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구충제 아닌 ‘키트루다’로 폐암완치, 면역항암제 단점은?

동물용 구충제 펜벤다졸로 말기 폐암을 완치했다고 주장한 60대 미국 남성이 실제로는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를 투약해 암을 치료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를 시청한 암 전문의들은 “미국인 폐암 환자가 개 구충제가 아닌 키트루다를 복용해 암을 치료했을 확률이 100%”라고 단언했다.

한국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는 지난 2017년 3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PD-L1 발현율이 50% 이상이며, EGFR 또는 ALK 변이가 없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적응증을 확대 승인 받았다.

한국MSD 항PD-1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

3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면역항암제는 ‘면역관문억제제’를 말한다. 암세포는 면역시스템에 걸리지 않고 계속 증식하기 위해 ‘PD-L1’이라는 회피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물질이 T세포의 수용체 ‘PD-1’과 결합하면 T세포는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착각해 공격하지 않게 된다.

이때 면역항암제는 암세포의 PD-L1이 T세포의 PD-1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먼저 결합한다. T세포와 결합하지 못한 암세포는 면역시스템에 의해 공격받아 치료가 이뤄진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세포독성 물질로 암세포를 공격해 사멸시킨다. 하지만 암세포뿐만 아니라 주변의 정상 세포도 같이 공격해 손상을 입혀 부작용이 심했다. 2세대는 정상 세포를 공격하지 않기 위해 암세포의 특정 물질만 공격하는 표적항암제로 발전했다.

특정 물질만 공격해 부작용은 1세대에 비해 줄었지만, 암세포가 면역이 생겨 재발하면 항암제가 듣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3세대 항암제는 이런 부작용이 거의 없는 편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정아 교수는 “3세대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과 내성의 문제가 적고 부작용도 현저히 적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면역항암제가 모든 암을 치료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아직은 효과가 크지 않다. 종양마다 다르지만, 면역관문억제제가 효과를 보는 확률이 악성 흑색종의 경우 40% 내외, 다른 종양은 10% 내외밖에 되지 않는다.

이에 김 교수는 “위암 4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치료 성과가 좋은 환자들의 공통적인 생태지표를 발견했지만, 아직 이 생태지표가 효과가 있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며 “앞으로도 면역항암제의 치료 성과를 높이기 위해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폐암 4기 환자, 좌측 폐암으로 기관지가 완전히 막혀 무기폐 발생(왼쪽 사진), 키트루다와 세포독성 항암제 병용요법 후 일주일 뒤 폐암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좌측 기관지가 열려 무기폐가 사라짐(오른쪽)

또한 치료 효과뿐만 아니라 비싼 가격 때문에 환자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게 문제로 꼽힌다.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당수 폐암 환자는 면역항암제 치료를 시도조차 못하는 실정이다. 급여 기준도 매우 까다롭다.

폐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비소세포폐암을 예로 들면 첫 치료부터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환자는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고 다른 항암 치료에 실패한 뒤 두 번째 치료제로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환자, 즉 2차 치료 환자 중 ‘PD-L1 발현율’ 기준을 충족시키는 환자만 급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면 면역항암제 치료 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 비용은 연간 1억원에 달한다. 급여 혜택을 받으면 환자 부담금이 5%로 대폭 줄어들지만 고가의 면역항암제에 건강보험 재정이 과도하게 투입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전 회장은 “만일 모든 환자가 고가의 치료를 건강보험재정으로 받기를 원한다면 머지않아 파산할 것”이라며 “이처럼 건강보험재정은 한정돼 있어 정부는 대통령 공약과 재정 사이에서 효율적인 재정운영에 대한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