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세제 대신 소프넛?···맹물보다 못한 세탁효과

환경의식이 높아지면서 합성 계면활성제를 쓰지 않기 위해 대안 세제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들이 찾아낸 대안 중 하나가 ‘소프넛(soap nut)’이다.

소프넛 안에는 천연 계면활성제인 사포닌이 들어있다. 사포닌은 친수성과 친유성을 모두 갖춘 배당체라서 계면활성 효과가 있고 물과 섞이면 거품이 잘 난다. 외국에서는 벌써 오래전부터 인기를 끌었고 국내에도 소문이 나면서 직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났다.

사진 1. 소프넛(출처 채널A)

지금은 전문적으로 수입 판매하는 회사들이 여럿 생겨서 구입이 매우 쉬워졌다. 판매업체들은 소프넛이 친환경일 뿐만 아니라 여러 번 우려내어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이고, 위험한 화학성분 없이 설거지, 양치, 샴푸까지 할 수 있어 건강에도 좋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러나 과학계는 이미 여러 번의 실험을 통해 소프넛에 합성세제를 대체할만한 세정 효과가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가장 유명한 실험이 독일 본(Bonn) 대학의 실험이다(“How Effective are Alternative Ways of Luandry Washing”, Anke Kruschwitz et al., <Environmmental Chemistry>, 2013). 이 실험은 여러 종류의 얼룩이 묻어있는 세탁물을 드럼세탁기에 넣고 소프넛을 이용해 빨았을 때와 합성세제를 이용해 빨았을 때, 그리고 맹물에 빨았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비교했다.

그 결과 모든 조건에서 소프넛은 맹물과 비슷하거나 맹물보다 못한 결과가 나왔다. 즉, 맹물로 그냥 빨았을 때나 소프넛을 넣고 빨았을 때나 얼룩이 지워지는 정도가 비슷했다는 뜻이다. 소프넛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소프넛 덕분에 옷이 깨끗해졌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 이것은 세탁기의 물리적인 회전 운동 덕분이지 소프넛의 효과가 아니다.

그래프 1. 섭씨 30도의 물에 세탁했을 때 소프넛(세로축 4번째)의 세탁효과는 합성세제(세로축 첫 번째와 두 번째)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맹물(세로축 마지막)에 빠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에 합성세제는 권장량을 사용했을 때 맹물이나 소프넛 대비 최소 20%에서 최대 100% 이상 세탁 효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장량의 절반만 사용했을 때에도 홍차 얼룩을 제외하고는 커피, 초콜릿, 레드와인, 케첩, 혈액, 피지 등 모든 얼룩에서 맹물이나 소프넛 대비 7~59% 더 깨끗하게 세탁됐다.

이 실험은 세탁 온도를 섭씨 30도와 60도, 두 가지 조건으로 진행했는데 맹물과 소프넛의 효과는 30도나 60도나 큰 차이가 없었다. 반면에 합성세제로 세탁했을 때에는 30도보다 60도가 평균 13% 더 깨끗하게 세탁됐다.

호주의 소비자권익보호단체인 초이스(CHOICE)도 비슷한 실험을 했다. 10가지 종류의 얼룩을 입힌 세탁물을 드럼 세탁기에 넣고 찬물에 돌렸을 때 세제의 세탁 효과는 76%였으나 소프넛의 세탁 효과는 42%에 불과했다. 통돌이 세탁기로 한 실험에서도 세탁 효과는 46%에 그쳤다. 역시 맹물(47%)보다도 못한 결과였다.

그래프 2. 섭씨 60도의 물에 세탁했을 때 합성세제는 세척력이 평균 13% 증가했으나 소프넛의 효과는 30도에서 빠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사진 2. 드럼세탁기에 빨았을 때 세탁효과. 합성세제는 76%
사진 3. 드럼세탁기에 빨았을 때 세탁효과. 맹물은 43%
사진 4. 드럼세탁기에 빨았을 때 세탁효과. 소프넛은 42%
사진 5. 통돌이에 빨았을 때 세탁효과 비교. 맹물은 47%
사진 6. 통돌이에 빨았을 때 세탁효과 비교. 소프넛은 46%

이처럼 소프넛은 이미 수년 전에 과학을 통해 세제로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소프넛의 인기는 계속 상승 중이다. 실험결과가 널리 보도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세탁 효과에 만족한다는 체험담들이 과학보다 더 큰 지지를 받기 때문이다.

소프넛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세척력이 좀 부족한 것을 인정하면서도 일반적인 오염을 세척하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며 합성세제를 쓰는 것보다는 환경을 위해 훨씬 옳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프넛을 사용하는 게 과연 정말 환경에 좋은 일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소프넛은 인도, 네팔 등이 원산지라서 대부분의 나라가 수입에 의존해야 한다. 수입이 늘어날수록 항공운송이 늘면서 대기 중에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소프넛 사용이 제로 웨이트스(zero waste)를 실천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 착각이다.

또한 소프넛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세탁 효과를 높이기 위해 대부분 섭씨 30도 이상의 따뜻한 물에 세탁기를 돌린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물을 데우는 데에도 전기를 써야 하며 그것 역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행위다.

