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의 첫번째 하루

[내러티브] 코로나19 확진자 입소

코로나 바이러스와 공생이 일상이 돼버렸다. 의식주, 여가, 문화 모두 코로나라는 그악한 변수에 포섭됐다. 어제는 어느 마을, 오늘은 어느 도시에서 확진자가 무시로 발생했다는 보고가 들린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확진자의 생활은 들여다본 적 없다. 그들이 어떤 과정과 절차를 밟고 확진자로 판정받고 이후엔 어떤 수순으로 이동하고 격리시설에서 생활하는지. 관심이 지대한 사람이 아니라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검색하거나 그를 바탕으로 상상해낼 기회조차 없다.

헬스타파는 단행본 <코로나에 걸려버렸다>와 어느 확진자의 수기를 참고해 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첫날과 마지막 날을 서사적으로 재구성해보았다. 방역수칙 안에서 막연히 꺼리고 두려워하기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이미 너무 많은 확장세를 보이고 확진자는 이제 나와 남을 가리지 않는다. 모쪼록 이 내러티브가 코로나19 확진자의 일상을 정면에서 응시하는 시도로 읽혔으면 한다.

구급차에 실려 간다. 목적지를 전해 들었는데 어딘지는 모르겠다. 바이러스 때문인지 영 위치 감각이 없다. 미열이 나는 듯도 한데, 기분 탓인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코로나19 확진자의 증상은 내게 나타나지 않았다. 하긴 ‘무증상 감염’이란 말도 못지않게 들었으니.

듣기론 모임에서였다. 오랜만에 마련한 친구들과의 자리. I시에 사는 친구 하나가 확진자였고 당연히 당시엔 알지 못해 모임에 나왔는데 그만 나도 감염됐다. 나를 제외하곤 그날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역학조사 결과 음성판정을 받았다. 그 친구가 원망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어떻게 모를 수가 있었냐고, 왜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않았냐고, 조금의 증세가 보이면 집에서 격리하고 방역 당국의 안내에 따르지 않았냐고 친구에게 폭풍 같은 문자를 쏟아 보냈다. 미안하다는 답에 다음 문자를 쓸 마음이 사라졌다. 머릿속이 헝클어졌다.

확진 판정을 받은 날 밤, 유선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내가 다녔던 동선과 들렀던 곳들. 담당 공무원은 카드내역도 캡처해 보내주셔야 한다고 말했다. 기억에서 결락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며. 그건 너무 심한 방침 아닌가 싶었는데 그저 마음뿐이었고 이미 금융사 앱을 작동시키고 있었다.

나와 동선이 겹치거나 접촉한 이들은 역학조사 대상이 돼버렸다. 누군가는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다른 누군가는 원망을 토로했다. 미안하다는 말 이외에 다른 문자를 보낼 수 없었다. 역학조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도 2주간의 자가 격리 조치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어떤 이에겐 하루 생업이 무려 열나흘 동안 멎어버린다는 의미였다.

조심 또 조심한다고 했다. 마스크는 몸처럼 쓰고 다녔고 손세정제나 화장실이 눈에 띄면 부리나케 가서 손을 씻곤 했다. 코로나에 예민한 특정 유전자라도 있는 건가. 같은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들은 음성이었는데.

서울시청이 지난 17일부터 운영하는 시청 앞 광장 선별진료소에 대한의사협회 재난의료지원팀 의사 24명이 의료지원 업무에 나섰다

뜬금없게도 확진 검사를 하던 때가 떠오른다. 상기도와 하기도 검사를 시행하는데, 상기도 검사는 뉴스에 많이 방영되었던 바와 같이 긴 면봉으로 콧구멍 속을 훑어서 빼내는 작업이다. 상상한 그대로 고통스러웠다. 우리나라에 와 있던 어떤 외국인들은 이 검사에 질색한다고 들었다. 긴 면봉이 코와 기도를 지나 뇌까지 가서 닿을 것 같다나.

하기도 검사는 조그마한 검체 케이스에 가래를 뱉어 제출하면 되는 식이었다. 담배를 많이 피우는 사람에겐 참 쉬운 검사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검사 역시 증상이 있고 역학 조사 대상으로 선정되면 보건소에서 무료 검사를 해주는데 그렇지 않으면 자기 비용을 들여서 해야 한다고 했다. 요즘에는 시내 몇 곳에 무료 상설 검사소를 세워 인파가 몰린다고도 한다.

확진 이튿날 이른 아침 구급차에 실려 격리시설로 가기까지 가족들과 자체적으로 격리 생활을 해야 했다. 고작 하루이나 식기, 동선, 세면도구, 화장실 이용시간까지 다 조정해야 했던 힘든 경험이었다.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가 두 마리나 되었는데 나를 보고 싶다고 끙끙댔지만 매정하게 방에 가뒀어야 했다. 반려동물의 경우 감염 사례 보고 건이 적지만 그나마도 아직은 대증요법 치료밖에 없다고 들었다.

회사에는 확진 판정 직후 통보했다. 인사팀에서 안내하기론 최장 3주간의 유급 휴가가 적용된다고 한다. 그 이후엔 병가로 전환된다고. 함께 일했던 부서원들부터 어떤 과제 때문에 협업했던 다른 부서원들까지 전부 역학 조사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민폐도 이만저만 아니다. 부서원들은 단톡방을 통해 ‘다른 생각하지 말고 몸 하나만 생각’하라는데 미안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

구급차가 멈췄다. 격리시설에 도착한 모양이다. 짐작하기론 서울 동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증상이 확연한 이는 음압 병실로 안내되고 나처럼 무증상이나 가벼운 증상을 보이는 확진자는 일반 병실에 입원한다. 입구에 보이는 어마어마한 소독 시설을 마주하니 비로소 코로나19 확진자가 된 신세임을 실감한다.

거의 모든 사람이 방호복을 입고 돌아다닌다. 이 비현실적인 풍경이라니. 마치 영화 <괴물> 속 송강호가 되어버린 것 같다.

영화 <괴물>

2인실 병상에 배정받았다. 입실에 앞서 간호사분들이 소독을 꼼꼼히 해주신다. 막연하고 피상적으로만 느끼던 의료진에 대한 고마움이 구체화되는 중이다. 병실은 단출했다. 싱글침대 2개와 책상 2대가 배치됐다. 냉장고가 하나 있고 TV도 한 대 있다. 일반적인 병실이랑 비슷한데 책상이 놓여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업무를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혹은 나 같은 기록자를 위한 장치? 나는 둘 다 해당하지만.

격리시설에 온다고 수선을 떨었지만, 막상 챙겨온 건 별것 없었다. 업무를 봐야 하니 랩탑, 몇 권의 책, 필기도구, 갈아입을 속옷 정도. 세면용품 같은 건 제공되니 챙기지 말라는 안내를 받았다. 격리시설을 나갈 때 웬만한 물품은 모두 소각을 한다고 하니 되도록 짐을 가뿐하게 꾸리라는 말도 들었다. 시에서 제공되는 확진자 상용품 박스를 여니 세면도구, 욕실도구, 커피와 차, 컵라면 등등 긴요한 물건들이 보였다.

짐을 부리는데 들어와 간단한 안내를 마친 간호사님이 나가시고 보니 해가 지는 중이었다. 확진자 시설의 하루가 저물어간다. 오랜만에 이런 데 오니까 훈련소 시절이 생각난다. 정자세로 앉아 있어야 할 것 같고, 정시가 되면 집합해야 할 것 같고. 애꿎은 휴대전화만 들여다본다. 내가 코로나 확진자여도 세상은 아무렇지 않게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