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민주당 밀실 합의에 ‘온라인서 의사들’ #최대집 탄핵

4일 오전 주요 언론에 게재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모습은 화기애애했다.

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향 합의서에 최대집 회장(사진 왼쪽)과 한정애 위원장(오른쪽)이 서명했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정원 증대 등 이른바 정부의 의료계 4대 방안을 두고 몇 주째 의사들은 반발 중이었다. 병원의 허리 인력이라 할 전공의, 전임의들은 물론 의대 예·본과 학생들까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대항해 진료 거부와 국시 거부로 맞서는 상황이었다.

지난달 23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전공의들의 협의체 격인 대한전공의협의회(회장 박지현, 대전협)가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며 견해차를 좁혀가는 모양새를 띠었으나 정부의 물러섬 없는 추진에 사태는 원점이 돼버렸다.

그리고 4일 오전. 의사들의 대의기구라 할 의협 회장과 여당의 정책위의장이 여러 시간에 걸쳐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보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증원 문제 논의를 미룬다는 것. 원만한 합의처럼 보였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더 이상의 집단행동은 안 된다. 이제는 (의사들이)진료현장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SNS에 환영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의료계 집단휴진이 보름만에 풀리게 되었다”며 “저와 민주당은 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하고 심기일전해 코로나19 조기극복에 총력을 쏟을 것”이라고 적었다. 미증유의 장기간 의사 집단 휴진 사태는 봉합된 듯 보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사진 가운데)가 4일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향 합의서 발표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박지현 대전협회장은 어리둥절했다. 처음 듣는 합의안이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는 합의안이 발표된 직후 “자고 일어났는데 나는 모르는 보도자료가. 아직 카톡방도 다 못 읽었는데. 회장이 패싱 당한건지 거짓 보도자료를 뿌린 건지. 나 없이 합의문을 진행한다는 건지?”라는 트윗글을 긴급하게 게재했다.

이어 SNS 공간에선 이번 합의안이 졸속적이고 의협 회장만의 독단적 결정에 의해 이뤄졌다는 내용의 글로 들끓었다. 현직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들이었다. 그들은 박 회장의 트윗글을 캡처해 게재하며 자신들도 동의할 수 없는 수준과 내용, 방식의 합의안이었다고 거세게 반발했다.

전임 노환규 의사협회장 마저 “합의서명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절대 없어야 하는 일입니다. 만일 회원들이 반대하는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 회장은 무조건 자진사퇴를 해야 할 것입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해시태그(#)‘최대집 탄핵’이라는 온라인 운동도 시작됐다.

급기야 오후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명의로 첩약급여화 방안은 예정대로 진행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의료계가 4대 의료 개악안 가운데 하나로 들었던 것이다. 최 회장과 한 위원장의 오전 합의안에 관련 내용은 없었다.

지난달 13일 박능후 보건부지부 장관이 대한의사협회 집단휴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때를 같이 하려는지 한 여당 의원은 합의안을 거스르는 의견을 피력해 벌어진 갈등에 골을 더 깊이 만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의대 정원은 반드시 늘리고 의사들의 불법 행위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SNS에 썼다. 합의안에 명시되지 않았지만 최 회장이 유튜브를 통해 이번 합의안을 설명하는 가운데 정부로부터 고발당한 전공의들을 반드시 구제할 것이라는 언급과 상반되는 내용이었다.

의사들은 이번 합의안을 두고 밀실야합이라 규정하고는 끓어오르는 중이다. 프로필에 의사라고 밝힌 여러 SNS 유저들이 ‘최대집 탄핵’ 해시태그를 게시했다. 몇몇은 의사협회를 탈퇴하자며 회비를 돌려받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 비대위는 성명을 내며 “젊은 의사 비대위 동의 없이 독단으로 합의서에 서명한 최대집 회장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의대생과 젊은 의사들에게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한다”고 밝혔다.

오전까지만 해도 순탄하게 마무리 될 듯 보였던 의료 사태가 확전일로에 들어갔다. 외려 의협회장의 서툰 합의에 전공의는 물론 현장의 어른인 교수들까지 진료 거부에 가담하리란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한편, 의료외곽단체는 현장의사들과는 다른 결로 이번 합의안을 반대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졸속적인 밀실야합이라는 전제를 한 뒤 “공공의료 정책을 보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집단적으로 진료를 거부하는 의사들에게 굴복한 것은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과 무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며 “생색내기용 49명 공공의대가 아니라 지역의 공공의료를 모두 책임질 수 있는 공공의대가 필요”하기에 실질적인 안을 두고 시민사회와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봉합되는 줄로 알았던 정부와 의료계 간 갈등이 제2라운드에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