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은 동료가 아니라 선생님이 필요한 것”

의대 정원 증원 둘러싼 엇갈린 시선 3
[인터뷰] 대한전공의협의회 김형철 대변인

대한전공의협의회 김형철 대변인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절차’라는 단어를 많이 이야기했다. 지난달 23일 정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증대’ 방안의 진짜 문제는 의료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담지 않은 일방적인 방식이라는 것이다. 의사 수가 증가하면 노동 강도가 덜하리라는 일반적인 해석도 의사라는 직업의 특성을 설명하며 노동에 더해 수련이라는 필수적인 과정을 이해해달라고 전했다.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는 시선에도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제도와 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일방적인 정부의 정책 독주에 있다고 역설했다. 의대 정원을 둘러싼 시선, 세 번째는 의료 현장의 핵심인력이라 할 인턴과 레지던트 즉, 전공의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김형철 대변인(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 4년차)

– 파업 날 보도를 보니 생각보다 의료 공백이 없었다. 파업의 기대 효과가 떨어진 건 아닌가.

전공의들이 파업하는 이유는 환자 위험이 목적 아니고, 우리 목소리를 들어달라는 호소다. 엄밀히 말하면 파업도 아니고 단체행동이라 해야 맞다. 환자가 위험에 빠지면 이슈는 되겠지만, 그것이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바는 아니다.

오히려, 전공의들이 파업해도 의료 공백이 없으니 의대 정원을 증대하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 명분의 정책이 아닌가 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100% 동의한다. 파업해도, 의료 공백이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의사가 많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을 듯하다.

– 일반적으로 의대 정원이 늘면 전공의들도 늘어 현장의 노동 강도가 덜어질 거로 생각한다. 그런데도 전공의들이 정원 증대 방안을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공의 페이스북 자료에 따르면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고, 근로기준법상 표준 근로기준시간 두배에 이르는 근무시간이라고 하던데.

한 마디로, 우리 전공의들은 같이 일하는 동료가 필요하지 않다. 선생님이 필요한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한 주방장이 있고, 밑에서 수련하는 요리사 5명이 있는 식당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식당에 손님이 몰려 수련 요리사를 10명으로 늘렸다고 생각해보자. 그러면, 이 수련하는 요리사가 훌륭한 요리사로 성장할 수 있겠나, 아니다. 이때 해결하는 방법은, 부주방격인 사람을 2명 정도 더 두는 것이다. 그러면 일의 양도 덜어질 것이고 요리사들도 더 잘 배울 수 있다.

우리 사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전공의가 일이 많다고 해서 같은 전공의를 추가하면 일이야 줄어들겠지만 수련하는 바는 훨씬 더 적어지고 이는 훌륭한 전문가가 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리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방식은 우리를 수련할 수 있는 전문의 선생님을 더 고용해 달라는 것이다.

– 대한병원협회는 찬성 입장을 내며 현재 고질적인 필수의료인력 수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은 정원 증대라고 하던데.

현재 의사들 가운데, 필수의료라 할 흉부외과라든지 산부의과랄지 전공하고 전문의가 된 이후에 개원하고 (호구지책으로)점 빼고 미용하는 분들이 매우 많다. 그분들이 과연 그러한 시술을 적성이 맞아서 할까. 여태껏 배우고 수련해온 경력을 다 버리고 하는 것이다. 왜냐면, 고용을 안 해주니까. 만약 안정적으로 고용될 수 있다면, 거기서 일을 할 것이다. 그들이 지금껏 노력해 배워온 과목과 지식이 있는데.

국민이 병원협회를 (전문가단체인)대한의사협회와 비슷한 단체로 인식을 하시는데, 병협은 병원 경영자들의 모임이다. 한 마디로 의료계의 전국경제인연합과 같은 곳이다. 경영자들의 모임이기에, 의료인을 싸게 쓸 수 있으면 그만일 것이고 그 때문에 정원 확대에는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의사들과는)노사관계로 보면 된다.

