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하면 반드시 의료비 폭등”

의대 정원 증원 둘러싼 엇갈린 시선 1
[인터뷰]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

지난달 23일 정부와 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오는 2022년부터 의과대학교 신입생 정원을 매년 400명씩 총 10년간 4000명을 추가로 모집한다는 발표 후폭풍이 거세다. 대한의사협회는 당일 오후 즉각 반대 성명을 내었고, 오는 14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직능단체와의 협의 없는 일방적이고 졸속인 방안을 인정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의료현장의 주축이라 할 대한전공의협회 역시 사흘 뒤 오는 7일 파업을 앞두고 있다. 실무를 담당하는 전공의들이 하루뿐이지만 현장을 비울 공백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반응은 엇갈린다. 대한병원협회는 앞선 정부 방안에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대 인력과 정원까지 종합한 협의체를 꾸려가자는 견해를 내비쳤다. 시민사회에서는 정부 방안이 공공의료 인력과 시설 확충에 미흡하다며 더 강력한 방침을 주문했다. 본지는 여러 의료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부딪치는 쟁점과 주장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다 입체적이고 정교하게 정부의 방안에 접근할 수 있으리라는 의중이었다. 5일 대한의사협회를 시작으로 각 단체,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게재한다.

대한의사협회 성종호 정책이사

– 8월 14일부터 파업을 한다고 들었다. 의협에서 파악한 참가율은 얼마나 되나.

14일 하루를 파업하는 것이다. (인턴·레지던트)전공의 선생님들은 7일 역시 하루 파업을 하고, 14일 의협 전체 파업에 동참하게 된다. 앞으로도 계속 연쇄 파업을 할 계획이다. 현재 의협에서 파악한 참가율 데이터는 없지만, 이번에 많이 참가할 거라고 예상한다. 의사들이 참가한다는 범위는 전공의, 봉직의, 교수님, 개원한 의사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수도권, 지방 가리지 않고 (의사들이)충분히 참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 의료정원 수급 방안은 오래 논의가 분분했던 문제라고 들었다. 오래 묵은 문제일 텐데 임기 2년 남은 청와대에서 추진할 방안이라고 볼 수 있나.

의료정원 수급 방안이 오래 논의한 문제는 사실 아니다. 지금껏 논의가 없었던 문제라고 봐야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빌미로 의료인력 문제가 제기됐는데, 처음에는 공공의료기관 인력 확대한다는 이야기를 통해 언론플레이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코로나19 이야기는 들어가고 의사 인력 정원 문제 이야기만 나온 것이다. 속된 말로,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식으로 수급 방안이 (코로나19 사태로)나온 것이지, 오랫동안 논의된 문제가 아니었다. 논의되지도, 수면 위로 올라온 적도 없다.

DJ 정부 시절에 얘기 나오지 않았나?

DJ 정부 때는 의사 인력이 과하다는 이야기였다. 1990년대 김영삼 정부 때는 의과대학을 많이 만들면서, 의과 정원이 한 10년 새 300여명이 증원됐다. 이 같은 증원이 앞으로 의료비 폭증의 큰 원인이 될 것이라고, 2008년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연구보고서를 냈었다. 논의가 분분했다는 개념은 의사가 많다, 적다 이런 논의가 있었다는 뜻으로 말하면 맞는 말이고, 의사 수급이 부족하다는 이런 논의가 분분했던 건 아니었다.

– 국민 입장에선 정부 방침이 혜택이 아닐까. 당장 관련 기사에는 정부 지지와 의협, 의료 관계자들에 대한 성토가 쏟아지는 중이다. 부실한 의료 교육 실태가 뒤따르리라 의협은 예측하지만, 학생들과 수련의가 늘어나면 관련해 설비와 노하우, 교육 인력도 자연 늘어나지 않을까.

실질적으로 관련 기사에는 정부 지지만 일방적이지는 않더라. 현재 정부가 국가를 이끌어가는 방식이 독선적이다. 거대 여당의 횡포가 심한 편이고. (이번 방안은)그런 방식의 일환이라며 의협에 지지를 보내주시는 국민도 많이 계시다. 예전에 비해선, 달라진 부분이라 생각한다. 정부 방침이 (국민에게)혜택이라는 얘기는, 부동산 문제와 똑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정부 입장에선 일반 국민을 위한다고 했는데, 결론적으론 잘못된 결과를 초래하는 모습과 같이 의사 정원 확대 방안도 같은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의사는 부족하다, 과한다는 기준 자체가 (설정하기에)상당히 어려운 문제 아닌가. 그 나라의 고유한 의료 문화 제도가 있기에 전 세계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근데 정부는 PPR(국민 1000명당 의사 수, OECD 평균치와 비교해 의사 수의 많고 적음을 비교하는 수치로 쓰인다)라는 기존에 언급도 안 됐던 지표를 두고, 갑작스레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간 PPR 이야기를 한 적도 없었다. 그것도 코로나19 이후 의사 인력 증원이라는 핑계로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사실 중요한 지표도 아니다. 그걸 가지고 의사 수가 많다, 적다 따지기도 어렵다. 의사 수의 증가는 의료비 폭등과 일맥상통하고 반드시 연결된다. 의사 인력이라는 것이 의대만 만들면 의사 수련이 되고 의사가 된다는 생각은 전형적인 탁상 행정적 발상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23일 국회 앞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의사 인력 증원 정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집단이기주의’라는 이야기도 적지 않게 들린다.

