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명인제약 ‘이가탄’ 논문, 효능 입증하기에 턱없이 부실”

허위과장광고로 식약처에 민원 제기
명인제약에 이가탄 잇몸염증 효과 입증 공개 논의 요구

최근 부실한 임상 논문을 근거로 제시하거나 연구 결과를 벗어나서 마치 임상 효능이 입증됐다고 일반의약품을 광고하는 행위에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간수치 개선 효과를 홍보하던 대웅제약의 ‘우루사’ TV 광고에 해당 내용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가 내려졌다.

이처럼 일반의약품 광고의 근거가 되는 논문의 상당수가 부실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전수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명인제약은 지난달 11일 유명 연예인을 앞세워 올해 3월 국제저명학술지 ‘BMC Oral Health’에 게재된 임상시험이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를 입증했다는 TV 광고를 시작했다.

이가탄 TV 광고는 광고 하단 자막으로 소비자에게 해당 논문을 직접 확인해보라고 논문 출처(Hong at al. BMC Oral Health (2019) 19:40)를 소개하고 있다

의약품에 전문 지식이 없는 소비자가 의학용어로 작성된 영문논문을 이해한다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바른의료연구소가 팩트체크에 나섰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가 임상시험을 통해 입증됐다는 명인제약의 TV 광고가 사실과 다르며, 해당 임상시험은 이가탄의 효과를 입증하기에는 턱없이 부실한 연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1. 학술지에 게재된 이가탄 임상시험 개요

연구 제목은 ‘만성 치주염 환자에서 이가탄의 효능에 대한 무작위, 이중맹검, 위약 대비, 다기관 연구’다. 해당 연구는 ‘BMC Oral Health’에 올해 3월에 게재됐으며, 학술지의 2018년도 영향력지수(Impact Factor)는 2.048이다.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multicenter study for evaluating the effects of fixed-dose combinations of
vitamin C, vitamin E, lysozyme, and carbazochrome on gingival inflammation in chronic periodontitis patients

연구는 만성치주염 환자 100명을 대상으로 경희대치과병원·연세대치과병원·단국대치과병원 3곳에서 진행됐으며, 1:1의 비율로 대조군과 실험군에 무작위로 배정됐다. 총 연구 기간은 8주였고, 첫 4주 동안에는 실험군만 이가탄을 복용했으며 나머지 4주 동안에는 대조군과 실험군 모두 이가탄을 복용했다.

연구의 일차 목표는 잇몸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치은염 지수(Gingival Index, 이하 ‘GI’) 변화 비교다. ‘GI’가 높을수록 잇몸 상태가 나쁨을 의미한다.

최종 93명(대조군 45명, 실험군 48명)이 연구를 마쳤다.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 GI가 감소돼 개선 효과를 나타냈다. 4주후 GI의 평균 변화는 대조군과 비교할 때 실험군에서 의미 있게 감소했다. 연령, 성별, 방문 차수 등의 변수를 보정한 모델에서 실험군이 대조군보다 2.5배 GI 개선 효과를 보였다.

연구자들은 위약과 비교했을 때 이가탄이 치주염을 의미 있게 감소시켰다고 결론을 내렸다.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으며, 명인제약은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2. 이번 임상시험은 만성치주염에서 이가탄의 탁월한 효과 정말 입증했을까

바른의료연구소가 논문을 면밀히 분석한 결과, 이번 임상시험은 많은 오류와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탁월한 효능을 입증했다고 주장하기에는 그 근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논문에서 확인된 오류를 하나씩 짚었다.

① 이번 연구는 실패한 지발 임상 연구(Delayed-start study design)

이번 연구 설계는 정확하게는 ‘지발 임상 연구’다. 지발 임상 연구는 두 그룹 가운데, 한 그룹은 처음부터 치료약을 복용하지만, 다른 그룹에서는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하다가 일정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치료약을 복용하는 연구를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 대조군에 속한 환자들은 첫 4주 동안은 위약을 복용했지만, 나머지 4주 동안에는 실험군과 같이 이가탄을 복용했다.

