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업무방해 서울대병원 K교수 ‘깜깜이 징계’···“교수 감싸기, 해도해도 너무한다”

7년간 직속 부서 직원 갑질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 인사위원회서 교육권고 그쳐
신년사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 만들겠다는 김연수 원장···“먼저 갑질부터 뿌리 뽑아야”

지난해 11월 17일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영상의학과 K교수와 그의 장모가 담당 간호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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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으로 해당 간호사는 정신적 트라우마를 입고 사건 발생 두달이 지난 지금도 업무에 복귀하지 못한 채 병가 중이다.

단순한 폭언·폭행을 넘어 교수와 그의 친인척이 교수라는 지위를 남용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규정한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해 11월 18일 임단협 정식조인식에서 김연수 원장에게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김 원장은 “원장으로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며 “철저히 조사해서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암병원

병원은 해당 장모와 교수를 폭행·응급의료법 위반·업무방해죄 등으로 고발 조치했고, 지난달 30일 K교수에 대한 인사위원회를 열었다.

하지만 사건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철저히 조사하겠다던 병원은 조사내용이나 고발장 내용을 피해자에게조차 공개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K교수의 인사위원회 결과 또한 개인 인사정보이기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인사위원회 내용 또한 경징계로 그쳤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어 병원이 가해자를 처벌하고 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라고 서울대병원분회는 지적했다.

병원의 이런 태도는 7년간 부하 직원에게 상습적인 갑질과 인격 모독·폭언을 했던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 사건에서도 반복이었다.

지난해 7월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의 상습적인 갑질에 고통받아온 간호사가 단체교섭에서 원장에게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에 원장은 직접 사과하고 직권으로 인권센터에서 해당 사건을 조사하게 했으나 정작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에 대한 처분은 교육권고에 그쳤다.

유사한 갑질 사례로 인사위원회 회부돼 정직 3개월 및 보직해임처분을 받은 전 의무기록팀장에 대한 처분과는 너무나 다른 결과에 서울대병원 직원들은 “교수 감싸기, 해도해도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 원장은 2020년도 신년사에서 서울대병원이 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자아실현이 되는 직장, 행복한 일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선제적으로 과거의 권위적이고 경직된 조직문화에서 수평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가 되도록 만들겠다고 했다.

이에 서울대병원분회는 “하지만 교수 갑질 사건을 대하는 병원의 태도는 전혀 그렇지 않다”며 “김 원장이 거짓을 약속한 게 아니라면 원장이 직접 그룹웨어 게시판에 공개적으로 사과문을 게시해 이번 사태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교수들의 갑질을 뿌리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해당 간호사에게 트라우마를 안기고, 간호사로서의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은 영상의학과 K교수와 7년 동안 직속부서 직원을 지옥에서 살게 했던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를 중징계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김 원장이 말한 대로 정말 이 사건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 영상의학과 K교수와 약물유해반응센터 K교수에 대해 중징계로 엄벌해야 할 것”이라며 “가해자들에 대한 중징계야말로 구시대적인 특권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일부 교수들에게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일반 직원들도 차별로 인한 박탈감에서 벗어나 존중받고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수뿐만 아니라 의사직(임상강사·전공의·인턴)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집체교육으로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에 관한 교육은 지난해 7월 16일부터 법으로 제정돼 필수교육으로 이수하고 있으나, 의사직을 대상으로 한 교육은 소홀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의사가 필수교육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있으며, 집체교육을 수강하는 의사들 또한 출석 채우기에 급급하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대병원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자 한다면 원장이 책임지고 의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 예방 교육을 집체형식으로 받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노사동수의 직장 내 괴롭힘 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병원에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을 처리하고 예방하기 위한 노사동수의 위원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병원은 “노사동수가 되면 서로 다투느라 시간만 지연될 뿐이다”며 거부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이번 두 사건을 통해 병원이 교수에 대해 처벌 의지가 없음을 명확히 확인했다”며 “노사동수의 조사위원회만이 서울대병원의 교수 갑질을 뿌리 뽑고 조직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해답”이라고 말했다.

노사공동으로 직장 내 괴롭힘 피해 사실에 대한 전수조사 실시를 요구했다.

서울대병원분회는 “위계에 의한 갑질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2003년 간호사 성희롱·성추행 비뇨기과 교수 사건, 2014년 보라매병원 수술장 교수 폭언 사건, 2017년 교수 간 성추행 성형외과 교수 사건, 2019년 의무기록팀 갑질 사건, 2019년 두 명의 교수 갑질 사건 등 알려진 것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정도”라며 “드러나지 않은 갑질 사례까지 고려한다면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숨겨져 있는 추악한 사실을 양지로 끄집어내어 문화라는 명목으로 포장된 갑질을 없애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분회는 올해 서울대병원의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직종에 따라 차별받지 않는 민주적인 직장을 만들기 위해 ‘서울대병원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대책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이다. 이 기구를 통해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대병원에서 벌어진 차별과 갑질을 없애고 사람으로서 존중받는 일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