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리베이트 ‘받아도 탈 없는 돈’ 더는 안 된다

국내 B 제약사와 다국적 C 제약사의 A 병원 리베이트 행태

제약업계에 ‘리베이트’ 광풍이 불고 있다.

서울서부지검 의약품 리베이트 합동수사단은 지난 2월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한국노바티스 압수수색을 시작하며 의료인 구속 등 리베이트 수사확대에 나섰다.

한국제약협회도 오는 6월 열리는 차기 이사회에서 회원사 다수가 무기명 설문조사에서 리베이트 영업을 한다고 지목한 제약사 실명을 공개한다는 초강수를 뒀다.

제약사 리베이트가 국내 의료계에 얼마나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기에 검찰과 제약협회가 리베이트를 뿌리째 뽑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을까.

본지가 지난달 25일 만난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의 말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리베이트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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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회장은 리베이트가 일부 의사들의 양심적인 문제가 아니라 없어지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갖고 있어 그 뿌리가 깊으며 일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형태는 매우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고 했다.

이에 본지는 제약사의 다양한 리베이트 사례 중 하나를 소개한다.

사진=셔터스톡

난임과 불임 치료로 유명한 국내 A 병원의 직원이 본지에 제보한 병원과 제약사의 리베이트 수법을 재구성해 보았다. 그는 A 병원이 리베이트를 받는 제약사가 국내 B 제약사와 다국적 C 제약사, 2곳이라고 말했다.

제보자의 말에 따르면 A 병원은 난임과 불임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보니 배란 유도제와 같은 관련 의약품 처방이 많다. 이같은 의약품이 주력 제품인 제약사가 A 병원을 거래처로 만든다면 상당한 매출을 안정적으로 올릴 수 있다. 게다가 A 병원은 분원을 갖고 있어 제약사로서는 꼭 잡아야 하는 거래처로 꼽힌다.

국내 B 제약사와 다국적 C 제약사가 ‘화수분’ 같은 A 병원을 고객으로 만들기 위한 리베이트 시도는 불 보듯 뻔할 수밖에 없다.

B사와 C사는 A 병원 단체회식을 결제하거나 의료인에게 골프 접대를 하는 일반적인 리베이트뿐만 아니라 업체와 접촉이 많은 직원에게 금품을 제공하기까지 한다.

그가 근무하는 부서 전 직원이 이들로부터 수억원에 달하는 뒷돈을 받다가 적발됐지만, 고발조치 없이 퇴직으로 마무리됐다고 그는 말했다.

병원이 그 직원을 고발한다면 관계자 전원이 수사를 받게 될 텐데 그때 병원과 제약사의 리베이트가 함께 드러날 우려가 있으므로 묻었다는 것이다.

수억원의 뒷돈을 받고도 퇴직으로 마무리된 그 직원은 아이러니하게도 더 규모가 큰 병원으로 이직했다. 범법행위가 처벌은커녕 ‘받아도 탈 없는 돈’을 챙기는 행위가 돼 영업사원이 건네는 리베이트를 거절하기 쉽지 않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그는 제약사 영업사원이 A 병원을 배정받으면 빨리 승진한다는 말도 했다. 그 이유는 A 병원이 구매하는 제품의 매출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영업사원에 A 병원은 ‘승진을 하려는 디딤돌’ 같은 거래처로 꼽힌다.

영업사원은 A 병원의 ‘원장님’에게 당연히 성의를 보일 수밖에 없다. 고마움의 표현 중 하나가 원장과의 룸살롱 방문이다. A 병원 원장은 진료일정이 빈 시간에 영업사원에 연락해 룸살롱을 간다고 그가 말했다. 주로 낮에 간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낮에 룸살롱이 영업을 하겠느냐는 의문에 그는 손님이 없을 때 가야 서비스가 더 좋으므로 낮에 간다는 원장의 말로 대신했다.

이들의 관계를 보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도랑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라는 속담이 저절로 떠오른다. 검찰과 제약협회는 바로 이 관계를 근절시키려고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제보자는 아직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받아도 탈 없는 돈’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을 텐데 그 의지가 꺾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검찰의 수사확대뿐만 아니라 리베이트가 횡행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함께 다뤄지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