전공의들이 지난 7일 서울 여의도에서 오전 7시부터 하루 동안 파업에 나섰다(출처 YTN)

– 수도권, 대형병원 등을 지망하는 마음은 인지상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지방의료 인력 공백을 메울 방안이 있다면? 정부의 의무 지방 복무제도(10년)는 어떠한가.

정부 방안이 비현실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가 지방에는 환자도 적고, 환자의 사례(증례)도 적다. 다시 말해 중증 환자의 숫자도 적다. 병증이 심각한 환자들은 거의 전부 서울로 올라와 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는 이동 범위가 넓고 (KTX 같은)교통수단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심지어 비행기를 이용할 수 있어 응급의료권역이 서울과 한데 묶여있다. 이럴 정도로 우리나라는 반나절 생활권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들을)지방에 묶어 둔 채 지방에서만 수련받고 지방에서만 봉직하라 한다면 결국 그렇게 수련받은 의사는 낮은 역량을 지닌 채 배출될 것이다. 이 사실을 알게 될 지방 사람들은 과연 그 의사들에게 치료받고 싶을까. 현실적으로 아니다. 여전히 서울로 올라가게 될 것이다.

한 마디로 지방에 의무 복무를 강제한다는 건, 군(軍)병원을 양산한다는 겪이다. 현재 군인들이 몸이 아파도 군병원에 가질 않는다. 거기 근무하는 의사들은 단순히 의무 복무를 하기 때문이다. (군병원에서)의무 복무를 하는 의사들은 현실적으로 의욕도 낮고, 수련의 질도 떨어진다. 이 사실을 알기에 군인들도 군병원을 기피하고 민간병원을 찾지 않나. (정부의 지방 의무 복무 방안은)군병원 같은 현상을 낳게 될 것이다. 이것은 공공의료를 활성화하는 방안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전협이 생각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결국은 서울에서 수련받은 의사들도, 지방에 가서 살며 봉직하는 것이 인센티브가 돼야 한다. 모든 사람이 서울에 살고 싶어 하지 않나.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의사니까, 봉사해야 마땅하니 지방에서 살아라? 말처럼 되는 일이 아니다. 지방에서 근무 시 가산 수가가 있다든지, 이런 식의 인센티브를 제시해야지 의무로 한다면 의료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 정부의 의료 정책 실패 예시로 든 의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정확히 무엇이 문제였나.

마치 의전원으로 의사를 만들어놓으면 그 의사들이 자연적으로 연구자가 될 것으로 생각했다. 본래 의전원의 설립 취지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을 뽑아서, 그들이 의료 분야의 다양한 곳으로 가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경제학을 전공한 학부 출신은 의사가 되어 의료 경제(학) 쪽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렇게 선발했다고 해서 다양한 분야로 가지 않는다. 해당 분야로 진출하기 위해선 그 분야가 성장해 있고, 진출하면 분명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진출하는 것이지 단순히 (해당 분야에서/해당 분야를 위해)선발했다고 자연스레 여러 분야로 진출하지는 않는다. 현재 우리나라가 감염병 관련 과목 공급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단순히 많이 뽑는다고만 해서 그 분야로 가지 않는다. 선발보다는 해당 과목 의사의 처우를 개선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

– ‘감염내과’나 ‘외과’ 등 공급이 필수적이지만 대다수가 기피하는 과목 문제를 타개할 방안이 있다면? 의협은 의료 수가 적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기피 과목이라 하면, 대표적으로 이국종 선생의 외상외과를 꼽을 수 있다. 그가 매번 하는 말이 있다.

돈을 못 벌어서, 병원으로부터 핍박받는다.

