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분에’라는 말보다 공공의료 확충 요구한 간호사들

6일 의료연대본보·행동하는 간호사회, 병원간호사 인력기준강화·노동조건 개선 요구 기자회견 열어···“공공의료 향한 간호사 요구에 문재인 대통령 대답할 차례”

6일 오전 11시 청와대 앞에는 부족한 간호사인력·교육시스템·너무나 낮은 공공병원 비중 등 병원현장의 열악함과 그로 인한 환자 건강의 위험성을 알리고 코로나19 2·3차 대유행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달 29일부터 닷새간 1인시위를 진행한 의료연대본부와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들이 모였다.

간호사들은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 보장 △감염병 대응 세부지침 마련 △공공병원설립 등 5가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호사들의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

기자회견 첫 발언으로 의료연대본부 현정희 본부장은 “지난 2월 18일 대구·경북 지역감염 사태 이후에 우리는 방역 성공에 묻힌 의료실패를 솔직히 얘기해야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현 본부장은 “지금 원격진료나 의료상업화를 할 때가 아니다”며 “간호사들의 얘기에 귀 기울이고 속히 반영해야 한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코로나19에서 국민을 살리는 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의료상업화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현 본부장에 따르면 코로나19 2·3차 대유행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비대면 진료가 아니라 환자를 직접 간호할 간호사 등 의료인력 확충을 통해서만 환자를 살리는 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구지역감염 당시 동산병원으로 파견을 갔다 온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김수련 간호사는 “어려운 싸움을 하는 환자들을 최대한 보호하고 지원하는 게 저희 일이라면, 저희는 실패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간호사들의 실패는 아니다. 신규간호사, 유휴기간이 5년, 10년인 간호사, 중환자실에 난생처음 와보는 병동 간호사들까지 모두 모여들어 죽을힘을 다했다. 우리가 해낸 일들은 누구도 실패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도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부족한 인력으로, 부족한 경력으로는 해낼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고 참담한 심정을 전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김수련 간호사

이 실패는 간호사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지금까지 경력 간호사들이 수없이 떠나버리도록 방치한 한국 의료시스템의 실패라고 지적했다.

김 간호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대구에서 저와 일했던 선생님들 중 많은 수가 이미 사직했고, 태반은 사직할 마음을 먹고 있다. 적은인력, 적은 급여, 무시되는 안전, 동료와 환자로부터의 폭력, 초월적인 업무량에 짓눌려 간호사들은 매일매일 떠나고 있다”고 증언했다.

김 간호사의 발언처럼 간호사 노동조건의 열악함은 모든 사람의 안전이 위협받는 결과로 돌아온다.

“언제든지 감염병은 우리에게 돌아온다. 이 숫자로는, 이 경력으로는 못한다. 우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서 간호사들의 안전을 지켜달라. 우리가 그만두지 않게 해달라”라며 간호사의 노동조건이 나아져야만 병원에 방문하는 환자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음을 마지막으로 간절하게 호소했다.

지난 2015년 당시 메르스 환자를 돌봤고 현재 코로나19 환자를 간호하는 서울대병원 최은영 간호사는 “누군가 저에게 메르스 당시와 현재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물었다. 무엇이 달라졌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서울대병원 최은영 간호사

최 간호사는 “올해 2월에 대구에서 1000여명의 환자 중 절반 이상이 병실배정을 받지 못하고. 자가격리를 하던 코로나19 감염환자가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2020년 대한민국은 병상은 많아도 입원할 곳은 부족하고 장비는 많아도 환자를 돌볼 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의료인들이 맨몸으로 막았다”며 메르스 때와 달라진 바 없는 코로나19 감염병 현황을 전했다.

최 간호사가 가장 크게 지적하는 부분은 공공병상 수와 간호인력이다. “한국의 병상수는 OECD 평균의 2.6배가 넘는 세계 2위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의 병상 수는 꼴찌인 10%다. CT, MRI 등 고가장비의 보유는 현저히 높지만, 환자를 돌보는 간호인력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친다”며 한국의 의료체계가 환자의 안전을 공공이 책임질 수 있게 하는 공공병상과 간호사 인력에는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대부분 고가 장비 위주로 채워졌다고 비판했다.

이 와중에도 간호사들은 여전히 화장실 갈 시간, 밥 먹을 시간도 주어지지 않은 채 환자를 보러 뛰어다니고 있다. 최 간호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을 30%로 확대해야 하고, 간호사들이 제대로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보건의료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현재 한국의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800명은커녕 50명 안팎인데도 벌써 병상이 없는 비상상황이 됐다. 지난달 말에 대전에는 벌써 확진자 입원이 가능한 중환자 치료병상 ‘0’이 됐고, 광주도 최근 중환자 병상이 포화상태가 됐다”며 “벌써 호남지역에서 타지역 이송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하며 공공병상이 극히 부족한 한국의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

전 정책국장은 대구 지역감염 상황에 대해 언급하며 “입원한 환자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는 못했고. 중증 환자의 50%만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연령보정 사망률이 결코 낮지 않다. (코로나19 방역)성공이라는 자화자찬 속에 살릴 수 있는 수많은 환자가 사망했다. 결국, 10%밖에 안 되는 열악한 공공병원이 코로나 확진자의 78%를 감당해야 해서 생긴 문제였다”며 “그러나 발표된 1·2·3차 추경에 공공병상 확충계획은 없었다”는 발언을 통해 정부가 공공병원을 늘리려는 노력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 정책국장은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는 다른 데 관심이 팔렸다. 바이오산업 육성한다는 명목으로 3조원 가까운 돈을 제약회사에 퍼준다고 밝혔다. 복지부가 올인하는 것은 공공의료가 아니라 원격의료”라며 “당장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없고 인력이 없는데 무슨 비대면 의료입니까”라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 정부가 해야 할 것은 원격의료 추진이나 바이오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공공의료기관을 늘리고, 공공의료기관 간호사 처우도 개선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6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덕분에’라는 말보다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 보장 △감염병 대응 세부지침 마련 △공공병원설립을 하라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서한 전달했다

이날 열린 기자회견은 ‘덕분에’라는 말보다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 △안전하게 일할 권리 보장 △제대로 된 교육시스템 보장 △감염병 대응 세부지침 마련 △공공병원설립을 하라는 퍼포먼스와 문재인 대통령에게 요구서한 전달하는 것으로 마쳤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덕분에 챌린지라는 말보다도 ‘한 명이라도 더 살려야 한다’는 현장 간호사들의 간절한 외침에 답해야 한다”며 “환자의 생명이 손에 달린 간호사에게 다음은 없다”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