 연구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샘플이 다른 세균에 오염되거나 세균이 통제 환경 외부로 유출되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Ehab Zawati/MSF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경없는의사회는 지역 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적절한 항생제 사용법 교육을 시작했다. 의사에게는 적절한 항생제를 처방하기 위한 지식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항생제 내성의 복잡한 상황 때문에 언제 어느 약을 처방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병원의 항생제 사용을 개선하는 데에는 항생제 관리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하다.

마르와 카심 모하메드(Marwa Qasim Mohammed)는 예멘 아덴(Aden)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 합류해 항생제 관리 교육을 받은 의사 중 한명이다.

국경없는의사회에서 일하기 전에는 감염 유형에 따라 항생제를 처방하는 게 아니라, 수술하고 나면 항상 특정 항생제를 1주나 2주까지 처방한다는 원칙에 따라 처방했습니다. 특별히 프로토콜을 따르지도 않았고, 실험 결과를 참고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감염 유형에 따라 사용해야 할 항생제를 규정한 프로토콜을 따르도록 교육받았습니다. 세균 유형별로 적합한 항생제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한 특별 교육도 받았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의사 마르와 카심 모하메드

감염 방지 및 통제(IPC) 대책 또한 매우 중요하다. 엄격한 항생제 사용 규율은 병원 내에서 세균 내성이 발달하는 것은 방지할 수 있지만, 어떤 환자는 입원할 때부터 내성을 가진 세균에 감염된 일도 있기 때문에, 이 세균이 다른 환자에게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감염 방지 및 통제(IPC)의 핵심 원칙은 위생입니다. 감염 방지 및 통제(IPC) 프로그램의 주요 목표는 직원, 다른 환자, 보호자에게 환자의 세균이 전이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이라크 모술(Mosul)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수술 후 회복실 IPC 담당자 파티마 살림 유니스(Fatima Salim Younis)

모술에서 전투가 벌어진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적절한 의료 시스템이 부족하다.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는 항생제 내성 세균으로 인한 감염으로 고통 받는 환자가 많다. 하지만 분쟁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 제대로 된 IPC 대책을 실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절차를 모술 병원에 도입하는 데에는 여러 난관이 있습니다. 병원의 역량은 제한적인데, 도시 전체에서 환자는 늘고 있습니다. 이런 포화 상태에서 올바른 절차를 따르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또한, 대부분 병원에선 절차가 명확하지 않거나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으며, 물자도 부족하고 의료진의 인식도 부족합니다.
-파티마

이라크 모술에 있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수술 후 회복실은 IPC를 도입했다. IPC의 핵심은 청소, 살균 및 소독이다. 병원 직원이 수술에 앞서 살균한 도구를 준비하고 있다. ©Mario Fawaz/MSF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는 엄격한 프로토콜을 따르는 게 익숙하지 않은 환자에게 있다.

환자들은 병원 밖에서의 각기 다른 생활방식에 익숙하지만, 입원 후에는 감염 방지 및 통제(IPC) 절차에 따라야 합니다.
-파티마

입원하기 전 환자가 이미 스스로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판단하거나 때론 실행까지 옮긴 경우도 있다. 중동을 비롯해 많은 국가에서 항생제를 처방전 없이 살 수 있으며, 이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더욱 악화시킨다.

많은 사람이 상처나 염증이 생기면 어떤 항생제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의 처방을 받지 않고도 말입니다.
-국경없는의사회 가자(Gaza) 병원 보건 증진 담당 아말 아베드(Amal Abed)

가자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은 이스라엘 접경 지역에서 시위 중 총상을 입은 환자를 주로 치료한다. 총상은 특히 항생제를 신중하게 사용해야 하는 부상이다.

많은 환자가 지속해서 항생제를 처방받지 않는 것에 대해 불평합니다. 저는 항생제는 꼭 필요할 때만 처방받아야 된다고 설명해줍니다.
-국경없는의사회 보건 증진 담당 아말 아베드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의 보건 증진 담당자는 환자가 치료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필요한 감염 예방 및 통제 절차를 수용하도록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떤 경우는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몇 주씩 일인실에 격리되어야 할 때가 그중 하나다.

환자에게 염증이 내성 세균으로 인해 생긴 것이기 때문에 격리되어야 한다고 하면 환자는 걱정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환자가 평소대로 생활할 수 있고 방문도 가능하지만, 몇 가지 주의 사항이 더 있을 뿐이라고 얘기해줍니다. 모든 것이 평소와 다를 바 없고, 가운을 입고 손을 소독하고 나면 밖에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환자에게 알리면 격리를 받아들입니다.
-아말 아베드

아말은 보건 증진 활동이 환자에게 큰 영향이 있다는 것을 봤다.

보건 증진 교육에 참여한 환자가 새로 입원한 환자에게 다가가 직접 설명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공동체 내에 교육 내용을 전파하고 다른 환자와 나누는 것을 볼 때 정말 기쁩니다.
-아말 아베드

항생제 내성에 대해 알리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또는 모든 의료시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세 명의 환자가 가자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 항생제 내성 관련 보건 증진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 ©Jacob Burns/MSF

신의 도움으로, 또한 의사의 노력 덕분에 거의 완치 됐습니다.

3년 넘게 뼈 감염으로 고통받던 왈리드는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도 전문 치료를 수개월 받고서야 회복 단계에 이를 수 있었다. 왈리드의 치료는 성공적이었지만, 항생제 내성과의 싸움은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항생제 내성 문제의 작은 부분을 다룰 뿐입니다. 많은 국가에서 의료 시스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의료공급자에 대한 국경없는의사회의 영향력은 미미합니다. 또한 항생제 대부분은 의료가 아닌 축산업과 농업에 사용되는데, 이 부분에서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우리가 시도하고 있는 건 우리 안에서는 큰 변화를 일으키겠지만, 항생제 내성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루려면 보다 광범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요르겐 박사

항생제 내성 문제가 매우 복잡하고 난관도 많지만, 국경없는의사회는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한 부분을 감당하기 위해 힘쓰고 있고, 앞으로도 역할을 확대해 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