이국종 교수는 굉장히 중요한 일을 하는데 이 말의 의미는 뭘까. 외과 계열 수술은 병원의 수지타산이라고 하는 ‘원가보존율’이 70%밖에 안 된다. 100만원짜리 수술을 하면 30만원이 무조건 손해가 난다는 말이다. 물론, 대형병원은 그런 식의 손실이 나도 사람들이 내원해 푸드코트를 이용하고 주차비를 내거나 장례식장 이용비용으로 손실을 메울 수 있다. 작은 병원은 그게 안 된다.

이국종 교수(출처 아주대학교의료원)

수가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수가 인상’이 아니다. ‘인상’은 마치, 100만원짜리 수술을 200만원 받다, 300만원으로 올리는 듯한 느낌인데, 이는 현실과 동떨어졌다. (의사들이 주장하는)수가 인상은 손해만 안 보게 해달라는 의미다.

수가는 의사들의 처우 개선과 맞물릴 수밖에 없는 문제인데, 이는 국민의 의료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의사들이 말하기 상당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수가 인상(적정화)을 바탕으로 한 의사들의 처우 개선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피과 문제는 영원히 해소할 수 없다.

– PPR(인구 1000명 당 의사 수)기준으로 단순 해석하자면 의료인 수가 늘어나면 국민에겐 더 혜택 아닐까.

의료인이 많이 증가하면, 나쁜 점은 뭘까.

의료비 폭증 이야기도 들었다.

그 얘기는 의사협회에서 한 거로 안다. 실제로 2006년에, 2020년도가 되면 의사 수가 과잉될 거라며 예측해 의사 수를 줄이기까지 했다. 의사가 과잉이라는 건 문제라는 인식은 모두가 할 수 있다. 1000명당 의사 수라는 지표는 국민이 얼마큼 의료 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아주 작은 지표 가운데 하나이다.

이탈리아 같은 경우, PPR 지표가 굉장히 높다(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많다는 의미). 우리나라의 2배 가까이 된다. OECD 최고 수준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어땠나. 엉망이지 않았나. 미국도 우리보다 높지만, 국민이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굉장한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과목을 산출해낼 수 없지만 팔이 부러졌다고 하면 의사를 마주하기까지 24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1분이 걸린다. 이런 사례에 비춰 단순히 의사 숫자가 많아진다고 의료 이용률이 보다 높아지거나 접근성이 좋아진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의사 숫자와 의료 이용률, 의료비 사이에 적정선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좋은 적정선을 유지하고 있다. 일반 환자가 감기에 걸렸다고 치면, 아주 유명한 병원을 찾아가지 않는 이상 즉시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진료비도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다.

– 파업 이후 현장의 반응은 어떠한가. 함께 일하는 간호사 동료? 전공 교수? 환자들? 펠로우들···

일단 교수님들이나 펠로우 선생님들은 굉장히 지지해주신다. 솔직히 말하면 의사 숫자 증가나 의대 정원 확대 문제는 그분들과는 전혀 이해관계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다. 교수님들이 공감해주시는 지점은 ‘의사결정과정’이다. 이런 식으로 정책 결정을 하면 안 된다.

내용보다는 절차상의 문제?

그렇다. 대전협이 이야기하는 바도 내용 이전의 절차 문제이다. ‘의대 정원 증대’ 문제는 우리나라 의료 체계 전체를 바꾸는 문제이고, 의료비 상승과 연관되는 문제이다. 그 때문에, 전공의들의 주장은 우선 ‘재논의’다. ‘철폐’가 아니라 전면 ‘재논의’를 주장하는 것이다. 정책을 추진하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전문가들 예를 들면 예방의학자들 등과 협의체를 이룬 뒤에 추진해야지, 이런 식의 일방적인 정책이라면, 현재 부동산 정책처럼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장 간호사 선생님들도 지지해 주신다. 대한간호사협회에선 (정부 방안에)찬성한다는 입장도 내었는데, 현장의 반응과는 판이하다. 협회와 일선 현장 간의 괴리가 있는 편이기도 하고. 현장 간호사 선생님들은 일선 의료 인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 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가 의료인들을 홀대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들려준다면.