또 다른 이슈도 있다. 소프넛이 거품을 내는 이유는 함유된 사포닌 때문이다. 그런데 사포닌은 어류에 작용하는 독성물질이다. 그래서 물고기를 대량으로 포획할 때 사포닌이 함유된 식물을 이용하는 전통 낚시법이 인도, 북아메리카 등 세계 곳곳에 존재한다. 소프넛이 자연에서 얻는 세제라서 친환경이라 생각하지만, 배출량이 많아진다면 강과 바다로 흘러가 물고기의 삶을 위협할 수 있다.

그래프 3. 사포닌 농도에 따라 영향을 받는 수중 생물들

그렇다면 환경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위에 언급한 독일 본 대학의 연구는 소프넛 외에도 소프워트(soapwort), 워시볼(wash ball) 등 다른 대체 세안제의 효과도 비교했는데 모두 세척력이 부족한 것으로 나왔다. 이 연구는 합성세제를 포기하고 천연세제나 대체 세제로 바꾸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연구진은 오히려 다른 방법을 권한다. 정말로 환경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 세제를 천연으로 바꿀 것이 아니라 세탁 습관을 바꾸라는 것이다. 우선은 빨래를 너무 자주 하지 말라고 한다. 냄새만 조금 나는 정도라면 빨랫대에 걸어 바람에 건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세탁물이 크게 더럽지 않다면 낮은 온도에서 세탁해도 충분하며 이때 세제도 권장량의 절반만 넣으라고 한다. 심한 얼룩은 세탁기에 넣기 전에 별도의 얼룩 제거제로 지우는 것이 세제와 물을 아끼는 방법이다.

화장품 성분으로서 소프넛은?

소프넛은 화장품 성분으로도 흔히 사용된다. 성분표에 ‘무환자나무열매’, 혹은 ‘무환자나무껍질추출물’이라고 적혀있는 것이 소프넛이다. 주로 페이셜클렌저, 헤어샴푸, 바디샴푸 등에 넣어 천연 세정성분으로 홍보한다.

그라니 성분표를 살펴보면 소프넛이 단독 세정성분으로 사용된 경우는 전혀 없다. 확실하게 세정 효과를 내는 계면활성제가 앞쪽에 적혀있고 소프넛은 훨씬 적은 양으로 들어있다. 천연 세정제를 넣었다고 홍보하기 위한 컨셉 성분 정도의 역할만 할 뿐이다.

화장품에서 무환자나무의 진짜 효과는 세정보다도 진정, 항산화에 있다. 그래서 선크림이나 아이크림에도 곧잘 사용된다. 이것이 정말로 세정력이 좋다면 예민한 눈가에 바르는 아이크림에 넣어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세정보다는 보습을 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만드는 유연화제 역할을 한다고 보아야 한다. 소프넛을 세제 대신 사용한 사람들이 옷이 부드러워졌다고 말하는 것도 섬유 유연제의 효과를 냈기 때문일 수 있다.

무환자나무가 정말 세정력이 좋다면 그 핵심 성분인 사포닌도 세정제로 활발히 이용돼야 한다. 하지만 사포닌은 클렌저류보다 스킨케어 제품에 훨씬 많이 이용된다. 화장품 회사들은 클렌저에 들어 있는 무환자나무에 대해서는 천연 세정제라고 홍보하지만, 스킨케어 제품에 넣은 사포닌에 대해서는 항산화, 진정 등 안티에이징 효과에 대해서만 강조한다. 사실 사포닌처럼 훌륭하고 비싼 항산화제를 클렌저에 넣는 것은 바보 같은 짓이다.

설거지했더니 그릇이 뽀득해졌다?

소프넛이 세탁에 큰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은 과학으로 증명됐지만, 설거지는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소프넛 사용자들의 후기를 보면 기름기가 잘 제거되고 그릇이 뽀득뽀득 잘 닦인다고 말한다.

사진 7. 소프넛(출처 JTBC)

이것은 클렌징 워터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클렌징 워터에는 대부분 세정제가 없다. 대신에 물과 기름을 섞는 역할을 하는 유화제가 들어있다. 유화제는 물속에서 수많은 미셀(micell, 계면활성제 분자가 뭉쳐서 만든 공 모양의 입자)을 형성하고 있다. 클렌징 워터를 화장솜에 묻혀 얼굴을 문지르면 미셀 속의 친유기가 메이크업과 노폐물을 흡수해 공 안에 가둔다. 그래서 물 없이도 깨끗하게 세안을 할 수 있다.

소프넛도 같은 원리다. 소프넛을 물에 넣어 우리거나 끓여내면 사포닌 성분이 녹아서 물 전체에 유화되어 미셀을 형성한다. 이것을 수세미에 적셔 그릇에 문지르면 가벼운 기름기를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심한 기름기는 뜨거운 물의 도움을 받지 않는 한 소프넛을 아무리 문질러도 제거하기 어려울 것이다.

화장품비평가. 작가 겸 번역가. ‘뉴스위크’ 한국어판 번역위원을 지냈다. 2004년과 2008년에 두 차례 폴라 비가운의 ‘나 없이 화장품 사러 가지 마라’를 번역하면서 화장품과 미용 산업에 눈을 떴다. 이후 화장품비평가로 활동하면서 ‘헬스경향’, ‘한겨레’ 등에 과학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화장품의 기능과 쓰임을 정확히 알리고 있다. 지은 책으로 '서른다섯, 다시 화장품 사러 갑니다'(2020·세종도서 선정), ‘화장품이 궁금한 너에게’(2019),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공저), ‘명품 피부를 망치는 42가지 진실’(공저) 등이, 옮긴 책으로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 ‘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등이 있다. the_criti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