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좋았다고 현재도 좋다?···“첩약급여화, 이전에 과학화”

[인터뷰]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공공의대와 의대 정원 증원 문제만큼은 아니지만 ‘한방 첩약급여화’는 현재 의료계에서 뜨거운 쟁점이다. 비대면 진료 방안까지 이른바 4대 의료 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의 전선과 진폭은 달라지는 중이다.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 의사를 밝힌 대한병원협회와 이에 대응해 진료거부로 맞선 대한의사협회를 포함한 7개(대한민국의학한림원·대한의사협회·대한병원협회·대한의학회·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대한약사회·대한약학회) 단체가 첩약 과학화를 촉구하는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꾸렸다.

그들의 주장을 듣기 위해 비대위 대언론 창구역을 맡은 명지병원 이왕준 이사장과 인터뷰를 나눴다. 비대위는 세간에 알려진 대로 첩약급여화를 마냥 반대하지는 않았다. 의약품으로 통과될 수 있는 적절한 절차(임상시험 등)를 거친 뒤에 기준을 통과하고, 급여화될 수 있는 법적 절차와 요건을 갖추라는 주장이었다. 더불어, 예전처럼 개별 의원이나 영세 업체를 통해 한약을 구입하는 등의 관행은 환자와 의료소비자를 위해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서면으로 이뤄졌다.

– 첩약급여화, 비대위가 제기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질병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의약품이다. 약은 그 상용량에 따라서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의약품에 대한 효과와 안전에 대한 점검은 국가의 책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우리는 한약. 즉 첩약을 복용해 왔다. 들판이나 밭에서 재배한 한약재를 채취해 하나하나씩 첩에 싸서 탕전을 한 후 복용한 것이다. 첩에 싸는 일을 한의원과 약국에서 받은 경우도 있고, 민간에서 스스로 복용한 경우도 있다. 그런 관행이 지금도 현장에서는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문제로 인해 한의계에서는 한약을 민간에서 직접 복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환자용 처방전 발행을 꺼리고 있는데 이것이 합당한 것인가? 과거의 관행이니 현재도 그러해야 한다고 하면 안 된다.

이러한 문제점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람의 생명을 다루고 과학을 하는 전문가인 의약인 단체에서 이를 지적하는 것은 아주 당연하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주장은 한약이 과학화에 바탕을 둬 처방해야 발전을 하고 세계에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언제까지 ‘과거에 그랬으니 지금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갈 것이며, 그러한 주장으로 한약이 우수하다고 외국에 내놓고 자랑 할 수 있을까. 비대위의 주장을 정부가 단순히 반대를 위한 반대로 치부하고 국민의 급여화 요구가 높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정당한 문제 제기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우리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이왕준 명지병원 이사장

– 첩약급여화 방안의 정부, 한의협 간 교환물이라 할 이른바 문재인케어 역시 비대위의 반대 영역에 포함되나.

문재인케어에 따른 비급여의 급여화는 국민의 의료비에 대한 부담 완화를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며, 최소한 안전성 유효성이 확보된 의료행위, 약제 등을 대상으로 진행된다고 알고 있다. 그 때문에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의료 범위의 급여화까지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화 및 지속가능성으로 인해 실제 의료현장에서 필수적 영역들이 아직 급여화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학적 근거와 안전성,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한 한방 첩약까지 국민의 부담완화라는 명목 아래 급여화되는 것은 한방에 대한 과도한 특혜를 적용하는 것으로 불공평한 처사다.

– 한의계는 ‘양의계가 첩약급여화를 반대하며 거짓 정보를 유포한다’고 말하는데. 예를 들어 의약품 GMP 인증제처럼 첩약에도 hGMP 기준이 적용돼 안전성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의계는 의약품 GMP인증과 첩약 hGMP인증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하지만 의약품 GMP인증과 첩약 hGMP인증이 똑같은 수준으로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첩약 hGMP인증이 의약품 GMP인증과 같다면 지난 7월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이후에도 가짜약이나 중금속 유통기한 변조 같은 중대한 사유로 회수 폐기 명령을 받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의계의 주장대로 hGMP가 GMP와 같은 수준이라면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할 것이지만 첩약급여화를 위해 진행한 용역연구에서도 첩약 hGMP가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고, 그 이유로 업소들이 대부분 영세하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 영농법인들이 포함된 한약재 제조업소들이 이러한 기준을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선, 법인들이 이 기준을 충분하게 수용하고 현장에서 할 수 있는지 현지에 가서 점검하고 확인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게 되지 않다 보니 같은 업체가 여러 번 지속해서 회수 폐기 명령을 받는 게 아닐까.

– 한의계는 ‘첩약은 곧 보약이라는 주장은 틀렸다’고 말한다. 뇌혈관 질환 후유증, 안면신경마비, 월경통 이 세 가지 치료용 시범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하는데. 비대위에선 그 같은 질환 치료에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하지만, 선택지가 많아지면 환자 혹은 의료소비자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게 아닐까.

환자에게 이 세 가지 질환에 대해서 다른 치료 선택지가 있다고 얘기를 한다고 할 때 이 세 병증 환자들이 한약만을 복용하고 치료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한의계에서 애지중지하는 한방임상진료지침에서 소위 구안와사라고 하는 안면신경마비는 침 치료가 주 치료임을 명기한다. 한약은 주 치료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고, 동시에 환자가 양약을 복용할 수 있다고도 밝혔다.