Table 2 Clinical parameters of the control and test groups at baseline, 4 weeks, and 8 weeks (mean ± SD)

Table 2를 보면, 처음부터 이가탄을 복용한 실험군에서는 GI가 치료 시작 전 1.19점에서 4주후 1.02점으로 감소했지만, 처음에는 위약을 복용했지만 4주 후부터 8주까지의 4주 동안 이가탄을 복용한 대조군은 GI가 4주째 1.01점에서 8주째 0.90점으로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효과를 보이지 못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이 연구 설계에서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효능을 보인다는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4주 늦게 이가탄 복용을 시작했더라도 처음부터 복용한 환자와 비슷한 수준의 개선효과를 보였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② 연구 시작부터 대조군과 실험군 간에 출발선 달랐다

일반적으로 임상 시험에서 대조군과 실험군에 속한 연구 대상자의 기본 특성은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치료 시작 전 주요 평가 지수도 두 그룹 간에 차이가 없어야 하며, 무작위 배정을 했더라도 두 그룹 간에 차이가 발생하면 이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가장 중요한 일차 변수인 GI에 대해 통계학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지 않다. 연구 시작 전 대조군의 GI는 평균 1.00점이었으며 실험군의 GI는 평균 1.19점이었다.

이는 실험군에 속한 사람들의 잇몸 상태가 더 안 좋았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두 그룹 사이에서 치료 시작 전 GI가 19%만큼 차이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두 그룹 간에 기본 GI가 통계학적으로 차이가 없다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이 연구에서는 운 좋게 실험군의 GI가 평균 1.19로 형성돼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양 집단의 GI수치가 비슷한 4주차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본다면 거기서 두군 모두 4주간 이가탄을 복용했음에도 8주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의 변화를 나타내지 못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실험군에서 기준에 비교해 유의한 결과를 얻었지만, 이는 실험군의 기준 GI가 유독 높았기 때문으로 실험 설계의 문제는 없으나 우연오차에 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③ 대조군과 실험군은 치료후 치은염지수(GI)에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연구 시작 4주째, 대조군과 치료군 두 그룹의 평균 GI는 각각 1.01점과 1.02점으로 통계학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단지 실험군 내에서의 GI는 기준 점수(1.19)와 4주째 점수(1.02)를 비교했을 때만 통계학적 의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연구 목적인 대조군과 실험군 간의 비교가 아니므로 임상적인 의미를 부여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두 그룹 간 4주째 GI의 원래 ‘절대 수치’가 아닌 ‘변화값(baseline – 4 weeks)’을 비교했을 때, 대조군에서는 0.01점이 증가했으나 실험군에서는 0.18점이 감소해 통계학적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연구 목적을 달성해 임상적인 효과가 입증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그룹 간의 잇몸 상태가 처음부터 달랐을 가능성과 4주째 ‘절대 점수’는 통계적으로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변화값’의 비교만으로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입증됐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근거가 매우 부족하다.

이는 과거 대웅제약 우루사가 TV 광고에서 간수치 개선 효과를 보였다는 주장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두 그룹 간 ‘간수치’ 비교에서 유효성이 없게 나오자, ‘간수치 변화율’을 비교해 유효성을 있는 것으로 결론이 바뀐 경우다.

3. 결론

이번 임상시험은 명인제약이 연구비를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직접 연구 설계와 통계 분석에도 관여했기 때문에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매우 많은 연구라는 게 바른의료연구소의 지적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논문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여러 중대한 오류를 지니고 있으며 이가탄이 만성치주염에 효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분명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며 “이렇게 부실한 논문을 근거로 TV 광고가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광고는 잇몸 질환에서 이가탄의 탁월한 효능이 임상 연구를 통해서 충분히 입증됐다며 홍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근거 논문의 내용이 이가탄의 효능을 정말로 입증한 것인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 볼 것을 명인제약에 요구한다”며 “명인제약의 주장대로 효능이 정말로 입증됐다면 이러한 논의를 통해 이가탄의 효능을 더 확실히 홍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런 광고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판단해 이가탄 TV 광고를 허위·과장광고로 식약처에 민원을 접수한 상태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잘못된 의료제도나 정책을 심층 분석해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2월 13일 2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