집단 이기주의라고 이야기하지만. 두 가지 측면으로 얘기해보자. 노조가 집단 행동하는 것도 집단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지 않나? 인간이 살아가면서 집단 이기주의적 발상이 아닌 게 어딨나. 현재 거대 여당, 민주당의 행태도 정당의 이기주의라고 볼 수 있지 않나. 그런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두 번째로, 의사로서 우리의 이익만 추구한다고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만일 그렇다면 우리는 전문가로서 자격이 없는 것이다. 전문가로서 지식과 경험을 사회에 어떻게 반영하고, 사회가 어떻게 그것을 만들어가고, 사회에 우리의 영향력이 미치는 부분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 고민하는 집단이 전문가라고 생각한다. 집단 이기주의라기보다는 우리 사회에 정당하고 적절한, 합리적인 의료 제도를 구축하기 위해서 주장하는 중이다.

– 이번 정부 방침에 환영 입장을 낸 대한병원협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500여명 증대되면 우리 국민이 2065년에야 적정수급을 받을 수 있고, 1500여명을 증원해야 2050년에 적정수급을 누린다’고 주장했다. OECD 통계 속 연평균 인구증감률 등을 근거로 의료 수급과 서비스 내실을 지적한 의협의 이야기와는 상반된다.

병협은 병원 경영자 단체다. 4300여개 병원이 가입했고 의무 가입도 아니며 선택적 가입하는 곳이다. 병협 구성원에는 병원을 운영하는 의사도, 법인을 운영하는 이사장도, 한의사도 있다. 이해관계가 의사들의 인력과 크게 상관이 없는 조직이라고 봐야 한다. 병원 경영자들의 단체, 의료 자본가들의 단체가 병협이라고 의협은 바라본다. (병협은)전문가 단체가 아니라고 우리는 명확히 주장한다.

병협의 주장은, 서울대 예방의학과의 아무개 교수가 연구한 보고서를 참조한 것으로 보이는데, 병협에서 연구비를 주고 의뢰한 보고서다. 그렇다면 병협 의견이 많이 반영됐다고 봐야 한다. 모든 연구보고서가 다 그렇다. 의협이 연구 의뢰를 해도 결과에 의도가 반영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보건사회연구원에 연구를 맡긴다면 의료 인력을 증원이 마땅하다는 정부 측 의중이 담길 것이다.

병협이 참조한 보고서는 아직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대한민국 의사 수급의 가장 큰 문제는, 우선 의사 수요, 공급과 관련한 데이터들이 (총괄적으로 수집, 반영돼야 하는데 병협의 연구에는)한정적으로 반영됐다. 충분한 의료 수급에 대한 데이터로서 인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두 번째는, 의사의 근무시간이랄지, 근무 일수 같은 게 (연구에)전혀 반영이 안 됐다. 1982년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추계가 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현재)의사의 근무 시간을 일년에 155~165일 정도로 잡고 있다. 그런데 추계가 시작된 1982년 당시에도 근무시간이 155~165일이었을까. 아니다. 의사의 근무시간을 현저히 적게 잡으면 당연히 의사 수가 적어지는 것이고 의사 인력이 필요가 더 늘어나는 것이다. 병협의 보도자료 속 연구 보고서는 여러 현실이나 요소들이 누락됐다고 봐야 한다. 아직 발표되지도 않았을뿐더러 이러한 식으로 보도자료를 만들어 발표하는 것은 병협 측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밖에 안 보인다.

– 의협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의료전달체계의 재정립이나 진료권 설정 등 지역의 의료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의사들이 필수의료 분야나 지역에서 소신 있게 진료할 수 있는 제도적 기틀을 다지지 않고, 단순히 의사 인력 증원만으로 모든 걸 살리겠다는 정책은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고 밝혔는데,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게 풀어서 설명한다면.

