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파업, 젊은 간호사들의 본심은?

의대 정원 증원 둘러싼 엇갈린 시선 5
[인터뷰] 젊은 간호사회

지난 4일 금요일 하루 의료계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오전에 발표된 대한의사협회와 여당 간 ‘공공의대, 의대 증원 문제 합의안’은 보름째 이어진 의사들의 진료 거부 사태를 봉합하는 듯 보였다. 성급했다.

이번 사태에 주축이라 할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고, 의협회장만의 결정에 따른 졸속, 독단적 합의안이라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비어져 나왔다. SNS상에서 의사들은 최대집 회장과 의협을 성토하는 분위기였다. 갈등이 봉합되기는커녕 한층 더 깊어졌다.

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향 합의서에 최대집 회장(사진 왼쪽)과 한정애 위원장(오른쪽)이 서명했다

한편, 이 사태를 숨죽여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제, 어제 연이틀 언론의 집중 조명 대상이 된 간호사들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SNS 글은 그들의 헌신과 노고가 부각되며 그들과 한 팀일 다른 의료관계자들의 역할을 깎아내리는 듯이 읽혔다. 문 대통령은 비서관이 쓴 글이라며 한 발 뺐고, 이를 엄호하는 여당 의원들의 표독은 날카로웠다. 간호사들의 본의와 전혀 무관한 글을 두고, 그들은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다.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 생각한 인터뷰이는 대한간호사협회였지만, 그들은 현장 간호사들의 의견과 현실에서 멀어져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어 접촉한 단체가 대통령의 SNS 담화에 우려 섞인 의견을 나타낸 ‘젊은 간호사회’였다. 익명을 기반으로 하지만, 그렇기에 보다 적실하고 현장에 잇닿은 목소리를 내는 곳이다.

그들에게 대통령(비서관)의 SNS 글을 비롯한 이번 사태는 물론, 간호사들의 잦은 이직과 ‘태움’문화, 간호사협회의 실상 등에 관해 물었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하는 답을 받을 수 있었다. 객체와 대상에 대한 공대가 극진한 답변이었으나, 평서형 어미로 전환했다. 간호사들의 심사를 헤아릴 수 있을 듯했다.

– 대한병원협회와 더불어 대한간호사협회에선 공공의대 신설 및 의대 정원 증대 정부 방안을 찬성한다고 했다. 눈길이 갔다. 현장 간호사들 의견과는 괴리가 있는 주장이라고 하던데.

물론, 현장 간호사들의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안 없이 무조건적인 의료 인력의 증원은 답이 아니다’는 (젊은 의사들과 간호사들의)주장은 공감대가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

–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 이후, 젊은 간호사회에서 느끼는 현장의 반응이나 분위기는 어떤가. 환자들 동요는 없는지, 스태프뿐만 아니라 병원 행정, 원무 직원들 분위기도 궁금하다.

파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전임의, 교수들은 전공의 선생님의 업무를 나누어서 하는 중이다. 병원마다 상황은 다 다를 수 있다고 생각하나 밀려드는 환자의 곁에서 함께 동고동락하던 동료들이 사라진 채 환자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이 간호사들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다른 직업군들의 분위기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헤아릴 길이 없지만, 이것 역시 병원마다 다를 것이라 짐작해본다.

–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 기피과 진료에 배당된 수가나 현실적인 처우 등의 문제가 우선한다는 의견을 들었다. 현장 간호사가 바라본 현실을 설명해준다면.

앞선 다른 매체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밝혔다시피, 매년 약 2만명의 간호대 학생이 졸업하고 간호사의 길에 들어선다. 이들 중 대부분이, 중증도가 높은 대학병원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한다. 신규간호사의 1년 내 이직률은 33.9%, 간호사 평균 근무 연수는 5.4년에 그치는 등 대부분이 숙련 간호사가 되지 못하고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간호에 뜻을 품고 수년 간에 걸쳐 간호 교육을 받은 이들은 왜 환자의 곁을 떠나야 했을까.

간호대 증원은 수년간 지속해왔고, 간호대를 통한 간호사의 배출은 10년간 2배가 늘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수많은 동료가 “이러한 업무 환경에서는 일을 도저히 오래 못 하겠어”라고 말하며 떠나간다. 이는 간호대 정원 증원 같은 공급의 확대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임상(환자를 대하는)의 숙련된 간호사들이 조금 더 오래 일할 수 있는 병원 환경을 만들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고 생각한다.

– 병원 홍보팀에 근무한 적이 있다. 농담이 아니라, 신규 간호사의 30%가량이 채 2주도 못 버티고 사직했다. ID 카드를 만드는 업무를 맡았는데, ID 카드 사진을 촬영 후 발급되는 동안 사직해 전해주지 못했던 경우가 허다했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중견급 산부인과였다)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이유가 있을까.

대한간호협회의 연구에 따르면, 간호사의 이직 원인은 과중한 업무량, 낮은 임금, 3교대와 밤 근무 등 간호직의 특수성 때문이라는 발표가 있었다. 즉, 의료기관 근무 간호사들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근무환경 개선을 통해 이직률을 저하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지원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간협에서 현장 간호사들의 요구나 목소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여전히 간선제로 협회장이 결정되는 구조다. 국민이 대통령, 국회의원 등 모두를 뽑는 세상에서 전문직 단체장을 회비를 내는 전문인이 투표 못하는 곳은 다른 직능단체 중간협이 유일하다고 봐야 한다. 실제 간협 회장은 33대 회장부터 지금까지 단독후보로 출마했고, 임원인 그들만의 간선제로 당선이 됐다. 한 사람이 오래도록 집권하게 되면 어느 조직이든 독재로 이어지고 부패하기 쉽다. 이런 폐쇄적인 구조에서는 일반 현장 간호사들의 목소리가 닿을 수 없는 현실이기에 반드시 직선제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2014년 12월 22일 국회의원회관 2층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선진간호체계 구축을 위한 공청회를 열었다

– 지난해 2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자살로 세상에 공개됐던 이른바 ‘태움’이란 병폐는 현재도 잔존하는지. 태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고 들었다. 3교대, 과도한 노동량···.

