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82년생 김난소입니다

저는 82년생 김난소입니다. 왜 제가 82년생이냐고요? 제 주인님이 1982년에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제 주인님은 5년 전에 결혼했어요. 1년간 남편이랑 행복한 신혼생활을 즐기고 2세 계획을 세웠어요.

그때부터 주 2회씩 부부관계를 가졌죠. 배란기에는 더더욱 열심(?)이었고요. 주인님은 만으로 33세였기에 당연히 곧 임신에 성공할 줄 알았어요. 저도 제 동생인 난자가 정자와 만나기만을 진심으로 바랐거든요.

하지만 무슨 영문인지 2년이 지나도록 둘이서 만나는 일은 없었어요. 그 사이 제 주인님과 남편의 시름은 깊어갔어요. 두 사람은 난임클리닉을 찾게 됐고, ‘난임’ 판정을 받았어요. 난임이란 가임기의 남성과 여성이 피임하지 않고 정상적인 성관계를 했는데도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대요. 주인님 남편의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진 게 원인이었나 봐요.

아기가 갖고 싶던 두 사람은 결국 체외수정을 하기로 했어요. 체외수정은 난자와 정자를 시험관에서 수정시킨 후 자궁에 이식하는 방법을 말해요. 임신성공률은 약 25%래요. 다행히 국가에서 시술비도 50%에서 70%나 지원해준대요. 지난해 초부터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됐는데 벌써 약 17만명이 혜택을 받았어요.

사진=셔터스톡

하지만 두 사람은 네 차례나 체외수정을 시도했지만,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어요. 앞서 세 번은 본인부담 30%만 내고 시술받을 수 있었지만, 네 번째에는 50%로 올랐어요. 이마저도 앞으로 기회는 단 한 번뿐이에요. 체외수정에 대한 본인부담 적용 범위를 5회로 제한했기 때문이에요.

두 사람은 근심에 빠졌어요. 아이를 갖기가 이렇게 힘들 줄 몰랐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주인님은 한방으로도 난임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한약 복용을 통해 자궁내막의 수용성을 높여 착상률을 높여준대요.

하지만 한방난임치료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두고 의사 선생님과 한의사 선생님 간 논쟁이 붙었어요. 정부가 예산 6억2000만원을 들여 시행한 ‘한약(온경탕과 배락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 연구가 최근 발표됐거든요. 한약의 난임치료에 대한 유효성과 안전성, 경제성을 평가하고자 연구를 시행했어요.

이를 용역수행한 동국대 한의대 김동일 교수팀은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받은 여성 90명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를 진행한 결과, 13명(14.4%)이 임신했다고 밝혔어요. 이 중 7명(7.8%)은 출산에 성공했대요.

임상 참가 여성은 만 20~29세 5명, 만 30~39세 80명, 만 40~44세 15명이고요. 이들은 원인불명 난임 환자로 시험관 시술을 총 4회 미만이었어요. 치료법은 한약과 침, 뜸을 동시에 적용하는 표준 한방치료법을 4개월간 적용하고 이후 3개월간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또 한방난임치료는 임신 이외에도 산모의 건강까지 챙겨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대요. 지난 2015년 부산광역시에서 진행한 한방난임사업 설문조사에서 한의약 치료를 받은 난임여성의 68.9%는 월경통과 월경곤란증이 감소했다고 해요.

이러한 이유로 아이를 갖고 싶은 난임부부들도 양한방 진료를 동시에 받고 있대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난임부부지원 사업결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양방의 체외수정시술 여성의 88.4%, 인공수정시술 여성의 86.6%가 한방진료를 별도로 이용했대요.

김동일 교수는 한방난임치료에 대해 “인공수정시술 지원비와 체외수정시술 지원비의 중간 정도를 한방난임치료비로 국가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한양방 통합난임치료에 대해 시범사업이나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두고 의사 선생님들은 생각이 다르다고 해요.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얼마 전 한의계의 난임 치료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결론을 지었어요.

김동일 교수님은 인공수정 임신율(13.9%)과 한의약 난임치료(14.4%) 유효성이 유사하다고 얘기했는데 “인공수정 1시술 주기 당 임신 성공률을 한방 난임 치료 7개월간의 누적 임신 성공률과 비교하는 치명적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짚었어요.

그러면서 학회는 “아무런 치료를 시행하지 않고 6∼8개월 동안 자연임신시도를 하더라도 20∼27%의 자연임신율이 보고돼 왔다”고 말했어요. 즉, 아무 치료를 하지 않는 것보다 한방난임치료를 통한 임신율은 오히려 떨어진다는 얘기예요.

‘한의약 난임치료’의 연구수준도 담보할 수 없다고 반박했어요. 산부인과학회는 전향적(case series) 연구로, 근거 수준도 매우 낮다고 꼬집었어요.

또 난임치료에 쓰인 한약의 성분도 문제를 제기했어요. 산부인과학회는 “임산부 복용금기로 설정된 목단피를 배란 직전까지 사용한 점과 해외 연구에서 동물의 태아에게 전달돼 기형유발이 가능함이 확인된 토사자, 당귀 등이 사용된 점에 대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제시했어요.

저와 제 주인님은 사실 혼란스러워요. 이 말도 맞는 것 같고, 저 말도 맞는 것 같거든요. 둘 다 우리나라에서 보건의료를 책임지는 전문가니까요. 하지만 더욱 깊은 논의는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나라 2018년 출생 사망 잠정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8명으로 OECD 국가 중 최저치를 보인대요. 출산 주체가 되는 가임기 여성의 초혼 연령 증가와 이들의 혼인 건수도 줄어든 게 초저출산 문제로 이어진 주된 원인이라는 거예요. 실제 첫 자녀를 출산하는 평균 연령은 지난 1993년 약 26세에서 2017년 약 32세로 약 6년이나 늘었대요.

스테파노 스카페타(Stefano Scarpetta) 경제협력개발기구 고용노동사회국장도 지난달 한국에 와서 “2020년 한국 내 자녀와 부부로 구성된 가정은 약 30% 이하의 비율을 보이지만 2040년대에 진입해서는 10%대로 감소한다”며 “이로 인해 향후 20여년 간 한국의 노동인력은 250만명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경고했어요.

이제 출산은 제 주인님 문제만이 아닌 국가적 문제가 된 만큼, 한방난임치료에 있어서도 안전성, 유효성을 따질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