이렇듯 한의계에서도 (3대)대상 질환 환자가 한약만을 복용할 수 있다는 가정을 하고 있지 않다. 일반적으로 뇌혈관질환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가 양약을 먹지 않으리라 생각하나. 조금만 살펴보면 있을 수 없는 가정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환자 스스로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환자들은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깊이 생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치료의 선택지가 넓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겠지만,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의약품과 한약을 같이 병용함으로 생기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을 해야 하고, 이로 인해 치료효과가 너무 강하거나 약해지거나 하는 예기치 않은 부작용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국민건강보험 재정부담이라는 비슷한 취지로 비판했던 추나요법급여화는 국민으로부터 호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국민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는 뜻이 단지 증상의 개선인지 치료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싶은 것은 ‘과연 추나가 한방이론일까’ 하는 것이다.

– 중국 정부에서 발표한 코로나19 한방 치료 효과는 과장되거나 허위인가.

중국에서 발표한 한방 치료 효과에 대해서 자료를 보지 못했지만, 효과가 있다면 국제적인 보건기관에서 공인하고 인용, 발표할 것으로 생각한다.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그러한 발표가 나오기 전에는 인정하기 어렵다. 현재도 중국에서 코로나19 치료와 관련돼 발표되는 자료에 대한 신뢰도에 여러 문제제기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의약의 안전성, 건강보험재정부담 이유 외에 첩약급여화에 반대하는 이유가 있다면.

국민건강보험 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조의2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학적 타당성, 의료적 중대성, 치료효과성, 비용효과성, 환자의 비용부담 정도 및 사회적 편익 등을 고려해 급여대상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현재 이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의약품을 만드는 제약회사에서는 수많은 비용을 들여서 (임상 등의)시험을 거친 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이런 법령이 공통으로 엄격하게 적용되는 현실에서 기준에 충족하지도 않은데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함은 룰이 아니다. 정의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 지난 8일 비대위 성명을 보면 첩약급여화 내용이나 방안도 그렇거니와 의약계, 이해당사자 간 충분한 논의 없이 진행됨을 문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만약 충분하고 치열한 논의의 장을 마련한다면 대화 여지가 있다고 봐도 되나. 방안 원천 무효화라는 주장에 틈은 없어 보인다.

올해 4월 한약급여화 논의 시작 때부터 비대위는 보건복지부에 논의 과정에 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정부는 당시 (비대위와)별도의 협의를 하겠다고 했고, 그 내용은 관련 회의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 소위원회 상정 전까지 단 한 번도 이와 관련한 협의를 요청하거나 요청을 받은 바가 없다. 정부가 첩약과 관련해 어떤 입장을 가졌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가령 첩약 역시 기존의 의약품과 마찬가지로 요양급여 적용 기준에 적합한 방법과 절차를 거쳐서 하겠다는 납득할 방안을 정부가 제시하면 논의의 문은 열려있다.

– 미국 같은 경우 100처방에 그치지만 FDA 관리 아래 의사, 약사들이 한약재를 쓴다고 하던데.

한약재를 쓸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한약재가 검증되고 효과가 인정되는 부분에 한해서 가능하다.

– 의협과 여당 간 진료거부 사태 당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첩약급여화 정책 추진 의지를 다시 내비쳤다. 정부는 강행할 듯한데 철회가 없다면 제2, 제3 진료 거부 사태까지 올 수도 있나.

(지난 9월 4일 체결된)의사협회와 민주당 합의서에서는 의협이 문제를 제기하는 4대 정책(의대 증원, 공공의대 신설, 첩약 급여화 시범사업, 비대면 진료)의 발전적 방안에 대해 국회 내 구성되는 협의체에서 논의키로 했으므로 논의 경과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향 합의서에 최대집 회장(사진 왼쪽)과 한정애 위원장(오른쪽)이 서명했다

– 비대위 측에서 제시하는 첩약의 과학화를 설명해준다면.

반복되는 말이지만 과거에 좋았다고 해서 현재도 좋다는 말을 하는 것은 과학을 하는 전문가로서는 대단히 위험한 말이다. 과거에 인류는 질병의 치료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 식물의 초근목피의 각 부위를 복용함으로써 분명 효과를 본 부분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면 해가 돼 문제가 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과거에는 용인되었지만, 지금은 그러해서는 안 된다. 더군다나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사용하는 사업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과거의 좋았던 약재도 현재는 검증을 통해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이 있다면 중지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과학을 하는 전문가와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전문가로서 갖춰야 할 태도이다.

– 이 사태를 대하는 국민에게 한 마디.

과거 우리는 식품의 일부유해 성분을 가지고 난리 난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한약에 대해서는 유난히도 관대하다. 한약은 인체에 도움이 되는 물질도 있지만, 우리 몸에 해로운 성분도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도 그 성분들이 무엇인지 전부 다 확인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약이 발전하려면 이러한 물질들이 규명되고 검증이 돼서 국민이 필요한 경우에 안전한 경로를 통해서 투여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취지로 한의약육성법이 15년 전인 2004년 제정됐다. 마련된 법을 통해서 첩약이 건강보험이 되기 위한 조건을 갖춰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