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궁에 빠진 연쇄 독감백신 사망원인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받고 사망한 환자가 하루 새 열 명이 늘었다. 이로써 사망자는 22일 15시 기준 20명에 달한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10대 소년이 독감 백신을 맞고 사망한 이후 고창, 대전, 제주 등 사망자는 점층적이고 전 지역적으로 증가했다. 보건당국은 독감 백신 부작용을 부인했고, 계속되는 사망자 발생에도 국민에게 독감 백신 접종을 권장했다.

세간에선 지난달, 상온에 장시간 노출돼 오염된 백신을 맞아 빚어진 사망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았지만 보건당국은 이를 일축했다. 하지만 16일 사망한 17세 소년이 맞았던 백신은 상온에 노출됐던 ‘그’ 백신이었다. 변질된 백신과 사인 간 관계에 눈길이 집중됐던 이유다. 22일까지 부검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전례를 찾을 수 없는 이번 연쇄 백신 사망 사건에 국민의 불안감은 날로 커지는 중이다. 이른바 백신 포비아. 치료가 불분명한 코로나19와 같은 바이러스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인류가 정복했다고 믿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마저 예방할 수 없다는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엿새 사이에 사망한 20명이라는 숫자는 지난 2월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이상의 공포다. 매년 당국을 믿고 접종하던 백신의 부작용으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들과 보건 당국은 사망자들을 대상으로 부검을 시행해 사인을 헤아려보는 중인데 사망자 가운데 한 명인 전북 고창의 70대는 백신 접종 후 일으킨 아나팔락시스(아나필락틱 쇼크) 증상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졌지만, 부검 결과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졌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이나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에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다. 단시간 내에 급성으로 나타나 즉각 처치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으로 국내의 경우 소아·청소년은 음식, 성인은 약물로 인한 발병 빈도가 높다. 물리적 조치(심폐소생술 등)로 구명할 수 있는 심정지와 달리, 병원 등의 갖춰진 기관에서 약물을 주입함으로써 치료할 수 있는 병환이라 사망률이 더 높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한 뒤 사망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예방 접종을 중단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이와 관련해 브리핑에서 “(사망자들을 대상으로)신속하게 역학조사를 통해 예방접종 인과관계와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라며 “아나필락시스 등 중증 이상 반응 방지를 위해 건강 상태가 좋은 날에 예방접종을 받고, 접종 대기 중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권장하는 바와 직접 접종을 받아야 하는 현실 간의 거리가 크다. 아직 정확한 사인이 밝혀진 사망자가 없어, 독감 백신 사망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당장 독감 백신을 접종하려는 희망자들의 수가 급감했다. 20명째 독감 백신 접종 사망자가 발표된 22일 전국 각지 병원들은 한산한 모습이었다. 시민들 사이에선 보건 당국이 안전한 백신 접종을 아무리 강조해도 믿을 수 없고 불안하다는 반응이 돌았다. 공동체가 신뢰하며 접종하던 독감 백신이란 연례행사가 밑동부터 흔들리는 중이다.

사망이라는 백신 부작용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정 청장은 백신 내 독성 문제는 아니라고 잘랐다. 22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독감 백신으로 발생한 사망자들에 관한 현안보고에서 그는 이같이 밝혔다.

정 청장은 빠르고 정확한 역학 조사와 부검을 바탕으로 이번 사태의 원인을 밝힌다는 의지를 보여주었지만 안심하고 백신을 맞아야 하는 이유보단 의심하고 백신을 맞지 않아야 하는 상황이 더 힘세 보인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방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예방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협회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독감 백신)접종 후 사망 보고 간 인과관계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현재 시행 중인 독감 관련 모든 국가예방접종과 일반 예방접종을 내일부터 오는 29일까지 유보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