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사국시 재시험 허용···‘여당-의협 합의’ 없던 일로

정부가 다음해 의사 국가고시(이하 국시) 실기시험을 상, 하반기로 나누어 2회 실시하고, 상반기 시험은 오는 1월 말 시행한다고 밝혔다.

상반기에 시행할 시험에는 올해 국시를 포기한 의대생 2700명에게 재응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지난 국시 미응시 사태로 다음해 의료 인력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국시 재응시와 관련한 논란이 분분했지만 예정된 수순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쓰일 정도로 확진자 증가세가 폭발적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를 감당해야 할 의료 인력에 공백이 생길 경우 후폭풍은 적지 않을 전망이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국가적 차원에서 (보건) 의료인을 양성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 책임”이라며 “복지부에 날짜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이른 시일 안에 이 문제에 대해 국민, 의대생들과 소통하면서 바람직한 결론을 내리라고 주문해 놓은 상태”고 말했다.

국민의 동의가 선행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에서 사뭇 어조가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국시를 관장하는 보건복지부 관계자 역시 국민 공감대 없는 국시 구제는 없다고 못 박으면서도 응급실이나 필수 의료 인력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의대생 국시 구제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못하다. 이번 방침에는 지속해서 제기돼온 공정성 논란이 뒤따른다. 당장 해당 기사에는 부정적 댓글들이 도배됐다.

출처: 포털 다음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이라 할 공정, 정의를 거론하며 “이건 정말 큰 잘못이다. 국가라는 사회적 합의의 근간을 흔드는 사건이다. 이제 대한민국에서 공정과 정의는 사탕발림이 될 것”이라는 댓글이 수위에 올라 국민의 반응을 간접적으로 짐작케 했다.

복지부는 31일 이번 방안을 설명하는 자료에서 “공공의료 강화 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인력 확충, 취약지 의료공백 방지를 위해서는 기존 의사인력 배출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부기했지만, 국민의 성난 여론을 잠재우기에는 미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월 4일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2층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더불어민주당 정책협약 이향 합의서에 최대집 회장(사진 왼쪽)과 한정애 위원장(오른쪽)이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 9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과 한정애 당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의 합의안은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 됐다.

당시 양측은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방안을 두고 벌어진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멈추는 대신 공공의대와 의대생 증원 논의를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미룬다는 합의안을 주고받았다. 의협과 뜻을 같이한 의대생들은 국시 포기라는 수단으로 정부를 압박하는 와중이었다.

하지만 석 달이 지난 지금 정부의 공공의대 설립은 기존 방향대로 추진되고, 정부에 의해 의대생들은 국시에 재응시 할 수 있게 됐다. ‘의료대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급했던 정부와 의사 간 대립을 지켜봤던 국민은 허탈해졌다.

9월 합의에서 여당 측 협상을 담당했던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지난 30일 개각에서 환경부장관에 내정됐다. 결국 무엇을 위한 대립이었고, 합의였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지점이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

복지부 이기일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발표를 두고 “의사 국시 문제와 관련해서 국민 여러분께 혼란과 불편을 드려 매우 죄송하다”며 “공공의료 강화대책의 차질 없는 시행, 필수의료인력에 대한 의료계와의 협의 진전, 의료 취약지 지원을 위해서 내년도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을 조속히 시행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이해를 요청했다.

이어 “의료인력 공백을 최소화해 국민의 건강과 환자의 안전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