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과기정통부 ‘경상대 치매 조기진단 인정’ 보도자료···“연구부정행위 검증”

빠른 고령화로 치매 환자가 급증하고 있어, 치매 조기진단기술과 새로운 치료제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런 시류에 편승해, 임상 연구 결과의 범위를 벗어나 의료식품을 마치 알츠하이머치매에 효능이 입증된 것처럼 부풀려 광고하는 행위도 버젓이 벌어지고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최근 정부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배포한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보도자료에서 연구 결과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발견하고 민원을 접수했다며 연구부정행위 검증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9월 16일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사진 1.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 16일 배포한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보도자료

경상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치매를 손쉽게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진단키트를 개발했으며, 연구팀의 연구 성과는 국제적인 저널인 ‘Scientific Reports’에 ‘A novel kit for early diagnosis of Alzheimer’s disease using a fluorescent nanoparticle imaging’이라는 제목으로 9월 12일 온라인에 게재됐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다.

사진 2. ‘A novel kit for early diagnosis of Alzheimer’s disease using a fuorescent nanoparticle imaging’ 논문

알츠하이머치매를 진단하는 통상적인 방법들은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된 후에야 식별이 가능하고 비용이 많이 든다.

이에 연구팀은 치매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 진단해 예방 및 치료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초기 잠복상태의 치매까지 판별해 내는 조기진단키트를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사진 3.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 16일 배포한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보도자료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해당 논문의 전문을 검토한 결과, 보도자료에서 밝힌 ‘조기진단키트가 잠복상태의 치매까지 판별’해낸다는 내용과 ‘치매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는 내용은 논문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먼저, 잠복상태의 치매를 판별하기 위해서는 ‘무증상의 단계’나 알츠하이머치매의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진단 정확도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연구는 알츠하이머치매 환자 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만 존재할 뿐, 잠복상태의 치매라고 할 수 있는 ‘무증상의 단계’나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분석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진 4.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 16일 배포한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보도자료

보도자료 중 연구 성과를 설명하는 항목에서 기존에는 할 수 없었던 ‘인지능력의 장애나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치매 초기를 진단’할 수 있다고 기술하고 있으나, 논문에서는 그 근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연구자는 연구내용을 설명하며 ‘경도인지장애 2명’이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고 했지만, 논문에는 이런 내용이 존재하지 않으며 정상인과 알츠하이머치매 환자만 연구 대상에 포함됐다고 기술했다.

사진 5.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 16일 배포한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보도자료

논문에서는 단지 4번 알츠하이머치매 환자(P4)에서 타우의 수치가 높고 베타아밀로이드 저중합체의 농도가 매우 낮아 ‘경도인지장애’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기술하고 있을 뿐이다.

사진 6. ‘A novel kit for early diagnosis of Alzheimer’s disease using a fluorescent nanoparticle imaging’ 논문

또한, 논문 ‘Figure 5’에서 ‘알츠하이머치매 환자’의 시료를 분석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나, 이를 번역한 보도자료의 ‘그림 5’에서는 ‘경도인지장애 환자까지 진단이 가능한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진 7. ‘A novel kit for early diagnosis of Alzheimer’s disease using a fluorescent nanoparticle imaging’ 논문
사진 8.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9월 16일 배포한 ‘국내 연구진의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보도자료

‘경도인지장애’는 기억력 장애 등 인지 장애가 있으나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 즉 치매의 전 단계를 의미하는 임상적인 진단이며, 바이오마커는 경도인지장애의 원인을 감별하는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

바른의료연구소는 “임상적으로 알츠하이머치매를 진단받은 환자의 혈장으로 검사를 했더니 경도인지장애 같다고 주장하는 것은 의학적으로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한 보도자료에서 밝힌 ‘치매진단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검사와 비교해 정확도를 얼마나 높였는지에 대한 결과를 제시해야 하는데 해당 논문에는 이에 대한 내용이 존재하지 않았다.

다양한 바이오마커로 새로운 개념의 진단키트를 개발해 치매진단 기술을 발전시키는 것은 맞지만 보도자료를 통해서 밝히고 있는 ‘잠복상태의 치매 판별’이나 ‘치매진단의 정확도’에 대한 내용이 해당 연구에 없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는 “논문의 연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경도인지장애가 보도자료에 등장한 것은 이번 연구가 ‘신개념 치매 조기진단기술’이라고 과대포장하고 이를 합리화하기 위한 의도는 아닌지 의구심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연구비 지원을 받아 이뤄졌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 보도자료를 통해 홍보하는 행위는 일종의 연구부정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훈령에 의한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2조에 의하면, ‘연구부정행위’는 연구개발 과제의 제안, 수행, 결과 보고 및 발표 등에서 이루어진 행위로, 학문 분야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나는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지난 9월 19일 과기정통부에 민원을 신청, 왜곡된 보도자료 작성 및 배포의 책임 소재, 이 같은 행위의 연구윤리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 국민에게 잘못 전달된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수정 보도자료 배포 등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10월 11일 이 같은 내용의 답변을 보냈다.

(중략) 논문에 보도자료를 통해 밝히고 있는 성과들에 대한 근거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의도적으로 왜곡한 것이 아니고 민간기업과의 계약사항으로 인해 논문에 모든 정보를 담지 못한 것임을 이해 부탁드린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중략)

바른의료연구소는 “민간기업과의 계약사항으로 인해 논문에 모든 정보를 담지 못하는 것과 논문에 없는 성과가 보도자료에 등장하는 곳이 도대체 무슨 관련이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며 “과기정통부의 답변에서 왜곡된 보도자료 배포의 책임 소재,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판단, 그리고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보도자료의 배포 등에 대한 답변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과기정통부의 답변에 10월 14일 민원을 다시 신청해 연구책임자의 변명이 아닌 과기정통부의 답변을 요청했다.

과기정통부는 두 차례나 처리 기간을 연장한 후, 지난 10일 다음과 같이 답변했다.

(중략) 연구재단을 통해 전문가 자문을 구한 결과, 선생님께서 지적하신 대로 논문에는 보도자료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경도인지장애 환자들까지 진단이 가능하다고 볼 근거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다만, 연구책임자가 민간기업과의 계약으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를 의도적으로 부풀려서 홍보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중략)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연구책임자가 민간기업과의 계약으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고 주장만 하면, 논문에 없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언급하며 홍보를 해도 문제 될 게 없다는 말이냐”며 “부풀린 연구성과 홍보를 판단하는데 연구재단의 자문 의견으로 부족한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이어 “과기정통부의 이번 답변에서도 부풀려진 보도자료 배포의 책임 소재,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의견, 국민에게 정확한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고민에 대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며 “교육부훈령 제263호에 따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을 근거로, 연구 결과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부풀려서 홍보하는 행위를 ‘연구부정행위’로 판단하고, 교육부, 한국학술재단 및 경상대에 검증을 요청할 예정이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