‘태움’이라는 조직문화를 없애기 위해 지난해 시행된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과 동시에 각 병원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을 예방하고, 이전보다 신규 간호사들이 임상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교육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태움의 원인을 비단 간호사 개인의 인성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질문에서도 언급했지만 태움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이유’ 역시 고민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앞서 언급했듯 현장에는 과반수가 5년차 이하의 간호사들이다. 신규 간호사들이 많이 들어오지만, 이들이 부서에 적응하도록 기다리다 못 견뎌 그다음 역할을 해주어야 할 때쯤 현장을 떠나게 된다. 그러한 상황에서, 현장에 남은 간호사는 새로 임용된 간호사를 교육하며 중증도 높은 환자까지 동시에 봐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런 악순환은 당연히 간호사들의 사기 저하와 소진을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 문재인 대통령 담화를 두고 의견이 난분분하다. 간호사들조차 SNS 글을 읽으며 당황하고 난처했다고 하던데.

대통령이 올려주신 SNS 글을 보고 저희 간호사들의 고생을 알아줌에 너무도 감사했다. 더욱이, 간호사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서겠다고 언급한 부분에서는 큰 위로가 됐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의료인들의 피로가 누적되는 시점에서 이런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명 힘이 된다.

다만 코로나19 이전에도, 현재 큰 사회적 이슈인 의사파업 이전에도, 간호사들의 업무환경은 열악했다. 기존에도 가중된 업무, 감정노동 등에 시달리는 우리의 일상은 장기간 파업하는 의사들의 짐까지 떠맡아야 하는 상황 ‘ 때문에’ 힘들어진 것이 아닌 게 아니었다는 의미였다.

대통령이 말한 내용 중 조금 조심스러웠던 부분은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쓰러져 갔던 의료인의 대부분은 간호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힌 부분이었는데, 사실 코로나19로 인해 함께 쓰러지며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에는 간호사뿐만 아니라 분명히 의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보건소 직원들 등 여러 직업군이 함께 헌신했다. 그런데 대부분 간호사의 노력과 희생이었다고 언급한 듯한 느낌에, 다른 직업군에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해당 글 발표 후)실제로 현장에 있던 다른 직업군 선생님들의 사기가 저하된 느낌을 받았다.

논란이 된 문재인 대통령의 페이스북 글

– 정부의 방안이 틀렸다고 생각하는지. 의료계의 한 축인 간호사들이 생각하는 필수의료인력 부족, 기피과, 수도권 쏠림 현상의 해결책이 있다면.

정부의 방안이 전적으로 틀렸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다. 다만, 의료인력문제는 단순히 공급의 증가로 해결될 수 없음에 우려를 표하는 것이다.

– 한국 의료 현장 현실이 열악해, 간호사들은 해외 취업을 많이 도모한다고도 들었다. 실태를 이야기해준다면.

예를 들면, 한국보다는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간호사 대 환자의 비율, 교대근무에 따른 오프일수, 높은 임금 등 간호사의 처우가 비교적 좋아서 많은 간호사가 미국 간호사면허(NCLEX-RN)취득을 하고 해외취업을 준비한다.

– 대한간호사협회 선거와 관련해, 누적된 문제를 타개해 가는데 ‘젊은 간호사회’가 개입한다고 들었다. 문제는 무엇일까.

개입한 적은 없고 온라인을 통해 의견을 개진하는 정도라고 해야 맞다. 문제라면 단연, 간선제. 약 43만 간호사를 대표하는 대한간호협회는 소수의 임원만이 참여해 간선제를 통해 협회장을 뽑고 있다. 회장은 전국 17개 지부 중 5개 지부 추천을 받아야 출마가 가능하다. 이는 기존의 임원들에게 유리한 구조이며, 새로운 후보자의 입후보조차 어렵게 하는 근거가 된다. (심지어 ‘선출직’ 부회장은 간호협회 정관에 따르면 회장 당선자가 출마 시 ‘지명’한 제1·2부회장 후보를 선출직 부회장 당선자로 한다고 돼있다)
또한, 대의원 역시 간호사들이 직접 뽑지 않아 그들의 의견이 일선 간호사의 의견을 수렴한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임이 틀림없다.

–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재, 파업으로 인해 생기는 진료공백에 관해 국민이 우려하시는 부분은 충분히 공감한다. 저희도 24시간 환자들의 곁에서 회복과 건강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입장으로써, 그 불안감이 하루빨리 안도로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 논리에서 벗어나, 의료인 및 정부 관계자들 모두 국민건강을 위해 충분히 고민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해야 하며, 건강과 생명이 연관된 만큼, 우리 모두가 의료계에 지속적인 관심과 고민을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덧붙여 대한민국 간호사들의 열악한 업무환경과 처우개선 문제를 간호사 개인의 탓으로 여기지 말고, 관련 정책과 활동 개선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한다. 아직 ‘젊은 간호사회’라는 이름이 생소하신 분들이 많은 것 같지만, 앞으로 다양한 직종에서 활동하고 있는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