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호 백화현상이 자외선차단제 때문?

지난해 하와이 주정부는 산호의 백화현상을 막기 위해 2021년부터 옥시벤존(벤조페논-3)과 옥티노세이트(에틸헥실메톡시신나메이트)가 들어간 자외선차단제의 판매 및 유통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어서 팔라우도 비슷한 발표를 했다. 오는 2020년부터 해양생물에 독성이 큰 10가지 물질이 들어 있는 자외선차단제 및 스킨케어 제품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여기에는 옥시벤존, 옥티노세이트뿐만 아니라 옥토크릴렌, 4-메칠벤질리덴캠퍼 등 4종의 자외선차단성분이 포함되고 이 밖에도 트리클로산, 페녹시에탄올, 파라벤 등 6종의 살균보존제가 포함된다.

팔라우 정부는 이 법을 어기면 판매자에게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한다. 2020년 1월부터 발효되니 이제 곧 시작된다.

건강한 산호(사진 왼쪽)와 백화된 산호

이 두 정부의 발표 이후로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한국에서도 나오고 있다. 78만 구독자를 거느린 뷰티 유튜버 디렉터파이는 지난 5월 올린 자외선차단제 관련 영상에서 하와이와 팔라우의 결정을 근거로 들면서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해양오염의 주범이 되는 두 성분에 대해서는 제조사에서 대체성분을 개발을 해주십사···. 물에 직접적인 오염 원인이 되는 성분은 선크림에서 먼저 안 쓰는 걸로 요청드리겠습니다.

뷰티 유티버 디렉터파이가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해양오염의 주범이라고 말하는 방송 장면(출처 디렉터파이 유튜브채널)

당장 사용하지 말라고 주장하는 전문가들

선크림을 선택할 때에도 환경을 생각하라는 주장은 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단지 일부 지역이 금지했다고 해서 곧바로 그 성분이 환경에 유해하다고 단정하고 소비자에게 쓰지 말라고 하는 것은 성급하다.

더구나 제조사가 대체성분을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은 순진하게까지 들린다. 자외선차단 성분은 각 나라 정부가 엄격한 심사와 위해평가를 거쳐 쓸 수 있는 성분을 지정하는 포지티브 시스템(Positive System)을 채택하고 있다.

한국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정한 27가지 성분 이외에는 쓸 수 없다. 대체성분을 개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그것을 전 세계에서 공식 자외선차단 성분으로 인정받는 것은 수십 년 동안 수조 원을 쏟아부어도 어려운 일이다(미국은 1991년 이후로 새로운 자외선차단 성분을 단 1종도 승인하지 않았다).

특정 성분을 쓰지 말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은 대체성분 개발도 간단하고 쉬운 일인 줄 아는 모양이다.

논문 하나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정말로 산호를 백화하고 해양생물에 악영향을 주는가? 하와이와 팔라우의 결정은 다분히 정치적 결정이다. 산호섬으로 관광 산업을 이끌어가는 나라들은 병들어 가는 산호 문제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미세먼지에 예민해서 자꾸 이상한 관련 대책을 내놓아야 하는 것처럼, 하와이와 팔라우도 뭔가를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그 대책이 반드시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고 과학적으로 타당한 것도 아니다. 한국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에 대해 과학자들이 비판하는 것처럼, 하와이와 팔라우의 자외선차단 성분 금지에 대해서도 과학자들은 크게 비판하고 있다.

두 지역이 자외선차단 성분을 금지한 것은 달랑 하나의 논문에 근거하고 있다. 이 논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여러 대학과 연구소의 공동연구로 진행됐고 지난 2015년 <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지에 발표됐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산호의 유충에 옥시벤존을 노출시켜 이것이 유충의 운동능력을 상실시키고 기형을 유발하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면서 하얗게 굳어버리는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산호에 옥시벤존을 노출시키자 DNA 변형이 일어났으며 골격 내분비에 교란을 일으켜 전체가 골화됐고, 그 안에 있는 유충들이 모두 뼛속에 갇혀 성장이 멈춰버리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러한 현상은 옥시벤존 노출량이 많을수록, 빛에 많이 노출될수록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또한 빛을 쪼이는 상태에서 산호세포의 절반이 사망에 이른 옥시벤존 농도가 산호의 종류에 따라 리터 당 8~340㎍인데 버진아일랜드 연안의 옥시벤존 농도는 75㎍이고 하와이 연안은 0.8~19.2㎍이라고 밝혔다.

논문만 보면 옥시벤존이 산호 백화의 주범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곧바로 반론을 쏟아냈다. 우선,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사용한 옥시벤존 농도는 현실에서 실현되기 어려운 고농도였다. 그런 고농도라면 어떤 화학물질을 넣어도 똑같은 결과를 냈을 거라고 과학자들은 비판한다.

연구진은 하와이와 버진아일랜드 연안의 산호초 주위의 바닷물에서 백화가 가능한 범위의 옥시벤존과 옥티노세이트가 검출됐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농도가 늘 유지되는 것은 아니며 모든 산호초 주위가 다 그런 농도인 것도 아니다.

미국피부과학회는 “일부 자외선차단 성분이 환경 독성을 띠고 인체에 해롭다는 주장은 아직 증명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호주 산호섬연구카운슬센터의 테리 휴즈 소장도 언론을 통해 이 논문의 주장이 “결정적인 것은 아니다(inconclusive)”고 밝혔다.

더 큰 문제를 보자

해양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자외선차단제는 매우 지엽적인 원인일 뿐이고 진짜 원인은 훨씬 더 큰 문제에 있다고 말한다. 즉,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 온도의 상승이 산호 사막화의 진짜 원인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산호의 백화현상을 초래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인포그래픽(출처: 미국립해양서비스)

해수 온도가 상승하면 산호가 박테리아에 쉽게 감염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사막화를 초래할 수 있다. 현재 전 세계 산호초의 90% 정도가 사막화되었는데 그중 상당수는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관광객들도 찾지 않는 곳이다.

사람의 접근이 없는 먼바다의 산호초까지 사막화 현상이 두루 일어난다는 것은 이것이 훨씬 큰 규모로 일어나고 있는 환경적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뜻이다.

지구온난화 외에도 어류 남획, 바닷물로 흘러 들어가는 오·폐수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휴즈 소장은 “단지 자외선차단제 성분으로 모든 원인을 돌리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라고 말한다.

아직까지 각 나라의 환경 관련 부처는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최종 판단이 나오려면 더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 또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는 이 두 성분에 환경 유해성분이니, 독성 성분이니, 해양오염의 주범이니 등의 딱지를 붙이는 것은 성급하다.

만약 다른 성분들로 똑같은 실험을 한다면, 그 성분들은 과연 괜찮을까. 어항의 물에 자외선차단제를 조금 풀어 넣고 금붕어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자. 금붕어가 사망에 이르면 그 자외선차단제는 해양생명에 독성이 있다는 뜻일까.

화장품비평가. 작가 겸 번역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위원을 지냈다. 2004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헬스경향’, ‘한겨레’ 등에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기능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2020),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201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이 있다. the_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