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화학물질 ‘칵테일 효과’로 독성 증폭?···식약처, 모니터링 결과 “모두 적합”

생리대 화학물질 ‘칵테일 효과’로 독성 증폭 가능성을 제기한 여성환경연대와 KBS의 보도와 달리 국내 유통중인 생리대, 팬티라이너 등이 모두 안전하다는 정부 조사결과가 나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이의경)가 올해 시중에 유통 중인 생리대, 팬티라이너, 탐폰(이하 생리용품) 등 총 359개 제품을 대상으로 색소, 산·알칼리, 포름알데히드 순도시험 등 품질 점검을 한 결과 모두 적합했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또 생리용품 330개 제품을 대상으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60종(표)을 모니터링한 결과, 검출량이 대부분 지난 결과와 유사한 수준으로 인체 위해 우려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표 1. 조사대상 물질(VOCs 60종) 목록

생리용품 126개 제품을 대상으로 다이옥신류 및 퓨란류에 대한 위해평가를 실시한 결과, 인체에는 유해하지 않다고 확인했다.

다이옥신류 및 퓨란류 총 17종 중 15종은 검출되지 않았으며, 이 중 독성이 가장 약한 나머지 옥타클로로디벤조다이옥신(OCDD), 옥타클로로디벤조퓨란(OCDF) 등 2종은 검출됐으나 유해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KBS는 지난해 5월 16일, 17일 이틀 연속으로 ‘단독’ 타이틀로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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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최지현 화장품비평가는 KBS가 단독보도한 생리대 안전성 기사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최 비평가는 “‘단독’ 타이틀이 무색하게 대단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고 그저 식약처 조사에 은폐와 오류의 의혹을 제기한 것에 불과했다”며 “보도 내용을 들여다보면 대단한 자료를 은폐한 것도 아니고, 조사의 결론 자체가 흔들릴만한 치명적 오류도 아니었다. 그저 해명과 보완이 필요한 정도의 사안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KBS는 식약처의 해명을 듣기보다는 의혹 제기에만 힘을 쏟았다. 이 과정에서 여성환경연대의 주장을 팩트인 양 그대로 펼쳤다”며 “특히 17일자 기사는 새로운 내용은 전혀 없고 모두 여성환경연대가 주장해온 내용을 그대로 복사한 수준의 보도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조현희 교수와 서울대 보건전문대 최경호 교수는 여성환경연대의 생리대 관련 행사에 발제자로 참가한 교수들로 여성환경연대의 논리와 주장에 과학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하는 역할도 했다”고 꼬집었다.

KBS는 이틀 연속 단독보도 하루 뒤인 18일 과학은 물론 상식까지 무시한 생리대 관련 보도를 내놨다.

생리대 화학물질 ‘칵테일 효과’로 독성 증폭 가능성 제기(출처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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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화학물질 ‘칵테일 효과’로 독성 증폭 가능성 제기

최 비평가는 “KBS는 생리대별 최고치 데이터를 모두 더해서 최악의 가상 생리대를 탄생시켰다. 그리고는 칵테일효과로 인해 발암위해성이 안전기준의 3.3배나 높아진다고 말했다”며 “더구나 화학물질을 6종이나 혼합했는데도 안전기준의 위치는 변함이 없다. 도대체 어떤 안전기준이 6종의 화학물질에 일률적으로 적용되고 6종을 혼합한 칵테일에도 꿈쩍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되나”라고 반문했다.

또 “이런 억지 논리에 힘이 실리려면 역시 전문가가 필요한데 이번에 등장한 전문가도 지난 17일 보도에 등장했던 전문가와 똑같다”며 “바로 여성환경연대 생리대 토론회에 참석하고 여성환경연대의 주장에 유리한 논리를 제공한 서울대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였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그런 물질들이 한 물질, 한 물질은 괜찮다고 하더라도 섞여 있으면 함께 존재하면서 마치 칵테일처럼 독성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최경호 교수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는 그 말고도 전 세계에 많다고 한다. 화학물질의 ‘칵테일 효과(Cocktail Effect)’ 혹은 ‘혼합효과(combination effect)’는 비교적 최근 시작된 연구 분야라는 것.

최 비평가는 “가장 빨리 움직이고 있는 곳은 EU인데 2009년 환경장관회의에서 EU 집행위원회에 조사를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아직까지 필요성을 인정한 것 외에 이렇다 할 성과는 없다”며 “수많은 화학물질의 칵테일 효과를 어떤 방식으로 조사하고 어떻게 위해평가를 할 것인지 방법도 마련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 화학물질이 혼합될 경우 위해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 공중보건 차원에서 정부와 학자들이 나서야 마땅하다. 다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학계의 생리”라며 “이 분야가 이제 막 열린 연구시장의 블루오션인 만큼 학자들은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위험성을 부풀리는 측면이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아직까지 칵테일 효과를 증명할 아무 증거도 성과도 없음에도 ‘화학물질 총압력(total chemical pressure)’이니 ‘바디버든(body burden)’과 같은 용어를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1+1은 2가 아니라 3이나 4가 될 수도 있다’는 소설을 쓰는 학자도 있다”며 “뭔가 대단한 위험이 있는 것처럼 부풀려야 여론을 일으킬 수 있고, 그래야 정부로부터 거액의 연구자금을 따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사진=마트에 진열된 생리대 제품들

최 비평가는 “서울대가 제시했다는 자료는 정말 과학자들이 만든 자료가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허술하기 짝이 없다”며 “화학물질의 수치와 출처도 없고, 안전기준의 수치와 출처도 없고, 오직 기준선의 위치와 위해성 몇 배를 강조한 그래프만 커다랗게 그려져 있는 자료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또 “위해평가를 하려면 식약처가 했듯이 노출량, 노출기간, 노출방식 등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며 “여성환경연대가 식약처에 늘 주장하듯이 ‘질 부위에 착용하는 생리대의 특수성’도 고려한 자료인지 묻고 싶다”고 되물었다.

이에 식약처도 KBS 보도에 정정보도 요구와 언론중재위원회 중재로 대응에 나섰다.

최 비평가는 “이처럼 결론을 정해 놓고 짜맞추기식으로 작성한 생리대 기사에서 KBS가 보도하면 어떤 뉴스도 통한다고 생각하는 오만함까지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깨끗한나라 등 주요 생리대 제조업체 5개사와 함께 지난해 발간한 휘발성유기화합물 저감화 요령 가이드라인을 적용해 제조공정을 개선해 왔으며, 올해부터는 10개사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다.

식약처는 다음해에 생리용품을 대상으로 폴리염화비페닐류(PCBs 12종)의 위해평가를 실시하고, 의약외품 GMP 기준을 신설해 생리대 등의 분야에 본격적으로 GMP 도입을 권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