유명한 이야기 있다. 아직도 대구 코로나 현장에 달려갔던 의료인들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그들이 어마어마한 보상을 바라고 간 건 아니었고 직업인으로서 소명을 가지고 간 것일지라도 정부에서 적절한 보상 이야기를 했으면 약속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상황까지 고려해서, 현재 코로나19 사태로 현장 의료진은 눈코 뜰 새 없는데 이런 날치기 식으로 (의대 정원 증대)정책을 밀어붙이는 게(의료인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Daegu/South Korea/02.21.2020 As the coronavirus crisis continues to deepen throughout Asia, with more than 2,200 deaths reported in mainland China.

정책 방안 나온 지 몇 달 안 된다. 4월 총선에 이야기 나오더니, 국회 개원 6월 즈음에 논의가 불거지더니 7, 8월에 상정하고 통과시킨다고 한다. 졸속적인 밀어붙이기인데 코로나 사태 때의 전사라는 식의 추어올림은 어디 가고 이렇게나 중요한 정책을 펴는데 의료인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도 않을 수가 있는지. 최소한 우리 이야기는 들어야 했지 않나.

– 의전원과 더불어 대표적인 의료 정책 실패 사례라고 꼽히는 서남의대 관련해서도 설명해준다면.

서남대 의대는 한 마디로 설명해 드리기는 복잡하다. 재단 문제도 있고. 당시 대학이 폐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다.

정부의 관리·감독 체계 이야기를 해야 하지 않나?

맞다. 그게 정부의 가장 큰 실책이다. 서남대에 의대가 있고, 수련 학생들이 있었기에, 정부는 서남대의 비리만 쳐내고 (공공재라 할 수 있는)의대와 병원을 지킬 의무가 있었다. 재단은 사라질지언정. 당시 정부는 의대와 병원을 재단의 결정에 전적으로 맡겼다. 이 대학 하나도 관리, 감독이 안 됐는데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 비슷하게 비리와 부정이 속출할 수 있을 것이다.

– 14일 의협 파업 동참 이후의 계획이 있다면(정부 방침의 변화가 없을 경우).

사실 파업하고 싶지 않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도, 정부 관계자들도 전부 똑똑한 사람들이기에 우리의 목소리를 알 거로 생각한다. 이제는 머리를 맞대고 현장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재논의를 했으면 좋겠다. 이후 계획은 잡아두지 않았다. 우리는 인간의 선의를 믿는다. 정책의 절차나 방향이 이런 식으로 흘러가선 안 됨을 알 거로 생각한다.

만약 지금과 같은 불통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의료 정책을)포기할 수 없다. 지금 포기한다면 엉망진창 될 것이다. 그러면 의료 정책은 부동산 정책처럼 갈 테고, 우리는 후배들에게 떳떳한 선배이자 의사로서 얼굴을 들 수 없을 것이다. 정부가 마음을 바꿀 때까지 우리의 행동은 계속될 것이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주제 자체가 어려운 주제여서, 국민 한분 한분 붙잡고 차근차근 설명해 드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안타깝다. 쉽게 생각하시면 된다. 시장과 제도가 기존에 잘 돌아가던 중인데 정부가 소통을 안 하고 무리하게 이 제도와 시장에 손을 대면 문제가 생긴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서비스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문제없이 운영 중이다. 비용은 합리적이고, 접근이 용이하고, 질도 굉장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전혀 반영하지 않으며 소통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개입을 한다면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리가 경고하는 것이다.

우리의 주장은 의대 정원 문제를 비롯한 정책을 어떻게 바꾸라는 말이 아니다. 현장 의료 인력인 우리와 함께 이야기하자, 소통하며 절차를 밟으며 결정을 하자는 말이다. 국민께서 알아주셨으면 한다. ‘밥그릇 싸움’ 이야기 하시는 국민분들도 계시는데, 의사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정확히 들으시면 생각이 달라지시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