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의뢰서 나중에 가져와도 된다’는 상급종합병원의 편법

대한의원협회, 의료전달체계 근간 흔드는 초대형병원의 불법 행위 개선 요청

대한의원협회(회장 윤용선)는 서울 A병원에서 진료의뢰서 없이 내원한 환자를 진료하고 사후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받아오게 한다는 회원의 제보를 최근 받았다. 이에 의원협회는 지난달 31일 A병원에 이같은 행위의 중단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의하면, 1차 의료기관에서 발급한 진료의뢰서 내지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소견이 기재된 건강진단·건강검진결과서를 가지고 가야만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진료에 대해 건강보험 급여의 적용이 가능하다.

즉,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경우에는 진료비 전액을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

의원협회는 “그럼에도 A병원은 진료를 이미 마친 환자에게 나중에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받아 제출하면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안내하면서 사후적인 진료의뢰서 제출을 유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의원협회는 A병원 외에도 다수의 상급종합병원들이 동일한 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급종합병원들의 행위는 의료법 및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은 물론 의료전달체계의 근간을 흔드는 대단히 심각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윤용선 회장은 “원칙적으로 의료급여를 받을 수 없는 환자에 대해 편법을 통해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여 환자를 유인하였으므로 의료법 제27조제3항을 위반한 부당한 환자유인행위”라며 “속임수나 그 밖의 부당한 방법으로 건강보험공단에게 요양급여비용을 부담하게 한 경우이므로 부당청구로서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이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또 “이 과정에서 진료의뢰가 없는 환자에 대해 진료의뢰가 있었던 것으로 진료기록부에 기재한 경우에는 의료법상 진료기록부 허위작성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환자와 공모하여 국민건강보험공단을 기망하여 손해를 끼쳤다는 점에서 형법상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를 사기죄의 공범이 되도록 유도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A병원의 이같은 행태에 윤 회장은 “이러한 행위는 환자로 하여금 진료의뢰서 없이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되는 심각한 상황이 초래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원협회는 A병원에 이러한 행위를 근절하고 이에 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청함과 동시에 이후에도 동일한 제보가 접수될 경우 즉각적인 법적조치도 취할 것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