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부족이 자외선차단제 때문?

한국인의 비타민D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질병관리본부가 실시한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의하면 성인 72%가 혈중 비타민D 농도가 기준치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조사에서는 무려 90%가 기준치보다 낮았다. 2010~2012년 청소년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78%가 비타민D 부족이었다.

비타민D는 피부가 햇볕에 닿으면 자연스럽게 합성된다. 피부에 존재하는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 약 270~300㎚의 자외선 파장에 닿아 탄소 원자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만들어진다. 약간의 자외선 노출만으로도 쉽게 합성되므로 야외활동만 충분하다면 부족할 일이 없다. 한국인의 비타민D 수치가 이렇게 낮다는 것은 우리 국민이 전반적으로 야외활동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려준다.

피부 세포 속 7-디하이드로콜레스테롤이 자외선(UVB)의 도움을 받아 프리비타민 D3가 되고 다시 비타민 D3로 변하며, 비타민 D3는 간과 신장을 통해 활성을 나타내게 된다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출처: COMPOUNDCHEM.COM)

그런데 한 가지 원인이 더 지적된다. 바로 자외선차단제다. 야외활동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 그 짧은 시간마저도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나가기 때문에 비타민D가 합성될 기회가 더욱 줄어든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비타민D 부족률, 세계 최고의 자외선차단제 사용률

실제로 식약처의 조사를 보면 한국은 자외선차단제 사용률이 매우 높다. 날마다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인구가 여성은 90%, 남성은 56%에 이른다. 이것은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고의 사용률이다. 미국의 경우는 여자 30%, 남자 14%에 불과하다. 그나마 피부암 발병률 1위 국가인 호주가 좀 높은 편인데 여자 49%, 남자 33%이다. 자외선차단제에 대한 한국인의 사랑은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다.

과연 자외선차단제가 비타민D 부족에 영향을 끼칠까. 이론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충분하다. 자외선차단제는 280~400㎚의 자외선을 차단해준다. 비타민D를 합성하려면 270~300㎚의 자외선이 일정 시간 동안 피부에 닿아야 하는데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면 이 파장의 대부분이 피부에 닿지 않으므로 비타민D 합성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사진=셔터스톡

이론과 현실 사이

그러나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이것은 이론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95년 호주 멜버른 대학이 여름 한 철 동안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그룹과 바르지 않은 그룹 사이의 비타민D 수치를 조사했는데 두 그룹 모두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9년 영국 킹스칼리지에서도 비슷한 실험을 했는데 자외선차단제를 꼼꼼히 발라도 비타민D 수치에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아직 결론을 내리기는 이르다. 2019년 호주 국립 국민건강질병센터는 지금까지 발표된 비타민D와 자외선차단제 관련 논문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실제 사용을 바탕으로 한 통제연구(controlled study)에서는 비타민D 부족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으나 실험연구(experimental study)에서는 분명한 차이가 나타났다. 즉 실험실에서 피험자에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고 인공 자외선을 쪼였을 때 비타민D 생성량이 확연히 줄었다.

또한 통제연구는 모두 일조량이 풍부한 시기인 한여름에 진행됐고 사용한 자외선차단제는 모두 SPF 16 이하였다. 한국은 일조량이 계절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고 계절과 상관없이 SPF 30~50의 높은 제품을 바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차단력이 높은 제품을 바르는 경우에도 비타민D 생성에 문제가 없는지, 겨울철 일조량이 적을 때에는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야외활동 늘리는 게 최선

비타민D는 뼈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필수적이다. 성인이 비타민D가 모자라면 뼈가 약해지고 심하면 골다공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청소년은 성장기라서 뼈가 자라면서 휘고 구부러지는 구루병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건강을 위해서라면 우선은 야외활동을 늘리려고 노력하는 것이 최선이다. 2018년 충남대 대기과학과 이윤곤 교수팀의 연구에 의하면 6~8월 서울 지역을 기준으로 하루 26~41분이 비타민D를 생성하기에 충분한 산책 시간이라고 한다. 얼굴에는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더라도 팔다리를 내놓고 걸으면 충분한 양의 비타민D를 합성할 수 있다.

문제는 지금과 같은 겨울이다. 겨울은 일조량이 확 줄고 팔다리를 내놓고 산책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얼굴에 자외선차단제를 안 바를 수도 없다. 산책 시간을 1시간 30분에서 두 시간 정도로 늘리면 어느 정도 합성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추운 겨울에 이렇게 오랜 시간을 산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비타민D를 섭취하기에 좋은 식품들. 등푸른생선류, 통곡물, 치즈, 버터, 그리고 비타민D가 강화된 우유, 시리얼 등이 좋다

따라서 겨울에는 음식을 통해 보충하는 것이 좋다. 비타민D는 등푸른생선 속에 충분히 들어있으므로 고등어, 정어리, 꽁치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 달걀 노른자와 치즈에도 비타민D가 많이 들어있다. 그리고 가공식품 중에 우유, 오렌지주스, 시리얼은 비타민D가 강화돼 나오는 경우가 많다.

보충제 복용 시 주의할 점

만약 야외활동이 어렵고 이런 음식조차 즐겨 먹지 않는다면 그때는 보충제를 섭취하는 것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거동이 힘들고 식사량이 부족한 노인들에게는 비타민D 보충제 처방이 골다공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의사들은 말한다.

다만 얼마나 먹을 것인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비타민D는 지용성이라서 과다 섭취할 경우 체내에 쌓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비타민D 복용제 과다섭취로 심혈관 질환이 발생했다는 몇 건의 사례 보고도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보충제 복용을 고려하고 있다면 병원에 가서 혈중 비타민D 농도를 검사하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하면 의사가 환자별 야외활동량, 식습관, 계절별 일조량을 고려하여 적당한 비타민D 섭취량을 처방해줄 것이다.

화장품비평가. 작가 겸 번역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위원을 지냈다. 2004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헬스경향’, ‘한겨레’ 등에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기능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2020·세종도서 선정),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201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이 있다. the_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