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쇼닥터 ‘혹세무민’ 언제까지 방치하나

#1. 한의사 A씨는 유명하다. 임상 실력보다는 잦은 방송 출연으로 인한 유명세 때문이다. 여러 방송 프로그램을 섭렵하며 얼굴을 알린 그는 한 유명 예능 프로그램에서 체질에 안 맞는 약재를 몸에 대면 팔이 힘없이 늘어진다는 등의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이야기했다. 방송심의규정 위반이다.

방송심의규정 제41조(비과학적 내용)는 “방송은 미신 또는 비과학적 생활태도를 조장하여서는 아니되며 사주, 점술, 관상, 수상 등을 다룰 때에는 이것이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라고 적시한다. 이 일로 A씨가 받거나 치른 제재와 징계는 없다. 그는 여전히 여러 프로그램을 전전하며 의학,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쏟아낸다.

#2. 유명 배우의 배우자로 알려진 가정의학과전문의 B씨는 아침 정보 방송의 대표 패널로 여러 곳에 출연 중이다. 호감 넘치는 외모와 더불어 분야를 넘나드는 의학 지식을 시청자에게 전달한다. 몇몇 시청자들은 전공을 넘어선 그의 의학지식에 감탄하면서도, 해당 정보와 지식이 어느 수준 사실인지, 또 온전한 B씨만의 임상이나 연구에서 비롯된 것들인지 궁금해한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B씨(출처 SBS)

의사들이 TV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모습이 더는 낯설지 않다. 문제는 그들이 전하는 정보의 신빙성일 텐데 이를 의심할 만한 보고가 나와 주목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신현영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쇼닥터(TV 쇼에 출연하는 의사들을 이르는 말)들이 방송에 출연해 허위·과장 건강정보를 전달하거나 의료기관 광고 등의 이유로 제재를 당해도 방송을 바꿔가며 출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로 확인되지 않은 의학 정보뿐만 아니라, 특정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정보를 과장해 전달했다는 시청자들의 의심이 어느 정도 들어맞은 셈이다.

신 의원실이 받은 자료에 의하면 2014년부터 올해  9월까지 의료인이 출연한 방송 또는 홈쇼핑 프로그램이 심의제재를 받은 경우는 모두 196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전문편성채널은 119건, 지상파방송은 41건, 상품판매방송은 20건, 종편보도채널은 16건에 달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방송에 3차례 이상 출연한 의료인은 모두 11명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프로그램을 제재한 횟수만 82회에 이르러 전체 중 약 42%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제재가 계속되는 데도 쇼닥터들의 방송 출연이 이어지는 이유가 있었다. 제재가 출연진이 아닌 제작인을 대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었다.

또한 해당 방송의 징계 결과는 보건복지부에 공유의무가 없어 문제 되는 의료인에 대한 행정처분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복지부가 최근 10년간 쇼닥터 방송심의 위반과 관련해 제재를 가한 횟수는 고작 3회, 이마저도 2016년을 끝으로 적발 실적이 없다.

신 의원은 “쇼닥터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을 때마다 보건 당국은 엄격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며 “건강과 관련된 가짜뉴스를 척결하기 위해서, 반복되는 허위 건강정보를 전달하는 쇼닥터들의 제재가 가능하도록 관계부처 간의 소통을 늘리고 궁극적으로는 건강정보를 관장하는 통합적인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