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에 맞서 소아환자 생명 지키고 있습니다”

[인터뷰] 국경없는의사회 구호활동가 신경수

이름: 신경수
포지션: 소아과의
파견 국가: 나이지리아
활동 지역: 보르노주 마이두구리(Maiduguri, Borno state)
파견 기간: 2019년 7월~2020년 1월

– 국경없는의사회 구호 활동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입니까?

국경없는의사회와 함께 일하기 전의 의료 봉사활동 기억들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습니다. 순수한 마음보다는 종교의 개입과 개인적인 과시로 변질되는 많은 의료 봉사활동을 보았고, 당시에 가졌던 아쉬움이 항상 마음에 남아 있었습니다.

2015년 에볼라바이러스 대유행 때에 국경없는의사회 소속 의료진들의 활동을 보면서 보편적 의료 윤리(universal medical ethics)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됐으나, 그때에는 개인적 사정 때문에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지원할 수가 없었습니다. 보편적 의료 윤리는 인종, 종교 또는 정치적 신념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인도주의적 의료 구호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것을 말합니다.

2018년 말에 더 이상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고, 병원을 사직하고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로 지원했습니다.

–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가 되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었나요?

지방 국립대학교 의과대학에서 20년 동안 교수로 근무했습니다.

– 이번에 활동하고 돌아온 프로젝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나이지리아 보르노주 마이두구리에 위치한 그완게 병원(Gwange Hospital)은 2016년부터 국경없는의사회가 입원 환자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소아 병원입니다. 2개월부터 15세까지의 소아 환자를 돌보는 병원이며, 중환자실 15병상, 중등증(중증 환자에 비해 덜 위중한) 환자를 수용하는 주황색 구역(orange zone) 20병상, 경증 환자들을 수용하는 황색 구역(yellow zone) 20병상, 격리 병동 20병상으로 전체 약 80병상을 운용하는 병원입니다. 그러나 말라리아 유행 시기에는 텐트 병동을 추가해 병상을 200개까지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그완게병원의 어느 날 오후 ⓒKyung-Sue Shin/MSF

현지 의사와 간호사는 약 100명이었고, 검사실, 약국, 그 외 인력까지 포함하면 150명 가까이가 근무하는 큰 병원입니다. 그러나 소아과 의사는 저 혼자였습니다. 말라리아 유행 시기에 말라리아 환자들을 돌보는 일이 주된 임무였지만 가벼운 외상이나 화상 환자들도 진료했습니다.

지난해 마이두구리의 우기는 예년에 비해 길었습니다. 그래서 말라리아 유행도 길어져 공식적으로 16주 동안 지속됐습니다. 그 기간 2018년에 비해 2배나 많은 1만2000명의 말라리아 환자를 진료했으나 우리 의료진은 말라리아 사망률을 7.1%에서 3.3%로 줄이는 성과를 얻었습니다.

말라리아의 치료뿐만 아니라 교육도 필요했습니다. 말라리아가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경없는의사회 현지 직원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말라리아 사망률이 높은 가장 큰 이유로 대부분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말라리아 치료를 전통요법(traditional therapy)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고, 병이 한참 진행된 후에 병원에 오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환경 개선, 예방적 항말라리아 요법 등도 필요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지역 사회와 협력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현장의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저의 임무는 크게 3가지였습니다. 현지 의사를 포함한 현지 의료진들을 교육하고 지지하고, 위중한 환자들에게 적절한 의료를 제공하고, 소아 중환자실 역량을 강화하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말라리아 유행 시기에는 환자의 사망률을 줄이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매일 아침 7시 30분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근무했고, 토요일은 오후 12시 30분까지 근무했습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밤 근무자들과 낮 근무자들의 인계 미팅에 참석해 밤사이에 병원 사정을 파악합니다. 현지 의료진과 함께 중환자실을 회진하면서 환자들의 상태를 점검하고, 부족한 점들에 관해 토론합니다. 격리 병동과 황색 구역의 환자들을 확인하고, 퇴원 환자를 다시 점검하고 나면 오전이 훌쩍 지나갑니다. 오후에는 응급실 환자들과 다른 NGO 단체로부터 전원 온 환자들을 돌봅니다. 매주 목요일은 오전에는 의료팀 미팅이 있고, 말라리아 유행 기간 매주 금요일은 항생제 스튜어드십 프로그램(Antimicrobial stewardship program)을 수행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항생제 남용과 항생제 내성균의 발생을 줄이고자 권장되는 프로그램입니다. 그완게병원에서는 지난해 처음으로 이 프로그램을 적용해 수행했으나 말라리아 유행 기간 항생제 과다 처방을 83%에서 14%로 줄이는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신경수 활동가가 아침 회진을 하며 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MSF
동료들과 함께하는 아침 출근길 ⓒMSF
흡입기(inhaler) 사용 교육을 하는 신경수 활동가 ⓒKyung-Sue Shin/MSF

