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참사, 정부의 관리 태만이 빚어낸 사태”

[인터뷰] 전국의사총연합

독감(인플루엔자) 백신을 접종하고 사망한 사람이 30명을 넘었다(24일 13시 기준 36명). 질병관리청은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해 23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고, 백신과 사망 사이의 정확한 인과관계가 없다며 국민에게 계속 예방 접종해줄 것을 권고했다. 예방의학 전문가들 역시 백신의 뚜렷한 위험성이나 불안정성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정부 방침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국민이 느끼는 불안감은 상당하다. 기저질환이 있던 고령의 접종자뿐만 아니라, 건강하던 청장년 사망자까지 보고된 상황이다. 일각에선 백신의 품종이 중국산이 아니냐며, 사망자를 초래한 위험성은 그곳에서 비롯됐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대표적인 의사 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은 전통적으로 확인됐던 백신 본연의 안정성은 인정하지만, 정부의 관리 태만으로 빚어진 참사일 수 있다며 사망자와 백신 접종 간 좀 더 명확한 인과관계와 안전성 여부를 확인한 후 접종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인터뷰는 23일 서면으로 이뤄졌다.

– 인천의 10대 소년, 고창의 70대 여성 등 사망자가 벌써 30명을 넘었다. 독감 백신을 접종받고 사망했다. 2009년 1건의 사망 사건이 나타난 이래 처음이다. 다른 나라에선 이 같은 사례가 많은 편인가.

독감 백신의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예방 접종과 관련된 사망을 포함한 우연한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예방 접종 직후 사망이 발생하면 당연히 예방 접종과 관련이 있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많은 증거가 백신의 안전성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여러 연구와 과학적 검토에서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 #백신 접종과 사망 사이에 연관성이 없음이 발견됐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일주일 사이 30여명이 독감 주사 후 사망은 유례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감 백신 접종 후 10대 사망···사망 원인 조사 중”(출처 KBS)

– 인천의 경우 상온에 장시간 노출됐던 신성약품 백신을 접종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 당국에선 유통에 지장을 주는 상태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장시간 상온 노출이 악영향을 줬다고 봐도 될까.

장시간 상온 노출 시 백신을 구성하는 단백성분의 변성으로 효과가 없는 소위 물백신의 우려와 더불어 백신 맞는 사람들의 상태에 따라 위험도 증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예년에 비해 올해 유독 이런 사태가 나온 것은 정부의 역량을 무시한 과도한 백신 시장의 개입에 원인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정부가 과도하게 낮은 가격으로 납품을 받아 배송하려 했고 이에 경험이 없는 업체가 저가에 입찰해 공급을 진행하면서 중요한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조심스럽게 추론하기론, 이번 신성약품 말고도 이런 식의 백신 관리 부실이 만연해 있을 듯하다. 그간 사망 사건 등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은 건 코로나19 등의 변수가 작용하지 않아서일까.

해마다 많은 백신 접종이 이뤄졌지만, 백신을 실온으로 배송하는 경우는 없었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k-방역 운운하며 과시행정 하면서 (눈에 안 보이는) 백신 관리라는 기본적인 행정을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로 생각합니다.

– 이번 사망 사례를 일반화시킬 수는 없을 테다. 10대 소년은 알레르기성 비염이 있었다고 보고됐고, 70대 여성은 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었다고 한다. 전의총이 추정하는 그들의 사망원인은 무엇일까.

알레르기 비염이 기저 질환이라고 말하는 자체가 말도 안 됩니다. 당뇨, 고혈압 등 질환도 사망의 기저질환이 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뇨, 고혈압 등 질환을 가진 노인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독감백신을 접종하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백신 접종 후 사고의 원인으로는 아나필락시스 쇼크나 길랭-바레 증후군이 대표적이지만, 최근 사망사례에서는 맞지 않는 부분도 많아 좀 더 적극적인 역학 조사가 필요할 것입니다.

– 독감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 중에서 부작용이 생길 확률은 매우 낮지만, 운동·감각 마비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는데 어떤 부작용이며 부작용 종류에 대해서 설명해 주신다면.

예방 접종 후 부작용은 주사 후 즉시 (30분 이내) 나타나는 아나필락시스 쇼크와 약 4주간에 걸쳐 서서히 나타나는 길랭-바레 증후군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모두 아주 드물게 일어나지만 아나필락시스 쇼크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의료기관에서 초기 적절한 대응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습니다. 길랭-바레 증후군은 감각 변화와 손과 발의 근무력증세로 시작돼 심할 경우 호흡근의 약화와 자율신경계통의 이상으로 심박수와 혈압의 이상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이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신체 면역계가 말초 신경계를 공격하면서 생깁니다.

대한의사협회는 22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예방접종을 일주일 정도 연기하도록 정부에 권고했다

– 이번 사건으로 독감 백신 포비아가 확산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접종을 받아야 하는 이유는?

독감백신에 대한 포비아도 그렇지만, 예방접종 전반에 대한 포비아로 꼭 필요한 접종을 미루거나 안 하려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또 이럴 때 그것을 부추기려는 사이비 단체들도 꼭 생겨납니다. 독감 백신은 수십 년간 안전하게 접종됐으며, 그동안 독감으로부터 수많은 생명을 지켜왔음이 분명한 사실입니다. 올해 사망 건이 늘어난 것은 질병관리청의 관리·감독이 잘못된 것으로 국민의 백신에 대한 전반적 포비아에 대한 대책도 중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사태를 마주하는 국민에게 한마디 해주신다면.

의학적 문제에 정치가 개입하면 옳지 않은 결과가 생깁니다. 질병관리청은 K방역으로 정치적 성과와 치장을 앞세운 나머지 백신관리라는 본연의 업무는 태만한 결과, 이런 사태로 귀결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일단 대한의사협회의 권고에 따라 독감예방접종을 잠시 미루고 안전이 확보되면 다시 접종을 고려하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