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파킨슨증후군의 한 유형인 난치성 다계통위축증 환자에서 혈중 요산을 높이는 연구에 성공했다. 그동안 다계통위축증 치료제가 없던 상황에서, 이번 연구 결과가 치료제 개발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필휴 교수(신경과)와 인제대 일산백병원 이재정 교수(신경과) 연구팀이 다계통위축증 환자를 대상으로 강력한 산화반응 억제제로서 세포 보호 역할을 하는 ‘혈중 요산의 증강’ 임상 연구에 성공했다고 9일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저명 약리학 저널 <Clinical Pharmacology and Therapeutics>(IF 6.56) 최신호에 게재됐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이필휴 교수(신경과·사진 왼쪽)와 인제대 일산백병원 이재정 교수(신경과·오른쪽)


다계통위축증은 파킨슨증후군에 속하는 여러 질환의 한 유형으로 기립성저혈압, 배뇨장애 등 자율신경장애와 함께 파킨슨증이나 소뇌실조증 등 운동 이상을 보인다. 약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파킨슨병과는 달리 치료 약물에 반응이 적어 환자들이 겪는 고통이 크다. 50대에 발병해 진단 3~5년 이내에 독립 보행이 어려울 정도로 증상의 진행이 매우 빠른 대표적인 신경계 희귀 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계 퇴행성 질환의 발병에 있어 산화스트레스는 세포 손상 및 사멸을 초래하는 주요 기전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데 파킨슨병, 알츠하이머치매, 루게릭병, 다계통위축증등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보고된다.

하지만 ‘요산 증강을 통한 체내 산화반응 억제’ 치료 전략은 파킨슨병, 다발경화증, 루게릭병, 뇌경색 등에서 시도됐으나 다계통위축증에서는 진행된 적이 없었으며, 이를 치료할 방법은 현재까지 없는 실정이다.

요산은 통풍과 신장 결석의 원인 물질로서 인체 내 유해한 측면도 있지만, 강력한 산화반응 억제제로서 세포 보호의 역할도 수행한다. 인체 내 혈중 요산을 적절히 높인다면 산화반응을 억제해 세포 손상 및 사멸을 저지할 수 있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 파킨슨센터를 중심으로 국내 11개 대학과 의료기관이 참여한 다기관 위약 대조 임상 연구로 다계통위축증 환자를 대상으로 요산 증강 연구를 시행했다. 총 55명 환자 중 30명에게는 시험약인 Inosine 5'-Monophosphate(체내 흡수 시 혈중 요산 농도를 증가시키는 요산의 전구체)를, 25명에게는 위약을 각각 투여했다. 이후 24주 동안 두 그룹의 혈중 요산 농도를 비교·분석했다.

분석 결과, 위약 투여군에서는 평균 4.58md/dL에서 4.43md/dL로 변화가 거의 없던 것에 비해, 시험약을 투여한 군에서는 혈중 요산 농도가 평균 4.57md/dL에서 6.96md/dL로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연구 1차 평가 지표 중 하나인 중대이상반응의 경우 시험군 30명 중 6명, 위약군 25명 중 4명이 발생해 양 그룹 간 차이가 없었고 다른 특이사항은 발견되지 않아 안정성 문제는 없었다.

그래프. 위약 투역군(붉은색)과 비교해 시험약 투여군(푸른색)에서 요산 농도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또한 연구팀은 시험약 투여군에서 환자의 인지 상태 평가가 개선되는 것을 2차 평가 지표 분석을 통해 확인했다.

환자의 인지 상태를 평가하는 Mini-Mental Status Examination(MMSE)와 Montreal Cognitive Assessment(MoCA) 검사에서 시험약 투여군의 경우 MMSE 26.5±2.2→27.4±2.0, MoCA 21.4±4.7→24.1±3.6로 위약 투여군 평가 결과인 MMSE, 26.9±1.9→26.5±2.8, MoCA, 22.6±4.1→21.5±4.3보다 유의미한 개선을 보였다.

두 지표 모두 일관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고, MMSE보다 MoCA에서 더 큰 호전을 보인다는 점에서 인지저하 패턴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표. MMSE, MoCA 평가 모두에서 일관적으로 시험약 투여군의 측정 결과가 위약 투여군보다 점수가 개선된 것을 보였다


이재정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다계통위축증과 요산 관련성을 실제 치료에 접목해볼 수 있는 첫걸음이자 근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연구진인 이필휴 교수는 “의미 있는 치료가 아직 개발되지 못한 다계통위축증 환자에게 추후 좋은 치료 성과와 치료제 개발에 한 줄기 빛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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