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과 불안에 떠는 망명신청자, 정신건강 지원이 절실합니다”

[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책임자 노라 발디비아

지난 18일 ‘세계 이주민의 날’을 맞아 멕시코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책임자 노라 발디비아(Nora Valdivia)가 멕시코-미국 국경 마타모로스(Matamoros) 이주민과 망명신청자들이 직면하는 절망적인 현실에 대해 증언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2018년 6월부터 마타모로스에서 활동하고 있다.

발디비아는 ‘이주 보호 프로토콜(Migration Protection Protocols)’를 포함한 미국 및 멕시코 이주 정책이 수천명의 건강과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했다. 이들은 납치와 폭력 등 매우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다.

마타모로스 같은 지역에서 생활하는 망명신청자는 미래에 대해 어떠한 기약도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리오그란데 강가나 미국과 멕시코를 잇는 다리 아래에서 추위에 노출된 채 생활하고 있다. 이런 열악한 환경은 기도감염이나 불안증 등 신체적, 심리적 문제를 일으키고 더욱 악화시킨다.

안전을 찾아 떠나온 멕시코 가족 ⓒChristina Simons/국경없는의사회

한해 약 50만명이 중앙아메리카의 북부 삼각지대인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에서 멕시코로 넘어오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삼각지대는 전 세계에서 가장 폭력적인 지역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폭력과 빈곤을 피해 떠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최근 도입한 정책으로 인해, 갈수록 많은 사람이 미국과 멕시코 국경의 폭력적이고 비인도적인 환경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마타모로스에서 16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정신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유일한 구호 단체다. 많은 이주민은 이동을 꺼리는데, 지속해서 생명의 위협을 받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차라리 열악한 환경을 견디기를 택하는 것이다.

국경의 다리를 걷다 보면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어느 날 세 살 된 여자아이가 제게 여기 사는지 물었고, 전 아니라고 대답했어요. 아이는 작은 텐트를 가리키며 그곳에 산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곤 예전엔 (온두라스에) 집이 있었고 아빠가 그곳에서는 일했지만, 이제는 일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어린아이들조차 삶의 변화와 생활 환경의 변화, 필요를 인지한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노라 발디비아

– 정신건강 문제가 이주민과 망명신청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진단에 따라 다릅니다. 심리적 문제는 전인적인 영향이 있기 때문에 신체적 증상을 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주민 대부분이 폭력을 피해 피난을 떠난 사람들입니다. 멕시코를 통과하면서 겪은 폭력, 갈취, 성폭력 등으로 정신 건강 문제가 생긴 채 도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착한 후 겪는 차별로 또 한 번 피해를 봅니다.

– 어떤 사례를 봤나요?

어떤 경우 ‘심장마비’인 줄 알고 왔지만, 사실은 불안으로 인한 공황발작인 사례도 있었습니다. 불안은 마타모로스에서 상담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가장 흔한 증세입니다. 전체 중 61%가 이런 증상을 보입니다. 이런 경우 국경없는의사회는 종합적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우선 의학적 측면을 고려해 종합적인 평가를 하고 신체적 건강 문제를 분리합니다. 이렇게 하면 정신건강적 요소를 통합시킬 수 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는 마타모로스에서 망명신청자 대상으로 어떤 활동을 하나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레이노사(Reynosa)에서 의료팀이 국경으로 갑니다. 다른 날에는 현지 시설과 협력해 의료 치료를 제공합니다. 도시 안에서는 심리상담가, 사회복지사, 보건홍보 직원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심리상담가는 개인 및 그룹 상담을 진행하고, 보건홍보 직원은 사람들을 찾아가 정신적·감정적 건강에 대해 설명합니다. 사회복지사는 추가로 의료적, 사회적, 법적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지원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연결해 주고 있습니다. 시내의 보호소 또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노라 발디비아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책임자(사진 왼쪽)가 레이노사와 타마울리파스 진료소에서 기초 보건의료, 정신건강 및 사회복지 서비스를 이주민 및 난민, 최근 미국에서 추방당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Arlette Blanco/MSF

– 이곳에서는 왜 정신건강 지원이 필요한지 이해하고 있나요?

우리가 처음 다가갈 때는 아직 신뢰가 없기 때문에 경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건홍보 직원이 텐트마다 찾아가 우리 활동에 대해 설명합니다. 그렇게 조금씩 관계를 쌓습니다. 그다음 우리는 정신 건강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상담에 대한 편견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이후 필요한 상담을 제공합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정신건강 지원은 어떤 접근방식을 사용하나요?

정신 치료법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주로 일회성 상담을 진행하는데, 대상자들이 지속해서 이동 중이기 때문입니다. 한 번의 상담을 통해 환자를 현재 상황에서 분리해 환자가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계속되는 증상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방법을 전달해야 합니다. 상담이 끝날 때마다 가능하다면 정신건강 치료를 계속 받으라고 권고합니다.

– 일회성 상담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이 상담은 전문가가 내담자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비밀이 보장되는 공간을 제공하는 순간부터 영향력이 있습니다. 전문가는 공감하는 자세로 이야기를 듣고, 이 과정에서 내담자는 스스로 가치 있고 인정받고 있다고 느낍니다. 대부분 이런 형태의 서비스를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것은 가치가 매우 큽니다. 그 외에도 상담을 통해 자기 관리와 휴식, 심리교육 방법을 제공합니다.

– 사람들의 정신 건강을 악화시키는 것은 무엇이 있나요?

미국-멕시코 국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이주민과 망명신청자는 정신건강 증상을 보이는 상태로 고향을 떠나는데, 이주 경로에서 상태가 악화됩니다. 도착해서 잠깐 정착하지만, 기약이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폭력 상황에 노출되고, 궂은 날씨에도 야외에 생활하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으로 인한 건강 문제에 취약해집니다. 설상가상으로 망명 절차가 예정된 망명신청자는 첫 번째 단계 이후 두 번째 단계가 시작되는 데 1년이 걸린다는 것을 깨닫고 희망을 잃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곳을 떠나고 싶어 합니다.

–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나요? 희망이 없는 상태를 어떻게 견디나요?

끈기로 버팁니다. 이들은 적응합니다. 방법을 찾습니다. 부족한 것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적응합니다. 의지도 있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이들을 강하게 만들었습니다. 생존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가장 취약한 계층은 누구인가요?

위험한 환경과 질병에서는 어린이들이 가장 취약합니다. 국경없는의사회가 치료하는 환자의 50% 이상이 15세 미만입니다. 가족과 같이 이곳에 온 아이들을 많이 보는데, 가장 흔한 질병은 호흡기 및 소화기 질환으로 약 67% 정도 됩니다. 긁히거나 멍든 상처도 자주 보입니다. 이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 살고 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의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곳 상황은 계속해서 변합니다. 매일 새로운 상황을 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폭력으로 인해 상황이 매우 불안정합니다. 도시는 보기와는 달리 전혀 안전하지 않습니다. 레이노사를 포함한 마타모로스 인근 도시에서 일어나는 폭력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가 우려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매우 취약한 인구가 폭력(납치, 강도, 갈취, 성폭력)에 지속해서 노출되는 것입니다. 망명 절차를 진행하는데 1년이 넘게 걸리기 때문에, 망명신청자는 어쩔 수 없이 본국으로 돌아갑니다. 그곳에서 다시 폭력적인 상황과 비위생적인 생활환경에 노출됩니다. 우리는 환자의 삶을 위협하고 비인도적인 현재 정책의 영향에 대해 우려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