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HB(Gamma-Hydroxybutyric acid)는 프로포폴 같은 마취제가 나오기 전 쓰였던, 신경안정제입니다. 하지만 GHB가 주는 도취감(내가 완전 무슨 대단한 사람같이 느껴지고, 뭔가 멋진 일을 해낸 영웅 같고, 완전 자뻑이라고 해야 하나요, 이런 복합적인 감정이 밀려옵니다) 때문에 주로 마약으로 악용됩니다.
이 GHB가 마약으로 사용될 때 가장 흔하게 불리는 이름이 롤리팝(lollipop)입니다. 한국에서 사용되는 물뽕이란 이름은 아마 liquid X라는 이름으로부터 유래한 것 같습니다만 미국에서는 롤리팝이란 이름으로 훨씬 더 많이 통용됩니다.

빅뱅과 2NE1이 불렀던 롤리팝의 가사를 들어보면 이 GHB에 취한 상태를 은근히 묘사합니다.
내 마음은 터질듯한 다이너마이트(롤리팝에 취했을 때 느끼는 쾌락감)
You just can’t control
색다른 걸 원해?(술에 취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름)
너와 나만이 아는 우리 둘의 Secret
억측 아니냐고 할 수 있지만, 물뽕에 한 번이라도 취해본 적이 있다면 음이 꺽이는 합성 사운드부터 가사까지 이 노래가 물뽕(롤리팝)을 연상시킴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롤리팝은 사람을 단순히 취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넘어서 (원래 마취제니까) 마취 효과까지 가져옵니다. 이 롤리팝을 많이 복용하면 몸을 가눌 수 없는 통제 불능상태 비슷하게 돼버리고, 취한 상태에서 깨어난 후, 그 몇 시간 동안의 기억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됩니다. 과다 복용하면 의식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990년대 초반부터 이 롤리팝이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됐고, LA 한인타운 내 클럽에서 유학생들의 손을 거쳐 2000년대 말부터 한국의 클럽으로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 롤리팝의 유통경로는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바로 아래 있는 멕시코 티와나(Tijuana) 국경도시에서 시작됩니다. 미국 내에서는 롤리팝이 데이트 강간 약물로 악용되면서 당국에서 엄격히 규제하자, 이 롤리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멕시코로 구입경로가 형성된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으로 밀수된 롤리팝은 다시 유학생들의 손을 거쳐 한국 클럽으로 유통되고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도 이 유통경로인지는 모릅니다. 사실, 이 GHB는 처방받기가 어렵지 않은 어떤 의약품에 유효 성분으로 다량 포함됐기 때문에 지금은 한국 내에서 조달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롤리팝이 주는 쾌락감은 케타민(Ketamine) 같은 다른 마취제가 주는 쾌락감에 비해 그 쾌감도가 많이 떨어집니다. 단순한 쾌감을 위해서라면 케타민이 훨씬 더 좋은 선택이기 때문에 롤리팝을 복용할 필요가 없는 거죠. 케타민은 단순한 쾌감을 벗어나 완전 다른 차원의 경험(환각작용)을 하게 되기 때문에 케타민을 사용하는 인셉션 같은 영화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한국 클럽에서 물뽕이 자주 사용된다는 얘기는 클럽을 찾는 여자들을 상대로 공공연한 범죄행위(강간행위)가 이뤄지고 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게다가 케타민이나 롤리팝 같은 신경안정제·마취제는 마약검사를 해봐야 검출도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