– 활동 중 인상 깊었던 환자가 있었나요?

열대열 말라리아(Plasmodium falciparum Malaria)의 다양한 임상 증상 경험이 가장 소중하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열대열 말라리아는 많은 환자가 발병 초기부터 심한 증상을 나타내는데 경련과 의식변화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뇌 말라리아, 황달, 간·비장 비대가 주 증상인 간성 말라리아. 혈뇨, 소변량 감소 등이 나타나는 말라리아 신증, 심한 빈혈을 동반하는 말라리아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그중에서 소변량이 줄어서 온몸이 부어 내원하는 말라리아 신증 환자는 그완게병원에서는 투석 치료가 불가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만 했습니다.

입원 초기부터 이뇨제 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아침 회진 때 (환자를 보기 전에)소변 색깔을 먼저 봅니다. 소변 색깔이 옅어지면 환자가 나아지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말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환자들을 통역 없이 진찰하기 위해 나이지리아 현지 언어인 하우사(Hausa)를 배웠습니다. 회진 때마다 환자 보호자에게 이렇게 물어보곤 하였습니다.

아쿠웨이 피싸리(소변이 잘 나와요)?, 피싸리 카라(소변 색깔이 어때요)?

앞서 말한 것처럼, 지난해 그완게병원에서는 말라리아 환자가 전년도보다 2배나 늘어났었습니다. 환자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병원에 오는 것도 물리적으로 힘들었지만, 그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은 매일 환자를 잃는 아픔이었습니다. 소아과 의사로서 죽어가는 어린 환자들을 지켜보는 것이 더 힘들었습니다. 저는 처음 마이두구리에서는 마음고생도 심하고 하루하루 적응이 힘들어 심한 체중 감소를 겪을 정도로 힘들었으나 우리 의료진이 모두 최선을 다해 사망률을 반으로 줄이는 성과를 얻게 돼 위안으로 삼았습니다.

심한 혈뇨로 내원한 열대열 말라리아(Plasmodium falciparum Malaria) 환자 ⓒKyung-Sue Shin/MSF

– 주거 환경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휴일은 어떻게 보냈나요?

숙소에서의 생활은 만족스러웠습니다. 세탁과 청소, 식사를 담당하는 현지 직원들이 친절하고 세심하게 보살펴 주어서 특별한 불편 없이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마이두구리는 이슬람 무장 단체인 보코하람(Boko Haram)의 영향 아래에 있는 지역이라서 통행 금지와 안전 준수 사항이 엄격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에 한 번씩 현지 의사들과 저녁 식사 모임을 했고, 가끔 동료들의 생일 파티를 숙소에서 하기도 했습니다. 6주마다 주어지는 외박 날에는 주말에 나이지리아 수도인 아부자(Abuja)를 방문해 짧은 휴가(short break)를 보낼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나요?

구호 현장의 경험을 더 가졌으면 합니다. 어학 공부와 열대 의학 공부를 더 할 생각입니다. 말라리아 유행을 경험하면서 환자 진료보다는 공중 보건(Public health)의 필요성을 느껴서 기회가 된다면 공중보건에 관한 공부를 더 했으면 합니다.

– 미래 구호 활동가에게 한마디.

“고민하지 말고 우선 경험을 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제 경우에도 3~4년 국경없는의사회 활동가 지원을 고민했습니다. 첫 구호 활동을 다녀온 후에야 비로소 그동안에 가지고 있었던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에 대한 궁금증도 풀렸고, 왜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을 계속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도 얻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도 알게 됐습니다. 국경없는의사회 활동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매우 힘듭니다. 그러나 활동을 마치고 나면 내가 주었던 것들보다 얻은 것들이 훨씬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