우선 대한민국 국민은 의료기관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가 없는데, 큰 혜택이자, 낭비이기도 하다. 진료권 설정의 개념은 1998년 진료권이 국민의 권리 해소 차원에서 없어졌다. (지방 의료 생태계를 위해 다시)생겨야 한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경남 사람이라면 경남, 경북 사람이라면 경북에서 모든 진료가 이뤄져야 한다. 물론 3차 의료기관의 진료가 필요하다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료전달체계는 공급자에 대해서만 규제를 가하는 게 아니라, 의료 소비자에 대해서도 동일한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를 통해 진료권 설정, 의료전달체계가 잘 정립될 수 있다. 의료전달체계가 잘 정립이 돼야 각 지역의 의료 수요도 살아나고, 해당 지역에 의료 소비자가 충분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암 환자라고 다 서울에 올라오면 지방에서 누가 암 환자를 치료하겠나. 같은 의미라고 본다.

– 설명한 방안이라면 이번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드러난 ‘감염내과’ 인력 태부족이나 이미 만연한 ‘외과의’ 지원 미달 현상 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

(진료권 설정과 의료전달체계 등으로써 부흥하는)의료 취약지와, 감염내과·외과 등 비인기 과목 미달, 부족 실태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물어보자, 감염내과 의사들이 많이 필요한가.

의료인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으면 향후 전염병 대책을 할 수 없지 않나?

또다시 물어보자.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감염내과 의사들이 한 역할이 뭔지 혹시 아는가.

감염내과는 1년에 12명 정도밖에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감염내과를 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시스템을 만들어놓기 때문 아닌가. 감염내과를 할 수 있도록 여러 여건을 마련해놓으면 의사들이 안 할 이유가 없다. 현재는 감염내과를 하지 못하도록, 하면 안 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의사들이 (지망을)안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의료제도의 문제다. 건강보험제도의 문제. 해당 과목의 의사를 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외과의사 지원 미달도, 왜 지원을 안 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가)지원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면 된다.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으면서 왜 지원을 안 하느냐 하는 것은 사회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전가해서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다.

– 의대 증원 방안 이전, 의료계 최대 현안은 한방첩약 급여화였다. 관련 내용이 쑥 들어간 듯한데, 현재 어떻게 진행 중이고 관련해 어떠한 대응을 할 예정인가.

두 사안은 똑같이 중요하다. 첩약 방안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기본 정신을 완전히 훼손하는 것이다. 이게 현실화한다면 앞으로 마사지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줘야 하고, 탈모 등 미용 시술도 건강보험을 적용해줘야 한다. 모든 걸 다. 그런 기준을 정부가 어겼다는 것은, 한방첩약 급여화는 정부의 의지보다는 정치권의 의지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이 건에도 (방침을 취소하도록)대정부 투쟁으로 계속 요구해 나갈 것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달 3일 서울 서초동 국제전자센터 앞에서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추진을 논의하기 위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 회의에 ‘한방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철회 촉구 집회’를 열었다

– 한의사협회에선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을 포함한 의료 수급 방안을 여러 이해관계자가 머리를 맞대고 마련해보자는 제안(양한 교차 교육, 교차 면허 등)을 했는데. 현실성이 있다고 보는지.

한의사협회와 논의할 바에는 대한수의사협회와 대한간호사협회와 논의하겠다.

– (7일부터 파업하는)대한전공의협회는 물론 의대 예과, 본과 학생들까지 수업 거부 움직임을 보인다. 학문의 현장이 밥그릇 논리에 부화뇌동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자들도 파업하면, 그것도 밥그릇 논리라고 사람들이 주장한다. 교대가 정원을 줄인다고 하니 파업과 수업 거부하면 그것도 밥그릇 논리라고 하고. 약사 늘린다고 하니 약대생들이 수업 거부했다. 그렇게 따지면 밥그릇 논리가 아닌 게 어딨겠나, 이 세상에서. 이런 해석은 사안의 사회적 의미, 함의를 무시하고 그 행동에 대해 개인적 문제로 자꾸 전환하는 판단이다. 그렇게 판단하면 이 문제의 기본과 핵심을 놓치게 되는 것이다.

– 일각에선 이번 의협의 강공이 ‘의료 수가 적정화, 상승’ 등 반대급부를 얻으려 하는 수단이라는 시선도 있다.

수가 적정화, 인상이라는 문제는 아까 얘기한 감염내과와 외과 등 비인기 전공 지원 미달 문제 같은 걸 해결하는 근본적인 대책이다. 필수의료에 대한 적정한 수가 유지 없이 정부가 추진하는 (필수의료)의사 인력 증원 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가 없다.

일할 여건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그렇다. 제도적 문제를 다뤄야 하지, 개인의 문제로 접근한다면 적절한 해결방안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만약에 우리가 의료 수가 적정화 때문에 이번 방안에 파업이라는 방식으로 대응한다고 생각한다면, (감염내과, 외과 등)필수의료 인력 미달과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 마지막으로 국민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희가 하는 행동은 고뇌와 고뇌를 거쳐서 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다. 의협은 우리 사회 의료 분야에 있어선 최고의 전문가 단체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그런 제도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번 투쟁에 참여한다. 이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